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증 혈액형, 의료사고 난다”
의료단체 잇단 반대성명…“생체정보, 악용 가능성 높다”
김도연 기자 2011.02.14 17:56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전자주민증 도입 관련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자주민증 도입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의료단체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은 14일 성명을 발표하고 “전자주민증에 혈액형을 기재하는 것은 응급의료 상황 시 환자치료에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민 세금만 낭비하는 전자주민증 도입 법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9월 20일 행정안전부는 전자주민증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추가수록 정보에 혈액형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혈액전자주민증에 혈액형 정보가 실린다고 해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전자주민증에 기재된 혈액형이 맞다고 100% 확신할 수 없으며, ABO / Rh 혈액형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변이형 혈액형이 존재하고, 개인적으로 특정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ABO / Rh 혈액형이 적합할지라도 수혈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때문에 “오히려 전자주민증에 기재된 혈액형만 믿고 수혈을 하게 될 경우 그 위험성이 오히려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혈액형을 전자주민증에 넣는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은 의학분야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만 했어도 알 수 있을 일”이라며 “이것만 봐도 전자주민증 논의가 국민편의라는 이름 아래 사생활이나 악용가능성 등을 배제한 채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도 지난달 31일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대한 별도의 의견서를 발표해, “혈액형 정보를 시작으로 다른 여러 가지 건강 혹은 생체 정보가 전자정보화 되어 주민등록증 전자칩에 수록되는 경우 이 정보가 합법적으로도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질병이나 복용하는 약물 등의 건강정보가 주민등록증의 전자칩에 수록되고 이 정보를 제3자가 합법적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되면, 구직자가 취업을 하고자 할 때 회사에서, 보험계약을 하고자 할 때 보험회사가 이러한 정보를 검색하는 등 개인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개인정보 누출로 인해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현재 행정안전부의 입법 발의안은 폐기되어야 하며, 보다 합리적인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행안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에는 ‘주민등록증에 수록되거나 표시되는 정보는 전자적으로 수록할 수 있다’는 규정(제24조 제4항)이 신설됐으며, 주민등록증에 담길 수 있는 정보 규정을 ‘혈액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중 주민의 수록 신청이 있는 것’이라고 하여 시민단체들로부터 “전자주민증에 담길 개인정보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고 비판받은 바 있다.
또한 전자주민증 도입시 전자주민증 도입에 소요되는 비용은 행정안전부 추산으로 4천8백억에 달하는 반면 정부가 전자주민증 도입의 편익으로 거론하고 있는 위변조 방지, 개인정보 보호, 인식 오류 감축 등의 실제 편익은 확실하지 않아 ‘재정 낭비’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가운데 15일 4시 국회 행안위 소회의실에서는 백원우 민주당 의원 주최로 전자주민증 도입과 관련한 간담회가 개최된다. 이 자리에는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3당 관계자들을 비롯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직원들도 함께 배석해 전자주민증 도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간담회에 앞서 3시에는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전자주민증 도입을 반대하는 인권.시민.의료단체의 공동 기자회견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