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신문 “안전성 버리는 정부에 분노” 공청회장 퇴장, 약사회, ‘국민 불편, 약국에서 해소하겠다’

“안전성 버리는 정부에 분노” 공청회장 퇴장
약사회, ‘국민 불편, 약국에서 해소하겠다’  입장발표

parkangel@yakup.com    

기사입력 2011-07-15 14:05     최종수정 2011-07-15 14:24

“절차와 형식을 무시하고 정해진 시간에 짜맞추는 일방통행식 공청회는 요식적이고 절차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폭력에 다름 아니다. 정당성을 무시하는 정부의 형태에 대해 분노하며, 퇴장하는 것으로 분노를 표시하고자 한다.”

약사회가 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문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공청회장에서 퇴장했다.

대한약사회는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약국외 판매 의약품 제도 도입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공청회가 시작된 직후 성명서와 의견서를 발표하고 공청회장을 빠져 나갔다.

의견서를 통해 대한약사회는 의약품 슈퍼판매가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는 이름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의약품 구입에 있어 국민 불편은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성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의약품 구입의 편의성과 사용의 안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우선 의약품 슈퍼판매가 동네약국 폐업으로 이어져 국민의 약국 접근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중인 감기약을 비롯한 소화제, 해열진통제 등이 약국 밖으로 나가게 되면 처방건수가 적은 52.6%의 약국(4,000여개)은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약사회는 국민 불편은 약국에서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약국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야간과 휴일에 약사회와 약사들이 자발적으로 연장 근무를 결의했으며, 의약품 안전관리에 있어 약사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전했다.

약사회는 이와 함께 카페인 오남용 문제도 지적했다.

박카스를 슈퍼에서 팔게되는 문제는 카페인이라는 성분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자유롭게 사용된다는 점이라면서, MSG와 같은 조미료 사례처럼 무수 카페인의 중독속에서 사는 환경이 된다고 언급했다.

국민 불편해소를 위해 약국외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논리는 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고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슈퍼에서 팔리는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것이 약사회의 지적이다.

약사회는 편의성 보다 국민의 건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의약품 사용에 있어 위해요인을 제거해야 하고, 의약품에 대한 관리에 만전을 다한다면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약사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일방적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정책 추진에 대한 대한약사회의 의견

오늘 대한민국의 6만 약사 일동은 약사의 기본적인 전문성을 무시하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약품의 약국외 판매 정책과 3분류 약사법 개정 정책 추진에 대해 깊은 분노의 뜻을 밝힙니다.

특히 절차와 형식을 무시하고, 정해진 시간에 짜맞추는 일방통행식 공청회는 이미 결정된 정책에 대한 요식적이고 절차적인 행위에 불과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에 보장되어 있는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한다는 것은 폭력에 다름 아닙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절차의 정당성을 무시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분노하며, 본 공청회에서 퇴장하는 것으로 우리 약사들의 분노를 표시하고자 합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와 여론몰이를 통한 압박 속에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40여년간 지켜왔던 경제성에 우선하는 국민 건강권 지킴이로서의 역할과, 편의성에 우선하는 의약품의 안전성이라는 철학을 버렸습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의약품의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철학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오늘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편의성만을 강조하면서, 안전한 의약품 관리라는 원칙이 자본과 시장의 논리 앞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의 건강을 국민 스스로 지켜야 한다면 정부의 역할은 어디에 있으며,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누가 신뢰할 것입니까? 국민불편 해소를 위해 약국 외에서 의약품을 팔게 해야 한다는 논리는 의약품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고 국민건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심야시간대 국민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저하되는 문제는 슈퍼에서 약을 파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정부가 공중보건의와 공중보건약사를 활용한 심야시간의 공공보건의료센터를 가동해서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약사들은 이러한 체계가 가동되기 전이라도 국민의 불편에 눈 감고 있지 않겠습니다. 당번약국의 철저한 운영과 자발적인 약국 근무시간의 연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이를 해소해 나갈 것입니다.
무소신으로 얼룩진 정부 정책에 대한 분노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국민을 위하고 국민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접지 않을 것입니다.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정책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약국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약국의 생존권은 기득권이 아니라 약국의 접근성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최소한의 약사 전문성을 부정하고 약국의 존립기반을 파괴하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 정책은 당장 철회되어야 합니다.

전국의 6만 약사들은 향후 의약품의 약국외판매 저지를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며, 무분별하고 조급한 정부정책이 가져올 문제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작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청와대와 경제부처 그리고 떠밀려가고 있는 대한민국 보건복지부의 무너진 철학을 반드시 바로 잡을 것입니다.

공청회장을 떠나는 우리의 발걸음이 훗날 국민건강을 위한 큰 걸음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국민의 건강을 위해 약사에게 부여된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11년 7월 15일
대한약사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