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외교부 “영리병원 폐쇄때 한-미 FTA 위반”

외교부 “영리병원 폐쇄때 한-미 FTA 위반”
[한겨레] 정은주 기자  

등록 : 20110809 20:45 | 수정 : 20110809 22:30                
‘투자자-국가제소’ 땐 패소 가능성 언급
정부 설명과 달라…의료비 올라도 손 못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제주와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설립되고 나면, 추후에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영리법인 허용 방침을 철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 방침 철회를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에 따른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대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건·안전·환경 등 공공복지와 관련한 비차별적 조처는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아 제소 대상이 아니라던 정부의 기존 설명과도 어긋난다.

9일 외교통상부가 박주선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자료를 보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보건의료서비스는 개방하지 않았지만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은 예외”라며 “영리병원을 제주 등에 설립해 운영하다가 별도의 보상 없이 (정부가) 폐쇄하는 경우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심대한 침해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돼 있다. 예컨대 영리병원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돼 제주 등에 영리병원이 설립될 경우, 의료비 과다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정부가 막대한 규모의 보상금을 주지 않는 한 영리병원을 다시 규제하거나 철회하는 정책을 펼 수 없다는 얘기다. 영리법원의 투자자가 정부의 정책 때문에 손실을 입었다며 우리나라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제소를 청구할 경우 패소할 가능성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리병원을 제주와 경제자유구역에 시범 실시한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영리병원의 축소는 불가능하고 확대만 가능해진다”며 “영리병원 탓에 의료비가 올라가도 정부가 이를 제재하는 보건의료정책을 더는 펼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