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미디어 초대석 조중동과 ‘신약 사기 광고’ 이야기

조중동과 ‘신약 사기 광고’ 이야기  
[미디어 초대석]

2011년 01월 13일 (목) 16:27:30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media@mediatoday.co.kr)  

2010년 12월 한국에서 방통위가 전문의약품 방송광고허용을 추진하고 있을 때 미국에서는 1,2위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머크의 CEO가 교체되었다. 이를 다룬 기사들은 빠짐없이 <벡스트라>와 <바이옥스>라는 약의 퇴출과 불법판촉 문제를 거론한다. 그런데 이 두 약이 미국의 방송광고 허용에 결정적 배경이 된 약이다.

미국은 전문의약품의 소비자직접광고, 특히 방송광고를 허용하는 유일한 나라다. 방송광고가 1995년부터 시험적으로 허용됐고 1999년에는 주의사항 전부가 아니라 ‘주요사항’만 포함시킬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간단히 말해 “좋은 약이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이 번호나 웹사이트에서 알아보세요”라고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방송광고는 연 33%씩의 기록적인 매출증가를 보였고 1996년부터 10년 동안 전문의약품 매출은 274%나 증가했다.

이 방송광고 허용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이 바로 바이옥스와 벡스트라와 같은 ‘기적의 신약’(콕스 II 억제제)이었다. ‘소염진통제’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브루펜)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94년을 전후로 갑자기 이 전통적 소염진통제가 사람들을 죽인다는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약회사 후원 ‘논문’들을 ‘언론’들이 ‘받아쓰기’를 했고 94년 머크의 바이옥스가 허가를 받을 무렵 워싱턴 포스트는 전통적 소염진통제가 “매년 10만 7000명 환자 입원, 16만 5000명 사망의 장본인”이라고 대서특필 했다.

바이옥스와 같은 새로운 소염진통제가 대세가 됐고 아스피린 등 옛날 약은 몹쓸 약이 되었다. 이 놀라운 정보를 대중에 알리기 위해 광고가 필요하고, 더 널리 알리기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고, 1,2위 제약회사 두 개의 보증 등등. 이렇게 미국의 전문의약품 광고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머크는 바이옥스 광고비용으로 2000년 한 해 동안 1억 6000만 달러를 썼다. 같은 해 펩시콜라는1억 2500만 달러를 썼다. 그해 바이옥스 매출액은 3.6배나 뛰어 15억 달러가 되었다. 월스트리트는 머크의 바이옥스와 화이자의 세레브렉스를 ‘금세기 최고상품’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여기까지였으면 해피엔딩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스피린이나 브루펜은 아무리 비싸도 몇 십원이다. 그런데 바이옥스는 한 알에 3달러다. 그래도 죽지 않기 위해 비싼 약을 먹어야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신약계통 소염진통제가 사람들을 더 죽인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2001년 임상실험에서 이 신약이 심장병 사망이 5배나 높은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때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런 임상시험 결과를 알리려는 시도는 4년이나 지연됐다. 그 사이 화이자는 세레브렉스 대신 벡스트라를 내놓았다. 우여곡절 끝에 상원 청문위원회가 열렸고 식약청 소속 그레이엄 박사는 바이옥스가 ‘매주 대형 비행기 2~4대를 추락시키는 만큼의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결국 2004년 11월 바이옥스는 퇴출됐다. 퇴출 직전까지 머크는 연 15억 달러를 벌었고 매달 250만 명이 처방을 받았다. 벡스트라도 2005년 퇴출되었다. 지금 남은 신약 소염진통제는 하나뿐이고 이마저도 심장병위험 권고를 크게 써 붙여야만 한다. 위장출혈 위험은 아스피린이나 신약이나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결국 이 신약소동은 의약품 역사상 최대 사기극 중의 하나로 끝났다. 2007년 바이옥스 관련 소송은 48억 달러 배상으로 끝났고 화이자는 벡스트라 등의 불법 판촉으로 2009년 23억달러 손해배상을 하기로 했다. 이 합의를 본 당사자들이 이번에 화이자와 머크 CEO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제부터 전문의약품 방송광고허용을 하잔다.

미국의 NBER 연구소에 의하면 의약품광고를 1달러 늘리면 4.2달러 만큼의 의약품소비가 늘어난다고 한다. 미국은 전세계 의약품 시장의 50%를 차지할 만큼 약물 중독사회다. 이제 조중동을 위해 한국인도 열심히 약을 먹어야만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