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핵연료 용해 계속땐 더 많은 방사능 빠져나올수도, 바닷물로 냉각해도 수증기 압력 커지면 위험 붕산 넣어 핵반응 차단땐 ‘제2 체르노빌’ 막아

핵연료 용해 계속땐 더 많은 방사능 빠져나올수도
후쿠시마 원전 어떻게 되나
바닷물로 냉각해도 수증기 압력 커지면 위험
붕산 넣어 핵반응 차단땐 ‘제2 체르노빌’ 막아
“현재까지는 큰 우려 상황 아니다” 판단 많아
한겨레         이근영 기자기자블로그
        
»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유출 상황과 시나리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외벽이 14일 오전 폭발하면서 대지진 여파로 인한 원전 사고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1986년 옛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처럼 원자로 자체가 폭발하는 대재앙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지난 12일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원자로 안정화 상태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3호기까지 위험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진행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본 정부의 해수 냉각 조처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성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안전본부장은 “핵연료봉에 직접 바닷물을 집어넣는 것은 수조원짜리 원전의 재생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최후의 수단인 셈이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원자력공학)는 “1호기의 경우 노심까지는 아니고 핵연료 일부가 녹은 상황으로 판단한다”며 “원전이 멈췄더라도 남아 있는 잔열이 작지 않지만 바닷물과 붕산을 섞은 냉각재를 제대로 공급하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붕산에 들어 있는 보론은 중성자를 흡수해 핵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하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현재 작업은 냉각펌프가 작동하지 않아 냉각수를 그냥 넣어준 상태여서, 바닷물이 수증기로 바뀌어 빠져 나가면 다시 보충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증기 압력이 높아지면 원자로가 들어 있는 제1격납용기에서 방사능이 빠져 나오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핵연료의 용해가 계속 진행되면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나올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사고평가척도(INES)의 4단계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 상태로 발전하면 ‘원전 외부의 위험을 수반하는 사고’인 5단계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 많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재 후쿠시마 원전 작업현장에선 발생한 수증기를 응축시켜 거름막(필터)을 통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 뒤 외부로 내보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원전 외부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으로 미뤄볼 때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정문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은 500시간을 서 있어야 컴퓨터단층촬영(CT) 한 번 찍은 것과 맞먹을 정도로 미미하다.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은 20~30㎝의 철근으로 이뤄진 격납용기가 파손돼 방사성 물질이 대량 유출되는 사태다. 미국 ‘우려하는 과학자 모임’의 에드윈 라이먼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원자로가 폭발하고 열흘 동안 화재가 발생하면 방사성 물질이 수백㎞까지 퍼질 것으로 예측됐다”고 말했다. 도쿄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240㎞ 거리에 있다. 도쿄가 포함된 혼슈지방의 인구는 1억명이 넘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