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음란성’이 문제가 아니라, ‘인권침해적 성관념’을 가르치는 것이 문제

‘음란성’이 문제가 아니라, ‘인권침해적 성관념’을 가르치는 것이 문제

남성중심적 성관념, 성적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재생산하는
H대학 K교수의 <성의 이해> 강의 중단을 촉구한다.

최근 H대학교에서 이뤄져온 <성의 이해>라는 한 교과목의 교재와 강의 내용이 알려졌다. 대학의 강의실이라는 곳에서 성차별적, 성폭력적 발언들이 ‘교육’ 또는 ‘진리’라는 이름 아래 난무해온 것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남성중심적 성관념, 여성 및 성소수자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근거 없는 성적 편견과 몰이해가 성폭력, 여성 및 성소수자 배제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는 바로 그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르치고’ 있는 ‘대학 강단’에 다시 한 번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K교수는 H대학교에서 16년 간 <성의 이해>라는 이름의 교양교과목을 맡아왔다. 이 수업에서는 자신의 저서를 교재로 사용하여 1) 질외사정 및 기초체온법 등을 피임법의 하나로 소개하는 등 사실상 효력이 없는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여성주의 의료생협(준)에서 활동하는 의사 의견서 참고】2) ‘성폭력은 남성에게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본능이다’, ‘처녀막 파열을 단번에 성취하지 말고…’ 등 여전히 남성의 시각에서 성적 욕망과 성폭력을 정당화하며【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의견서 참고】 3) 에이즈의 증가 원인으로 “동성애자의 증가”라고 하는 등 HIV/AIDS 및 동성애에 대해 차별적이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트랜스젠더를 ‘성전환도착자’로 명명하며 남자다운 행동을 학습시키거나 여자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등 성적소수자의 성을 치료되어야 할 이상행동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의 교재로서도 교양서적으로서도 부적합하다.【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HIV/AIDS 감염인 연대 KANOS, 한국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의견서 참고】 4) 읽는 사람을 ‘남성’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이다.

최근 언론보도는 해당 수업의 문제를 ‘음란성 논란’으로 다루어 왔다. 또한 해당 교수는 ‘음란성 문제’를 일축하며 “불쾌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은 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 중의 하나를 소개한 것”(한겨레신문 2011.2.27)이라 응답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강의에서 포르노그라피를 활용했기 때문에 음란하다는 것이 아니라, 강의자가 남성중심적이고 성차별적인 관점을 가진 채로 포르노그라피 자체를 ‘다양한 관점 중의 하나’로 다루면서 기존의 잘못된 편견과 성문화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는 교수의 발언(한겨레신문 2011. 2.27 인터뷰 중)은 마치 이 시대가 남성의 성적 자유와 성적 발언을 억제하고 있다는 착오적 발상에 근거하여 무엇이든 성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것만으로 성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과 같다. 하지만 해당 교수는 ‘자유로움’에 기대어 남성중심적이고 근거없는 성관념을 재생산하며 이미 여성 혹은 성적소수자들에게 일상화된 폭력과 차별적 시선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권의 문제는 법․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사회구성원의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 이에 많은 대학에서 성차별, 성폭력, 인권침해 등의 사회문제에 올바로 접근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성평등, 성관념, 성적다양성 및 인권에 대한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성희롱, 성차별, 소수자혐오적 발언을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곳도 바로 강의실로, 이러한 강의들에 대한 문제제기는 오래도록 이어져왔다. 이번 문제를 계기로 성차별적이고 인권침해적인 강의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우리는 <성의 이해>를 진행해온 K교수가 해당 강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이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개선할 것을 대학 당국에 요청한다. 해당 강의는 2011학년도 1학기 수업으로 개설되었으며 수백명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한 상태이다. 학교 당국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빠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교육 공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성적 편견과 폭력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재생산하는 한, 그가 설 자리는 더 이상 강단이 될 수 없을 것이다.

2011년 3월 8일
K교수의 강의 중단을 촉구하는 사람들

건강과대안 젠더와건강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경희대학교 <고황>교지편집위원회, 고려대학교 여성주의 교지 석순,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노동당 여성위원회,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서울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QIS,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 언니네트워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웹진 TQueer.com, 이주여성 인권 포럼, 이화여자대학교 변태소녀하늘을 날다, 인권문화실천모임 맥놀이,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신당 여성위원회<span lang=EN-US style=’font-size:9.0pt;line-height:170%;font-fam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