프레시안 서울국제민중회의 마지막 날 FTA 토론회 열려

“FTA로 이익?…투자자 외엔 ‘남 이야기’”
서울국제민중회의 마지막 날 FTA 토론회 열려
기사입력 2010-11-10 오후 5:02:32

G20 정상회의에 대응해 지난 7일부터 열린 서울국제민중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도마에 올랐다. 한미 FTA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세계 각국 활동가들은 경제위기의 대안이 FTA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민중회의 마지막 날인 10일 서울 마포 서강대 근처 예수회센터에서 ‘G20과 경제위기: FTA와 민중의 대안’이라는 이름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오전에는 유럽연합(EU) 등과 FTA을 진행 중인 남미와 아시아에서 온 이들이 FTA가 낳을 부작용을 전망했다.

▲ 10일 서울 마포 서강대 근처 예수회센터에서 서울국제민중회의 마지막 날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진행된 FTA 토론회에서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브라질에서 반FTA 활동을 벌이고 있는 브라질 인민통합네트워크(REBRIP)를 대표해 나온 가르시엘라 로드리게스는 “온두라스는 민주주의 체제가 흔들리고 있고, 파나마와 과테말라에서는 노조 탄압 등 인권유린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EU는 이와 상관없이 각국과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는 협상과정에서 배제되어 있고 협상은 밀실에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는 “EU가 추구하는 노선은 경제위기를 불러온 기존 질서를 옹호하고 지지한다”며 “EU가 남미 각국에 대해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FTA 때문에 예전보다 분열이 더 심해져 미국에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U와 FTA를 추진 중인 말레이시아에서 온 찰스 산티아고 국회의원은 “인텔을 예로 들면 인텔 말레이시아지사가 자유롭게 미국지사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 내 무역(intra firm trade)와 같은 관행이 이미 존재한다”고 말했다. 무역 확대는, FTA가 아니어도 이미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어 그는 “새롭게 추진하는 FTA의 목적은 무역 진흥이 아니라 정부의 힘을 약화하고 투자자들의 이익을 진척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국 측 패널로 나온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외국에서 온 손님들은 이번 기회에 외국에서 성장 모델로 권장한다는 한국의 실태를 거리에서 실감하기 바란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한-EU FTA 협정문을 보면 상품보다 비관세영역에서 강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EU의 신모델 FTA가 예상대로 공격적이고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FTA에 대한 항의와 저지 등의 실천적 개입을 계속하는 한편 새로운 무역 형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통상절차법’을 제정해 주권자와 국회의 민주적 통제에서 완전히 분리, 자립화된 통상관료들의 월권적, 독재적 행태에 반드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에 열린 토론회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비판이 주로 이어졌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위원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이 엄청난 이익을 얻게 된다는 주장은 허구”라며 “현대자동차는 이미 미국에 생산 공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수출효과를 상쇄하고 있고 미국 현지에서의 저가 전략과 달리 한국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한미 FTA 자동차 분야 재협상은 FTA의 진실과 본질을 호도하고 국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쇼’에 불과하다”며 “한미 FTA로 인해 노동자의 분할과 분리는 더욱 심화되고 생산체제는 더욱 격변하면서 민중의 삶을 위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한 전국농민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한국은 FTA 협상과정에서 미국의 막대한 농업부문 보조금 지급을 묵인했고 덤핑 수출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한국 측 주장에 따라도 FTA 발효 이후 농업분야에서 연간 2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반FTA 선언문을 발표했던 퍼블릭 시티즌의 사라 에델만은 “미국 역시 한미FTA로 7만개의 고용이 창출될 거라고 주장하지만 수입 증가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는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며 “지난 중간선거에 나온 후보 절반 이상이 FTA에 반대했고 당선된 이들 중에서도 반대론자가 더 많다. 지금부터는 대중들과 함께 FTA 문제를 논의해나갈 때”라고 말했다.

/김봉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