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 대응, 사회적 약자 내몰고 공공병원 쥐어짜는 계획만으로는 안돼

정부는 체계적인 치료 대응 위해 민간대형병원⋅인력 확보하고
공공병원이 책임져 온 저소득취약계층 진료 공백 대안 내놔야

 

 

어제(12/21) 국립중앙의료원은 긴급비상회의를 열어 의료원의 일반 진료를 중단하고 모든 병상을 코로나19 전담 병상으로 전환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원 내 응급의료센터, 외상중환자실, 외상센터, 중앙예방접종센터, 호스피스 병동, 비코로나 중환자실 등을 전부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립중앙의료원은 저소득층, 홈리스, 성폭력 피해자, 이주민, HIV 감염 환자 등 취약계층의 의료를 온전히 책임지고 있는 공공병원으로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해 기존 병상을 모두 소진하면 치료할 곳이 없는 이들은 거리로 내몰리는 꼴이 된다. 대형 민간병원 동원을 사실상 포기하고 저소득 취약계층과 공공병원을 희생양 삼겠다는 것인데 정부의 무능함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같이 확인되는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외면하면서 마른수건 쮜어짜듯 기존의 공공병원을 쥐어짜면서 그 피해와 책임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방식만으로는 안 된다. 의료 인프라와 인력이 풍부한 민간대형병원 동원에 정부가 즉각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정부의 공공병원 코로나 전담병원화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19 발생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병원내 감염이 중심이었던 메르스처럼 대처해선 안된다. 중환자병상과 중등도병상 지역사회진료가 연계되기 위해서는 민간병원의 코로나 진료 참여가 불가피하다. 공공병원과 인력 확충에 대한 계획도 내놓지 않고, 민간대형병원 동원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저소득 취약계층 진료를 포기하고 남은 공공병원을 총동원하는 방안으로는 ‘위드코로나’만 요원해 질 뿐이다. 현재 코로나 치료를 위해 민간대형병원이 1.5-3%수준의 병상을 내놓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현재 위기 대응을 위해 민간대형병원 병상의 최소 10% 이상을 코로나 진료 병상으로 내놓도록 해야 중증환자 치료와 의료자원 및 인력동원이 가능하고, ‘단계적 일상 회복’ 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공공병원과 인력 확충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병원의 코로나 전담병원으로의 전환은 먼저 입원해있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사실상 병원에서 쫓아내겠다는 것이어서 더욱 우려된다. 작년 12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해 공공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었을 때, 의료급여 환자 등 취약계층 입원 환자들은 퇴원조치되거나, 의료비 부담이 큰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야 했다. 공공병원 중 지정병원만 갈 수 있는 홈리스들은 공공병원 6곳이 모두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거리로 내쫓기는 일도 발생했다. 코로나 초기부터 의료공백 문제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피해 규모의 파악은 물론, 그에 따른 대책도 전혀 준비하지 않아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적 약자들이 떠안고 있다. 지난 2년간 이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공공병원 이용자들의 타 의료기관 이송 계획은 물론이고, 현저히 부족한 의료인력, 재정 지원에 대한 언급없이 모든 역량이 소진된 공공병원으로 병상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취약계층에게 공공병원은 최후의 보루다. 이들이 마주할 의료 공백에 대한 대안이 전혀 없는 상황에 일단 공공병원을 비워 코로나19 치료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말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포기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코로나19 발생 직후부터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과 인력 확보를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정부가 당시 이를 수용해 공공병원 설립과 의료인력 확보 등 공공의료체계 구축에 나섰다면 지금처럼 공공병원의 부족한 자원을 마지막까지 탈탈 털어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이제 국민, 그 중에서도 취약한 사람들의 의료 공백을 가속화하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정부는 위드코로나를 위해서라도 민간병원 동원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당장 치료받을 곳이 사라진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 해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임기응변식 대응만을 할 것인가? 모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당하고 있는 지금, 공공병원과 의료인력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2021.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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