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싱겁게 끝난 ‘통합건보 위헌 소송’

싱겁게 끝난 ‘통합건보 위헌 소송’

[한겨레] 김양중 기자    

등록 : 20111209 08:42                
의협 “부과방식 달라 직장 가입자 부담” 주장에
재판부 “재정통합 헌법소원까지 할 필요 있나”

“건강보험 직장·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과 방식이 다르다고 건강보험 재정 통합에 대해 헌법소원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민건강보험 재정 통합’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의 공개변론에서 한 헌법재판관은 이렇게 지적했다. 이 헌법소원은 건보 재정 통합이 위헌이라며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낸 것이다. 이날 변론에서 재판관들의 질문은 청구인인 의사협회 쪽에 집중됐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할 현실적인 대안이 있는지, 재정 통합으로 직장가입자가 손해를 봤다는 통계적인 근거가 있는지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결국 건보 통합의 위헌 여부를 두고 청구인과 피청구인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이날 공개변론은 다소 싱겁게 끝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청구인 쪽에서도 건강보험 재정 통합 자체보다는 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의협 쪽은 직장·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다른 상황에서 재정을 통합해, 소득 파악이 어려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직장가입자가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직장은 급여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기 때문에 투명한 부과가 가능하지만, 지역은 소득 파악률이 낮기 때문에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의협 쪽 공술인인 이규식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은 “상이한 부과체계는 결국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보 재정 통합으로 건보의 보장성이 더 좋아지고, 건강공단의 관리운영비 역시 크게 절감됐다고 반박했다. 보험료 부과체계도 개선돼 직장·지역 가입자의 형평성 문제도 점차 해소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공단 쪽 공술인인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건보 통합으로 소득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같은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변론에 앞서 ‘의료민영화 저지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등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위헌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결국 건강보험을 2000년 통합 이전처럼 소득 수준에 따라 분리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의료 이용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