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현대차 23일째 교섭 외면…정규직 ‘파업 투표’ 관건

현대차 23일째 교섭 외면…정규직 ‘파업 투표’ 관건
사쪽 ‘불법파견’ 판결에도 대화거부해 파업 빌미
정규직 노조 오늘 총회뒤 찬반투표 결과가 고비

  전종휘 기자  

  

» 칼바람에도 식지 않는 결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6일 오전 울산 북구 양정동 현대자동차 제1공장 농성장에서 구호를 외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울산/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울산 1공장 파업 점거농성이 ‘고비’를 맞고 있다. 현대차 쪽이 교섭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정규직노조인 현대차지부가 8일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연대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에 들어간다. 투표 결과를 선뜻 점치기는 어렵지만, 회사 쪽이 요지부동인 상태라 노사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왜 점거파업에 나섰나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지회 소속 노동자들은 현대차가 자신들을 직접고용할 것을 요구한다. 울산공장의 사내하청 업체에 지난 2002년 3월 입사한 뒤 2005년 2월 해고당한 최병승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7월 대법원이 “불법 파견이므로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판결한 것이 유력한 근거다. 비록 한 사람에 대한 판결이었으나, 불법 파견으로 판단한 여러 요건을 볼 때 다른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불법 파견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에서 패소한 다른 한 사람도 울산공장에서 일한 기간이 2년이 되지 않아 직접고용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었을 뿐, 불법 파견이었다는 판결의 취지는 동일했다.

여기에 서울고법은 지난달 12일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 5명에게 대법원과 같은 취지의 판결을 해, 불법 파견 판정을 받은 작업공정은 차체 조립에서 도색·엔진 작업으로까지 늘어났다.

비정규지회는 회사 쪽이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기 위한 교섭에 나서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 쪽이 “파기환송심일 뿐 확정된 판결이 아니다”라거나 “비정규지회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부하자, 사내하청 노동자 500여명은 지난달 15일부터 1공장의 2개층을 점거하고 파업 농성에 들어갔다.

■ 교섭 진행 상황은? 현대차 쪽은 비정규지회와의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대법원 등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교섭 대상은 사내하청 업체라는 논리다. 여기에는 교섭의 결과를 떠나, 비정규지회를 교섭 상대방으로 인정하는 순간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현대차 소속 노동자로 간주하는 것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현대차가 하청업체 사장들과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비정규지회가 참여하는 ‘2+3 특별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현대차지부 쪽은 교섭이든 협의든 회사가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시작하면 공장 점거농성을 풀자고 비정규지회를 설득하고 있다.하지만 비정규지회 쪽은 회사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에는 농성을 풀 수 없다는 태도다.

■ 정규직노조의 선택 현대차와 비정규지회가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국면 변화의 열쇠는 정규직노조인 현대차지부가 쥐고 있다.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은 8일 전체 조합원 총회를 열어 파업찬반 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노동계는 대체로 부결 가능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비정규지회는 가결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회사 쪽과의 물리적 충돌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부결될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며 회사 쪽이 용역을 투입해 공장 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결돼도 노사 양쪽의 물리적 충돌은 불가피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파업이 가결되면 회사는 그나마 대화 상대로 삼아온 현대차지부와 작별을 선언하고 용역을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찬반투표 전 노사 양쪽의 교섭이 열리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