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삼성 ‘신수종’ 첫발…세계 의약품 ‘과점 체제’에 도전. 바이오 제약 사업 진출, “송도에 3000억 합작사 설립”

삼성, 바이오 제약 사업 진출
“송도에 3000억 합작사 설립”  

  김경락 기자  

삼성이 송도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생산기지를 세워 바이오제약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 삼성은 25일 세계 상위권 바이오제약 서비스업체인 퀸타일스를 전략 국외 투자자로 선정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 출자를 통해 자본금 3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설립되는 합작사는 3만ℓ급 동물세포 배양기를 갖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이다. 합작사는 암과 관절염 등 환자 치료용 바이오 의약품을 연간 약 600㎏ 생산할 예정이며, 생산 제품은 대부분 수출된다. 이번 합작사에 10% 지분 투자를 하는 퀸타일스는 1982년에 설립된 제약, 헬스케어 분야 전문 서비스 업체로, 세계 60개국에 2만여명의 전문인력을 두고 있다. 합작사는 인허가 등 부지 관련 행정 절차를 끝낸 뒤 올해 상반기에 공장 건설이 시작돼 2013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김태환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은 “조기 사업화가 가능한 의약품 위탁 생산을 우선 추진한 뒤, 신약 개발까지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바이오제약 분야 전략은 위탁생산(2013년)→바이오시밀러(복제약) 개발 및 생산(2016년)→신약 개발 및 생산(2020년 이후) 등 3단계로 이뤄진다. 삼성은 2020년께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만 1조8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초 삼성은 바이오제약 생산기지 부지를 세종시에 마련하려고 했으나, 지난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뒤 대구나 경기도 기흥 등 대체 터를 물색해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2011.2.25

삼성 ‘신수종’ 첫발…세계 의약품 ‘과점 체제’에 도전
베링거·셀트리온 등 3대업체
위탁 생산시장 88.3% 점유
전자·에버랜드 40%씩 투자
경영권 승계관련 주목받아  

  김경락 기자  
  
» 의약품 위탁생산 체계시장 점유율 현황 /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시장 성장 전망

삼성이 25일 발표한 바이오제약 생산법인 설립은 삼성이 최근 3~4년간 진행한 신사업 발굴 작업의 첫 결실이다.

삼성은 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지털기기 등이 세계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면서 세계 상위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노심초사해왔다. 지난해 3월 이건희 회장이“10년 안에 지금 삼성을 대표하는 모든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삼성 바이오제약 진출 로드맵

  

삼성은 이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신사업 진출 준비에 부쩍 속도를 내왔다. 삼성 관계자는 “신수종 사업 발굴 이야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있었지만, 지난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사실상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실질적인 신수종 사업 추진은 이 회장 복귀 이후”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해 5월 5대 신사업 분야와 투자 규모를 밝힌 데 이어, 지난해 말 그룹 컨트롤타워를 부활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내에 있던 신사업추진단을 그룹 조직으로 격상시켰다. 물론 이런 과정은 구 체제로의 복귀와 이 회장의 일선 은퇴 약속 번복에 따른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어쨌든 신사업 추진이 그룹 차원의 과제로 채택돼 한층 탄력을 받았다.

삼성의 신사업 앞날이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데다 세계시장에선 선발업체와의 격차도 많이 벌어져 있다. 바이오제약 분야만해도 그렇다. 삼성이 설립키로 한 합작사는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선진 제약회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생산대행하는 기업(CMO)이다. 현재 의약품 위탁 생산시장은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과 우리나라의 셀트리온, 스위스의 론자 등이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이들 기업들도 점차 자체 개발 의약품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중이다.

신지원 미래에셋증권 의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이 단계적 추진 방안을 내놓은 만큼 추가적인 발표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며 “이날 내놓은 수준으로는 시엠오 시장의 상위 업체와의 생산규모 격차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신 애널리스트는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경우 복제약 시장은 주요 의약품 특허 만료가 시작되는 2018년 쯤 부터 본격 열리는 만큼 삼성의 바이오 제약 분야 진출 시기가 늦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설되는 합작사에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전자와 같은 40% 지분 투자를 하게 된 배경을 놓고 그룹 안팎의 관심이 많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대주주고, 맏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경영전략부분 사장을 맡고 있어 사실상 그룹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고리인 때문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삼성에버랜드는 급식 사업 등을 하면서 식품 안전 관리를 통해 바이오 분야의 연구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을 처음 제안한 곳도 삼성에버랜드”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20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