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22)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감염병전담병상 확보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을 비롯한 4곳의 공공병원의 병상 모두를 소개[疏開]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소개 조치 시작과 완료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긴급비상회의에 따른 결정인 만큼 해당 절차는 속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듯,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노숙인 등’은 지자체 자체 재정 편성을 통한 의료지원 또는 ‘노숙인1종 의료급여’를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제도 모두 지자체에서 지정한 ‘노숙인 진료시설’을 통해서만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과거, 의료급여수급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지정하도록 했던 “의료보호진료기관의 지정” 제도가 “의료보호대상자가 보다 자유롭게 의료보호진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1999년 2월 8일에 폐지되었으나, ‘노숙인1종 의료급여’에 대해서만 아직까지 잔존하여 홈리스의 의료기관 이용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의 병원급 노숙인 진료시설은 공공병원 9개소와 올 해 초 추가지정된 민간병원 1개소를 포함해 총 10개소에 불과하다. 이들 10개소 중 4개소는 정신병원 내지 결핵전문병원, 분원 등 특정 진료만 가능한 병원이다. 남은 6개소 중 입원이 가능한 병원은 국립중앙의료원, 보라매병원, 홍익병원의 세 곳에 불과했는데 이들 중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이 소개 조치를 단행하면 입원 가능한 병원은 단 두 곳 밖에 남지 않을 뿐 아니라, 이들 병원에 대한 입원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 또한 이들 두 곳 중 응급실 이용이 가능한 곳은 보라매병원 한 곳에 불과해 홈리스들에게 응급질환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치명적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소개 조치에 앞서 입원 중인 홈리스 환자에 대한 전원 대책은 전혀 발표된 바 없다. 우리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국립중앙의료원이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데 따른 병상 소개(疏開) 조치로 입원 홈리스들이 어떠한 대책도 없이 퇴원 당해 거리와 쪽방으로 내몰렸던 당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더욱이 현재는 거리, 노숙인시설, 쪽방, 고시원 등 홈리스들의 거처에서 소집단 감염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혹여, 입원 중인 홈리스에 대한 전원 대책이 촘촘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의 아비규환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방역 당국은 더이상 공공병원에 대한 마른 수건 짜기식 압박을 멈추고 민간병원 병상을 동원해야 한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이 병상을 비워야 할 긴박한 상황 앞에 강북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이 태연해야 할 이유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방역 당국이자 복지 당국인 서울시는 곧 병상을 내줘야 할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입원 홈리스에 대한 전원 대책을 속히 마련하라. 이미 서울시 자체 노숙인 등 의료지원 지침에 따라 재난시에는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5월,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2020년 서울시가 민간 의료기관을 통해 의료지원을 받게 한 홈리스는 고작 10명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안일한 대책으로는 파국을 면할 수 없다. 서울시는 지금 당장 국립의료원과 서울의료원 입원 홈리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일대일 전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신규 발생할 응급의료, 입원진료 수요에 대비해 응급의료기관, 입원 가능한 병원급 민간의료기관도 속히 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