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인터뷰 하미나 단국대 교수 “‘걱정 말라’는 정부가 더 걱정”

“한반도 덮친 ‘방사능 낙진’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인터뷰] 하미나 단국대 교수 “‘걱정 말라’는 정부가 더 걱정”
기사입력 2011-04-06 오후 7:03:40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초래한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 가능성이 예고되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와 한국의 원자력 전문가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시민의 불안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당장 앞으로 후쿠시마에서 한반도로 확산될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이른바 ‘방사능 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중앙연구소(ZAMG)는 한국 중부 지역 상공에서 7일 시간당 0.3마이크로시버트(μSv)의 낙진이 있으리라고 예보했다. ZAMG는 유엔(UN)의 위임을 받아서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 관측 망을 동원해 방사선량과 이동 경로를 분석하는 기관이다. 기상청은 6일 “바람의 방향이 다르다(서풍)”며 이런 예보를 부정했으나, 방사성 물질은 언제든지 국내에 착륙할 수 있다.

이런 예보에 이명박 정부, 대한의사협회 등은 “현재의 방사능 수준은 안전하다”고 말한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5일 “현재 국내에서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극히 미량이라서 인체 유해성이나 일상생활의 제약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국민들이 유언비어나 비공식 정보로 혼란과 피해를 겪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보건 당국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방사성 독성 물질에 노출되면 해롭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며 “한국 정부는 비를 맞지 말 것과 야외 활동 자제 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특히 어린이들이 위험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휴교령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느 쪽 말이 맞을까? 정부와 일부 전문가의 주장처럼 걱정할 필요가 없을까? 하미나 단국대학교 교수(예방의학과)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중앙연구소(ZAMG)는 한국 중부 지역 상공에서 7일 시간당 0.3마이크로시버트(μSv)의 낙진이 있으리라고 예보했다. ⓒzamg.ac.at

“소량의 방사성 물질, 얼마나 위험한지 아무도 몰라”

- 이명박 정부, 대한의사협회는 소량의 방사능 낙진이 포함된 이른바 ‘방사능 비’를 놓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으는데….

“그렇지 않다. 원자폭탄 피폭, 체르노빌 사고 등을 토대로 우리는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많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어른보다는 어린이가, 남성보다는 여성이 방사성 물질의 독성에 취약하다. 어린이, 여성에게서 백혈병, 갑상선암과 같은 방사성 물질의 영향으로 발생한 암이 더 많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해 한반도로 유입된 방사성 물질의 위험은 어느 정도일까? 방사성 독성 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위험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일정한 방사선량 이상 노출이 되었을 때 발생하는 위험이다. 흔히 ‘급성 방사성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방사성에 노출되고 나서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고, 출혈이 생기다 심해지면 사망하는 경우다.

다량의 방사선 물질에 노출되면 수분 혹은 수시간 후에 발생하는 증상이다. 이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려면 적어도 1시버트(1Sv=1000mSv, 1mSv=1000μSv) 이상의 방사선량에 노출이 되어야 한다. 그 이하의 노출에는 이런 심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태아는 어떨까? 태아에게 기능 장애, 정신 지체를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선량도 200밀리시버트(mSv, 200000μSv) 이상이다.

남성에게 불임을 야기하는 방사선량도 수백 밀리시버트 이상이다. 방사선량이 이보다 낮은 경우에는 혈액 검사 결과를 살펴봐야, (적혈구, 백혈구 등의) 모든 혈구 수가 감소하는 것과 같은 미미한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방사선량이 최소한 100밀리시버트 이상이 되어야 눈에 띄는 방사성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0.3마이크로시버트의 방사능 낙진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 아닌가?

“그게 그렇게 간단치 않다. 방사성 독성 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또 다른 위험이 있다. 바로 즉시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10~20년 후에 암을 유발하거나, 혹은 유전자 변형을 일으켜 다음 세대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알다시피, 이 위험은 ‘불확실’하다.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방사선량에 얼마나 노출되었을 때 위험이 발생하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미국 국립과학원 등 다수의 보건 기구는 ‘암이나 유전 질환이 생길 위험은 노출된 방사선량에 비례해서 커진다’라고 의견을 모은다. 이런 의견을 염두에 두면 극미량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상태(연령, 성별, 유전적 특성)에 따라서 암을 유발할 수 있다.”

- 원자력 산업계의 일부 전문가는 극미량의 방사선량은 오히려 건강에 좋다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렇다. 실제로 극미량의 방사선량은 몸에 좋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주로 원자력 산업계에 이해관계를 갖는 전문가들이 이런 주장을 펼치는데, 선진국 중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프랑스 보건 당국이 이런 견해를 공식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아까도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선진국의 전문가는 이런 주장을 부정한다.

요약하면, 100밀리시버트 이하의 소량의 방사선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사전 예방의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다. 아무리 적은 방사선량이라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니, 바로 이 점을 고려해서 공중 보건 정책을 수립해야 사회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방사선 노출에 진짜 ‘안전 기준’은 없다”

- 1년에 노출되는 방사선량 1밀리시버트, 이게 안전 기준 아닌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1년에 1밀리시버트, 이것을 방사선량 노출의 기준으로 삼는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 기준은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다. 즉, 1년에 1밀리시버트까지만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절대 안전하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원칙적으로는 방사선량에 전혀 노출이 안 되어야 하지만(0) 이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최소한의 목표치로 1밀리시버트를 정해 놓은 것이다.

1년에 1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은 암 환자가 발생할 확률이 1만 분의 1에서 10만 분의 1까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다. 대략 이 정도를 한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수준으로 정한 것이다.

이걸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면 어떨까? 4800만 명 전 국민이 연간 1밀리시버트의 방사선량에 노출되면 암 환자가 480(10만 분의 1)~4800명(1만 분의 1)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만약 100마이크로시버트면 암 환자가 48~480명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개인이야 위험에 대한 감수성이 어떤지에 따라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가 수천 명의 암 환자가 추가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을 방치하는 건 심각한 문제 아닌가?”

- 지금 한국 정부의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지금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로 사람이 얼마나 방사선량에 노출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방사선량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그 위험이 얼마나 큰지도 판단할 도리가 없다. 왜 이런 상황이냐면, 잘 알다시피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는 모든 경로가 모니터링 되고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 중의 방사성 물질의 농도 측정이 전부인줄 아는데, 더 무서운 것은 식수, 식품 을 통해서 우리 몸으로 유입되는 방사성 독성 물질이다. 섭취해서 배설될 때까지, 혹은 몸속에 축적된 방사성 독성 물질이 방사선을 내뿜는 게 훨씬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식수, 식품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전혀 하지 않으니 그것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냐면, 당장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유출될 가능성이 큰데 원근해에서 잡은 어·패류가 방사성 물질에 얼마나 오염되는지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환경부가 관리하는 식수의 경우에는 방사성 독성 물질에 대한 기준조차 없다. 원자력 육성에 몰두하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안전 관리까지 독점하다 보니 정작 보건복지부, 환경부는 손 놓고 구경만 하는 실정이다.

당장 방사능 낙진이 포함된 비가 오고 나면 지하수, 하천이 방사성 독성 물질로 오염될 테고, 그것이 식물, 동물을 통해서 인체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데 최소한 모니터링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당장 체르노빌 사고 때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우유, 양젖을 애들이 먹어서 갑상선암을 유발한 예가 있다.”

- 당장 방사능 낙진이 포함된 비가 내리면 시민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단은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일부러 맞을 것까지야 없으니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하고 비를 맞지 않고. 또 비를 맞으면 씻고. 개인 차원에서는 그렇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앞에서 얘기했듯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는 다양한 경로를 모니터링해서, 지금 한국이 어떤 위험 상태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시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

/강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