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후쿠시마 원전 60마일 상공서 방사성 미립자 검출”, <뉴욕타임스> “풍향 바뀌면 일본 도시 덮친다”

“후쿠시마 원전 60마일 상공서 방사성 미립자 검출”
<뉴욕타임스> “풍향 바뀌면 일본 도시 덮친다”

기사입력 2011-03-14 오후 4:47:32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일본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폭발한 발전소에서 나온 증기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이 수주 혹은 수개월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 전소 측은 폭발이 일어난 1호기와 3호기의 원자로의 연료봉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투입하고 있다. 노심용해(멜트다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하지만 그 결과 상당량의 스팀(증기)이 분출된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노심용해는 현재 부분적으로밖에 발생하지 않았고 발전소 밖에서 검출된 방사능은 비교적 적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13일 발전소로부터 60마일(약 96km) 떨어진 상공에 있던 헬리콥터가 소량의 방사성 미립자를 검출했다는 보고를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14일 보도했다. 이에 대한 분석은 현재 진행중이지만 <뉴욕타임스>는 검출된 미립자 내에 ‘죽음의 재’로 불리는 세슘과 요오드가 들어 있으며 이는 방사능 오염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설계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연료봉을 급히 냉각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증기를 주기적으로 대기중에 방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발전을 중단시켰다고 해도 그 작업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대피한 주민 수만 명이 가까운 시일 내에 집으로 복귀할 수 없음을 뜻한다. 아울러 풍향이 태평양 쪽에서 일본 본토 쪽으로 바뀔 경우 방사성 물질이 도시들을 덮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원자로 냉각 설비를 정상화하는 것은 현재 중단된 전력이 공급되어야 하고 기술자들이 방사능 오염도가 상당히 높은 지역에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다.

증기가 계속 나온다는 것은 태평양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공기 덩어리에 방사성 물질이 더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하와이, 알래스카, 미국 서부 해안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정부는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지만, 한 당국자는 <뉴욕타임스>에 “최고의 시나리오 하에서도 이 상황이 금방 끝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상공에서 찍은 후쿠시마 원전의 모습. 원자로를 강제로 냉각시키면서 나오는 증기가 공기중에 떠다닐 위험이 있다. ⓒAP=연합뉴스

중요한 문제는 원자로 가동의 중단이란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이다. 원자로의 가동이 멈춘다고 해도(shut down) 정상 가동 때 나오는 열의 6% 가량이 계속 분출되면서 방사능 물질, 아원자 미립자, 감마선 등이 유출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로가 가동을 멈추면 전기 펌프가 작동돼 연료봉을 감싸고 있는 뜨거운 물을 빼내고 담수나 해수를 끌어들여 냉각을 시도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에서는 그같은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원전의 재가동을 포기하면서 바닷물을 공급했지만 이 과정에서 증기가 분출됐다. 특히 연료봉이 일부 손상되면서 손상 안 됐을 때보다 오염 정도가 높은 증기가 나왔다.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 3호기는 우라늄-플루토늄 혼합 연료(MOX : Mixed Oxide)를 사용해 증기의 방사성 독성이 더욱 심할 수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의 전언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이 악화한 것은 쓰나미에 대한 초기 대응이 연속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한 방파제가 쓰나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으로 비상시 써야 하는 디젤 발전기를 저지대에 설치해 두어 방파제를 간단하게 넘어버린 해수에 의함 침수가 발행한 것도 문제였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은 배터리로 작동되는 냉각 장치를 돌렸지만 얼마 되지 않아 방전됐다.

냉각수의 수위가 낮아졌지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파악할 수도 없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수위 측정 계기가 정확한 수치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해 설비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1호기 폭발이 일어난 후 발전소 측은 노심용해를 막기 위해 소방차를 동원해 원자로 내부에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자로 용기는 오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압력이 엄청나게 높아 바닷물 투입은 어려웠다. 미 정부 관계자는 “부풀어 오른 풍선 안에 물을 집어넣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얼마나 많은 물이 들어갔으며, 내부를 채울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용어해설>

☞ 방사선

우라늄, 플루토늄 등 원자량이 매우 큰 원소들은 핵이 너무 무겁기 때문에 상태가 불안정해서 스스로 붕괴한다. 이 원소들이 붕괴하며 다른 원소로 바뀔 때 방출하는 입자나 전자기파가 방사선이다. 방사선은 물질을 투과하는 성질이 있다.

☞ 방사능

방사선의 세기를 말하며, 엄밀히 말하면 단위 시간당 원자핵 붕괴 수를 가리킨다.

☞ 방사성 물질

우라늄, 플루토늄, 라듐 등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사능 물질’은 잘못된 용어다.

☞ 노심

원자로의 중심부로서, 핵연료 우라늄의 원자핵이 중성자를 맞아 둘로 쪼개질 때(핵분열) 발생하는 에너지를 얻는 부분이다. 핵연료봉과 함께 분열속도, 노심 온도를 제어하기 위한 감속재와 냉각재(冷却材) 등이 들어 있다.

☞ 노심용해

노심이 녹아내리는 현상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처럼 노심 온도를 제어하는 냉각재(물)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핵분열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지 못해 노심 자체의 온도가 올라간다. 노심 온도가 약 3000℃ 가까이 이르면 봉 형태의 핵연료(핵연료봉), 즉 우라늄 자체가 녹을 수 있다.

☞ 세슘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얻어지는 물질. 동위원소(양자 수는 같으나 질량수가 다른 원소) 중 하나인 세슘-137은 자연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고, 핵실험 등의 결과로 발생하는 인공 원소다. 이 원소의 농도는 방사능 낙진의 영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세슘-137의 반감기(방사선량이 절반으로 주는 기간)는 약 30년에 이른다.

세슘-137은 강력한 감마선으로 암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자궁암 등의 치료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정상세포가 이에 노출되면 반대로 암 등이 발현할 수도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고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도 나왔다.

/황준호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