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뇌막수술 감염’ 두번째 CJD 환자 확인

뇌막수술 감염’ 두번째 CJD 환자 확인
[한겨레] 김양중 기자    

등록 : 20111208 20:46                

첫 사례처럼 독일산 ‘라이오듀라’ 88년 이식
87년 사용금지에도 수입·재고 등 관리 안돼
질병관리본부 “의심환자 210명 추적 확인중”

독일산 뇌막인 ‘라이오듀라’를 이식받은 뒤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린 사례가 국내에서 두 번째로 공식 확인됐다. 특히 이번에 새로 확인된 환자의 경우, ‘라이오듀라’가 시제이디를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돼 사용이 중단된 지 1년 뒤에 이 뇌막을 이식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7월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자연발생한 산발성 시제이디로 신고된 환자(48·남)의 수술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독일산 뇌막인 ‘라이오듀라’를 이식받은 사실이 확인돼 의료행위에 의한 시제이디로 재분류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한 여성(54)이 1987년 ‘라이오듀라’를 이식받은 뒤 시제이디에 걸려 지난해 11월 숨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추가로 발표한 환자는 1988년 5월 머리 부분에 외상을 입어 뇌 조직에 출혈이 생겼으며, 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독일산 뇌막을 이식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 기억 이상, 어지럼증 등으로 병원을 찾아 결국 의료행위에 의한 시제이디로 진단된 이 환자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입원중이다.

문제는 첫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환자에게 이식된 뇌막이 어떤 경로로 수입돼 쓰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1987년 미국에서 이 뇌막의 이식에 의해 시제이디가 발병했음이 처음으로 확인된 뒤 전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됐음에도 국내에는 수입이 된 것인지, 아니면 이전에 수입된 재고품이 쓰였는지 확인할 수 없는 형편이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신경외과 전문의 등에게 문의한 결과 이 환자처럼 뇌출혈이 생겼을 때 뇌막을 이식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다”며 “이 때문에 뇌막 이식 수술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판단해 처음엔 산발성 시제이디로 분류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또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법정감염병신고체계를 통해 신고된 시제이디 환자 210명을 비롯해 전국 병원의 의무기록을 통해 확인 가능한 시제이디 환자들을 대상으로 독일산 뇌막 사용 여부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와 함께 신경과학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에도 산발성 시제이디로 의심되는 환자들이 과거에 뇌막이나 각막 이식 수술 등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의 발표를 보면 당시 독일산 뇌막의 수입 허가 및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1987년 이후에도 뇌막 이식 수술을 받았다면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게다가 의료행위에 의한 시제이디는 사람에게서 추출한 성장호르몬 투여, 각막 이식 수술, 시제이디 환자를 수술한 수술 도구에 의해서도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