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 노출땐 위험성 알고도…
경찰 ‘최루액 물대포’ 쐈다
[한겨레] 이승준 기자
등록 : 20110717 19:46 | 수정 : 20110717 22:19
국과수에 성분 감정 “운동장애·구토 원인” 보고 받아
» 길바닥에 최루액 ‘줄줄’=경찰이 지난 10일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해산시킨 뒤 진압에 사용한 최루액을 길에 버리고 있는 사진이 트위터에 올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당일 현장에 동원된 물포 중 1대가 집회상황이 끝난 후 서울로 복귀하기 위해 최루액 밸브와 색소밸브를 잠그고 물탱크에 남아있는 맹물을 버리려고 하던 중 노즐에 남아 있던 색소섞인 최루액이 흘러나왔다”며 “(방류를) 즉시 중단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 @assa76 갈무리
지난 10일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뿌려졌던 최루액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성분분석 결과,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인체에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민주당 장세환 의원실이 국과수로부터 받은 ‘최루제품(PAVA) 성분감정 내용’을 보면 국과수는 ‘파바’의 약 68%를 차지하는 이소프로필알코올이 “흡입의 경우 코와 목에 약한 자극을 주며, 졸음, 두통, 운동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섭취 시에는 졸음, 위통, 경련, 구역질, 구토,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며 “과도한 폭로는 의식불명과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고 밝혔다.
성분감정은 경찰청의 의뢰로 지난해 4월과 7월에 걸쳐 파바 제품과 실제 물포에 사용되는 최루액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경찰이 도입한 스위스 제품인 파바는 이소프로필알코올(프로판-2-올) 68%, 노니바마이드(Nonivamide) 10.7%, 에틸에스테르(ethyl ester) 11%로 구성됐다. 이소프로필알코올은 노니바마이드를 녹이는 ‘유기 용매’로 세척제, 소독제 등에 쓰인다.
이에 대해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산업의학 전문의)은 “이소프로필알코올이 68%나 차지하는 물질을 물대포로 불특정 다수에게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물대포로 살포했을 때 피부의 취약부위에 스며들 경우 위험할 수 있고, 노약자·어린이·환자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도 “파바가 스프레이에 비해 물대포로 노출되었을 경우 유해물질 노출 시간이 길어질 수 있고, 물줄기의 물리적 압력으로 인한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물대포를 맞은 사람들뿐 아니라, 물에 포함되어 증발된 유해물질 증기가 광범위한 대상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국과수에서 이야기하는 ‘과도한 폭로’는 밀폐공간에서 사용되거나 45ℓ 이상의 과도한 양을 마셨을 때처럼 극단적인 경우”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소프로필알코올의 경우 소독제에도 쓰이는 물질로 이번에 사용할 때도 물 4000ℓ에 최루액 27ℓ를 섞어 0.66%의 아주 낮은 농도로 사용했고, 영국의 기준치는 3%”라고 말했다. 최루액이 포함된 물대포 사용의 안전성 여부에 대해 경찰은 “파바를 도입하며 담당 간부와 요원들이 직접 맞아보는 실험도 했다”며 “물대포의 거리와 압력은 시위 해산을 위한 지침대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