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EU FTA 비준동의안 철회에 대한 논평:전면적 재검증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다

한미FTA 전면폐기를 위한 국회의원비상시국회의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 논평

수     신   각 언론사 정치부, 사회부 기자
발     신   한미FTA 전면폐기를 위한 국회의원비상시국회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제     목   한·EU FTA 비준동의안 철회에 대한 논평
날     짜   2011년 2월 25일

[한·EU FTA 비준동의안 철회에 대한 논평]

얼마나 졸속처리였으면 동의안을 철회할 정도인가?
- 전면적 재검증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다 -

오늘 외교통상부교섭본부는 작년 10월 25일 국회에 제출한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EU 의회를
감안하여 우리 국회의 비준동의 후 오류를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늦게나마 철회한 것은 다행이다. 특히 정부가 규칙에 불과한
‘시행규칙’으로 조약의 오류부분을 보완하겠다는 것은 헌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점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비준동의안을 철회한 이유는 국문본 협정문의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부가 국회에 정식으로 제출한 비준동의안에 역외산

재료의 비율과 같은 중요한 사항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도 놀랄 일이지만, 더욱 놀랄 일은 한 명의 시민(송기호 변호사)이 오류를

지적하기 전까지 한국 정부의 그 많은 공무원과 한ㆍEU FTA ’2월 처리’를 요구하던 한나라당, 그리고 FTA에 조기 비준을
주장했던 전문가들 중 그 누구도 이를 몰랐다는 점이다.

한ㆍEU FTA 국문본의 오류는 정부의 FTA 협상력에 대한 신뢰의 근간을 흔든다. 과연 한국 정부가 동시다발 FTA를 추진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든다. 이처럼 부실한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근본적인 이유는 역량이 부족한 정부가

어떻게든 국회절차를 빨리 마치려고 졸속 처리를 서두르기 때문에, 협정문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10월 국회에 제출된 비준동의안은 사실상 무효라는 것이다. 정부는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함에 있어
총23개 언어정본 중 국문본과 영문본, 단 2개의 언어본만을 국회에 제출했다. 협정문 제15.16조에서는 총23개의 언어본들은
‘동등한 정본’임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비준동의안 제출에 있어 23개의 언어정본 모두를 국회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국문본/영어본 외에 21개 언어정본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4개월 뒤인 2월 24일이다. 정부 역시 EU 측으로부터
21개 언어정본을 받은 것은 그보다 일주일 앞선 2월 17일이었다. 21개 언어정본과 한글본이 일치하는지에 대한 검증은 전혀
없었다. 정부는 EU 측에서 영문본과 21개 언어정본이 일치한다는 외교서한을 보냈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국회에
제출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또다시 ‘속도전’이다. 시민에 의해 발견된 단 2개의 오류만 정정하여 국무회의 재의결을

거쳐 일주일만에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는 졸속을 반복하려고 한다. 이번 사태를 본 어느 국민이 이번에 발견된
2개의 오류가 전부이고 나머지는 완벽하다고 믿겠는가?

다시 강조하지만 한ㆍEU FTA의 23개 언어본은 모두 ‘동등한 정본’이다. 뒤늦게 제출된 21개 언어본은 영문본과의 일치성은
물론, 국문본과의 일치 여부를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더 이상 FTA 졸속 처리에 목매지 말고, 한국어본을

비롯한 모든 언어본에 오류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기초적인 업무부터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오류는 단순한 번역의 문제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글 협정문은 영문 협정문의 번역본이 아니라 영문본과 동등한
정본이다. 한글 협정문이 정본이 되려면, 다른 언어본을 참조하지 않고서도 한글 협정문의 의미가 명확하여야 한다. 그런데 한글
협정문은 아무리 읽어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조항들이 너무나 많다. 영문본을 보아야만 비로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번역의 수준으로 보자면 아마추어이고, 전문성으로 보자면 문외한이거나 초보자 수준이다. 앞으로 국내 법률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 조약문의 내용이 일반 국민은 물론 전문가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태라면 이대로 비준동의를 요청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