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건보 등 복지 확대땐 국가소송 당할수도 건보확대→민간의보 위축→손배소 우려

건보 등 복지 확대땐 국가소송 당할수도
건보확대→민간의보 위축→손배소 우려
정부의 사회보장 정책에 재갈 물리게 돼
SSM입지 규제땐 한국정부 법정에 설수도

  김경호 기자  

  

»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 4당 정책연구소가 7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이란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항래 국민참여당 정책위원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원,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 홍영표 민주당 의원, 박순성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야4당 정책연 토론내용

7일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진보개혁진영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는 복지에 끼치는 한-미 FTA의 ‘역기능’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야 4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나온 토론자들은 대체로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 사회에서 비로소 탄력을 받은 복지국가로의 비전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 참석자들은 협정문에 들어 있는 △간접수용(민간기업의 시장 지분을 정부가 공공성을 명분으로 잠식하는 것) 금지조항 △역진방지 조항(레칫 조항: 한번 개방을 하면 부작용이 발생해도 되돌릴 수 없도록 한 것) △투자자의 정부 제소 조항 등을 지적했다. 이런 조항들이 공공영역을 위축시키고, 사회정책을 수행하는 정부의 자율권을 제한해 의료, 교육, 연금 등 사회보장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데 큰 어려움을 줄 것이란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날 토론회는 한-미 FTA가 단순히 상품의 관세율을 낮추는 무역협정이 아니라 향후 한국 사회와 경제제도의 틀을 바꿀 ‘핵 폭풍’ 이라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

■ 복지, 피기도 전에 시든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도 복지확대를 약속하고 있어 최근 복지가 시대정신이 되는 모습이다. 복지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중요한 화두일 것이고, 야당의 연대도 복지국가에 대한 공감대가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토론회에서는 왜 한-미 FTA가 복지국가와 함께 가기 어려운 지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재영 의장(진보신당)은 한-미 FTA가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최규엽 소장(민주노동당)은 “한국은 한-미 FTA 때문에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민주당)은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라는 말로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의 사회정책, 복지정책은 기업과 개인의 이익을 공익을 위해 제한하는 게 본질이지만, 한-미 FTA는 정책과 제도의 많은 부분을 ‘무역장벽’으로 간주해 무력화하려는 협정이라는 것이다. 우석균 실장은 “기업에 대한 직접적 규제는 물론 공공성의 강화를 통해 기업에 (간접적인) 손해가 갈 수 있는 정책의 입안도 힘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지를 규제하는 법안이 여야합의로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가, 홈플러스에 투자한 영국의 테스코사가 제소할 경우 한-유럽연합(EU) FTA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급제동이 걸린 것이 한 예이다. 한-EU FTA는 투자자 제소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해당국 정부의 대리소송만 인정하지만, 한-미 FTA는 한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이 한국 정부를 직접 제3국 재판정에 세울 수 있다. 우 실장은 이렇게 되면 “한국정부의 사회정책 전반에 걸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