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편서풍 타령? MB, 재일 한국인 대피를 권고하라!
[우석균 칼럼] 왜 한국 정부만 자국민 생명에 수수방관인가?
기사입력 2011-03-17 오후 12:50:49
미국이 자국민에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80㎞ 이상 거리로 대피하든지 또는 가택 내 대피를 하라고 권유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프랑스, 독일은 물론 여러 나라들이 여행 자제는 물론 자국민들을 최소한 도쿄 지역에서 벗어나라고 권고하고 일본행 비행편을 취소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똑같은 20㎞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 아무런 조치도 권고도 없다. 한국 정부만 재일 자국민에게 (그리고 재일 교포에게) 일본 정부의 지시만을 따르라고 할 것인가?
상황이 심각한 것은 이미 수많은 보도로도 입증된다. 어제 보도를 보더라도, 대피 지역 바깥 즉 21㎞ 부근에서 방사선량이 평상시의 6600배의 방사선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대체로 시간당 300μSv(마이크로시버트)에 해당하는 수치다(0.5×6600=330μSv). 연간 허용 피폭량은 1mSv다.
가슴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방사선량이 80μSv쯤 되므로 대체로 10장에서 12장 정도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는 양이다. 문제는 300μSv가 ‘시간당 방사선량’이라는 것이다. ‘하루’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24를 곱하면 7200μSv다. 대피 지역 바깥의 하루 피폭량이 연간 허용 피폭량의 7배가 넘는다는 뜻이다.
1mSv의 방사선량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의사로서 방사선과 관련하여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임신 초기에 임신 사실을 잘 모르고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아이에게 해가 없나요’라는 엄마들의 질문이다. 임신부들이 걱정하는 그 방서선량이 1mSv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연간 허용 피폭량인 1mSv에 노출되면 4주 미만의 태아는 사망 가능성이 높아지고 첫 임신 3분의 1 시기의 선천적 기형 발생률이 높아진다.
며칠 전에는 후쿠시마에서 90㎞ 떨어진 이와바키 현에서도 일시적으로 5.5μSv 이상의 방사선량이 측정되었다고 한다. 이 방사선량이 지속된다면 140μSv가 될 것이고 일주일이면 1mSv가 된다. 1년에 허용된 피폭량을 1주일만에 노출되는 지역은 안전할까?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방사성 물질이 문제다. <한겨레>를 보면, 미국 국방부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100㎞ 떨어진 곳을 비행하던 미군 헬리콥터가 방사성 물질 세슘-137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3월 14일. 즉 3일전 보도다. 세슘-137은 2005년 체르노빌 격리 지역에서 가장 많이 남아있는 방사성 물질로 밝혀진 물질이기도 하다.
피폭은 간단히 말해 방사능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세슘-137은 반감기가 30년쯤이다. 문제는 세슘이 몸속에 들어오면 이것이 방사성 물질을 내뿜으며 몸 안에서 계속 분열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내폭이다. 내폭은 거칠게 말하자면 소량의 원자폭탄이 몸 안에서 계속해서 폭발하는 것이다.
30년 년 동안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계속 핵분열을 일으키고 다음 30년 동안 또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핵분열을 계속한다. 이 방사능에 따라 몸 안의 세포는 지속적으로 손상당한다. 당연히 백혈병이나 골수암 그 외 수많은 암의 원인이 된다.
방사성 요오드도 검출되었다고 한다. 우라늄 분열의 경우 3%가 요오드-131이 된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가장 많은 암 환자를 발생시킨 것이 바로 이 방사성 요오드였다. 당연히 이 방사성 요오드도 몸속에서 베타선등을 내뿜으며 분열하기 때문에 갑상선 암을 일으킨다.
이 세슘이나 요오드에 피폭되면 이 물질이 몸속에서 계속 내폭을 일으킨다는 것이 방사능의 무서움이다. 방사선량이 높다 낮다가 문제가 아니라 미량의 방서선 물질에 피폭되었다 하더라도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수십 년간 아니 죽을 때까지 문제로 남는다는 것이다. 1986년의 체르노빌이나 1979년의 스리마일 섬의 원자력 발전소 사고 후 아직까지도 그 당시 주민들에 대한 지속적 질병 상태를 검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로 지금까지 그 지역에서 사망한 사람은 대략 4000명 정도이고 이에 더해 약 4000명의 갑상선 암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이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다.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은 주변 국가까지 수백만 명이 넘는다.
문제는 적은 수준의 방사선 폭로(low level radiation)로도 건강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부문의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적은 수준의 방사선 양으로도 암과 영아 발생률, 암 사망률을 높였다는 보고는 상당히 많다.
이미 후쿠시마가 그 규모를 넘어버린 스리마일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당시 미국 정부는 “반경 16㎞의 주민의 평균 방사선 피폭량은 가슴 엑스레이 찍는 80μSv(8mrem(밀리램))이었고 어느 경우도 개인당 1mSv(100mrem)을 넘지 않아 연간 자연 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의 3분의 1이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연구를 보면, 주변 다우핀 마을에서는 1978년에 비해 1979년의 1세 미만 아기 사망률(영아사망률)이 28% 증가했고 1달 미만 아기들의 사망률은 54%가 증가했다. 2006년의 사망률을 따진 연구에서도 스리마일 섬 부근 암 사망률이 미국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0.83(1979–83)에서 1.17(1984–88)로 증가했다. 매우 적은 양의 피폭도 잠복기후의 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체르노빌 사고처럼 방사선 낙진이 주변국가에 까지 날아오는 경우다. 체르노빌 사고가 처음 알려진 것은 러시아 정부의 비밀주의 때문에 36시간 후 스웨덴에 낙진이 떨어져서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체르노빌로부터 스웨덴까지는 1100㎞이다. 한국과 후쿠시마는 그보다 거리가 짧다. 방사선 낙진은 유럽 전체로 번져 유럽 전체의 40%에서 발견되었고 심지어 일본에서도 낙진이 관찰되었다.
방사선 낙진의 피해는 당연히 주변 국가에서도 발견되었다. 예를 들어 체르노빌 사고 1년 후인 1987년 서베를린에서는 다운증후군이 27~31명(1.33~1.59/1000 출생아)에서 1987년 한해에만 46명(2.1/1000 출생아)으로 증가했다. 이 증가된 숫자는 2년 후에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터키 부르사 지역에서도 체르노빌 사고 다음해인 1987년 첫 6개월간 신경관장애(neural tube defects)가 증가했다. 평상시 신생아 1000명당 1.7~9.2명이었는데 이것이 체르노빌 사고 이후 신생아 1000명당 20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가장 심한 장애인 무뇌아(anencephaly)는 5배나 증가했다. 모두 낙진의 영향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그리고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이후 방사능에 의한 사람의 피해는 긴 시간동안 또 대를 이어 이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일단 한번 피폭된 이상 그 영향은 일생동안 존속한다. 그리고 아기들과 어린이들이 가장 피해를 많이 입는다.
이미 방사선 위험 지역이 되어버린 일본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에게 또 한국 교민들에게 한국정부는 어떤 권고를 할 것인가? 일본을 떠나라고 하지는 못할망정 도쿄를 벗어나라는 권고는 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최소한 미국 정부 수준으로라도 80㎞ 이상은 벗어나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또 한국 정부는 언제까지 편서풍 타령만 할 것인가? 그렇게 되지 않기를 국민들과 함께 필자도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만일 일본의 사태가 더 악화된다면 (그리고 당장 더 악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알고 싶다. 당장 한국 정부는 비상시 국민 행동 지침을 발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바로 옆 나라에서 사상 초유의 핵 사고가 났는데 이 판국에 자국민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편서풍이 불고 한국은 지진이 없으니 한국과 한국의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타령만 하고 있으면 그 정부를 어떻게 정부자격이 있다고 말하겠는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