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광우병은 위험성 낮다’? 거짓말!”
광우병 전문가들 “당장 수입 중단 조치 취해야”
채은하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04-27 오전 9:24:12
미국에서 네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됐음에도 한국정부가 검역 중단, 수입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자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와 농림수산식품부, 보수언론 등은 ‘국민 건강에 영향 없다’,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 는 등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회,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은 26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정부와 보수 언론 등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던 약속도 어기고 있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다”면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 중단을 넘어 즉각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등과 체결한 수입 조건은 모두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 또는 검역 중단을 명문화해 놓고 있으나 2008년 미국과 체결한 수입위생조건에는 이러한 조건이 없다”면서 “한국정부가 검역 중단 조치도 못하는 것은 이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수입 위생 조건 자체에 있다. 재협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전문가들의 기자회견을 정부 발표에 반박하는 방식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우리나라에 젖소 들여오지 않는다” vs “거짓말”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 : 이번 광우병은 젖소에서 발생했는데, 우리는 젖소를 들여오지 않고 특히 30개월 이상 연령이 지난 소는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고 있다. 지금 수입하는 쇠고기가 국민 건강에 위험을 준다고 판단할 징후는 없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 한국의 수입 위생조건 어디에도 ‘젖소는 수입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 미국에서도 젖소 역시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30개월 미만의 불임, 거세 수소 등이 식용으로 수입되고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실장 : 젖소도 새끼를 낳지 않은 30개월령 이하 소는 고기소로 팔리고, 햄버거 패티 원료로 쓰이는 간 쇠고기로 유통된다.
미국에서 처음 발생한 광우병 발병 사례가 젖소였는데, 이때는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다. 캐나다의 광우병 발병 18건 가운데 10건도 젖소였고, 일본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도 젖소다. 다른 나라 젖소에 광우병이 발견됐을 때는 문제를 삼아왔다. 젖소라서 문제 없다는 것은 광우병 위험을 모르는 비과학적 견해다.
“‘비정형적 광우병’ 전염 위험 낮아” vs “영장류 전염 나타나”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 이번에 광우병이 발생한 소는 30월령 이상이고 비정형적 광우병인 점을 고려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여인홍 농림수산부 식품산업정책실장 : 비정형적 광우병의 경우 감염 가능성이 낮다.
박상표 : 광우병은 정상적 프리온 단백질이 변형되면서 나타나는데, 분자량이 일반적인 경우와 다를 경우 비정형적 광우병이라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100건 정도 발견됐고,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에서 여러차례 발병됐다. 비정형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과학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고 인간에의 전염 가능성은 규명해야 하지만, 동물 실험에서는 비정형 광우병도 전염성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장류 전염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자에 따라서는 비정형 광우병이 계속 발견되는 것은 광우병은 사료만으로 통제할 수 없고, 박멸하는데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석균: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비정형적 광우병도 전염성이 있다는 데에는 별 논란이 없다. 비정형적 광우병도 식품체계에 들어가면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농림부 관계자들은 비정형적 광우병이 위험하지 않다는 식의 괴담을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
“검역 확대하겠다” vs “광우병은 검역으로 나타나지 않아”
농림수산식품부: 검역을 강화해 전체 수입 물량 중 3%를 골라 실시하는 검역 대상을 10%로 확대하겠다.
우석균 : ‘검역 강화’가 마치 광우병을 검사해낼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광우병은 도축 시에 소의 뇌를 검사하는 것 외에는 밝혀낼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 없다. 한국에 들어오는 뼈나 갈비, 살코기 등을 두고 광우병 감염 여부를 밝혀낼 방법이 없다. 한국에서 검역을 강화한다는 것은 광우병에 대한 안전 조치가 되지 못한다. 검역 중단, 수입 중단 조치가 유일한 방책이다. 그럼에도 검역 강화가 대안이 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 ⓒ뉴시스
“통상마찰 우려” vs “국제법, 국내법상 권한 충분”
농림수산식품부 : 미국에서 제공한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보니 과학적인 근거 없이 검역중단 조치 등을 취하면 통상마찰 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현재 국제법 상, 국내법 상 수입을 중단할 권한이 확보되어 있다. 한국 정부가 검역 주권 행사를 포기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무역기구 위생검역협정 5조 7항은 ‘관련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즉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왜 발생했는지, 어떤 농장에서 생긴건지, 젖소는 어떤 상태인지 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확보되지 못한 경우 ‘입수 가능한 적절한 정보에 근거해서 일시적 수입 중단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모든 위험이 밝혀진 이후에 수입 중단을 가능케 한다면 뒤늦은 조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 촛불시위 결과로 반영된 수입 위생 조건 부칙 6항에도 한국이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당시 국회가 제정한 가축 전염병 예방법 32의 2는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한 경우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한국이 가입한 국제 규범, 미국과의 협정, 농림부 고시, 가축 전염병 예방법 모두 수입 중단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정부의 권리일 뿐 아니라 의무다.
애초에 검역 주권을 다 퍼줬던 협상이었다. 그러나 2008년 당시 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의 요구, 시위 이후 기소되어 벌금 물고 고통 겪은 그들의 땀과 눈물이 있어 그나마 우리가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시민들이 염려한 상황이 생겼다. 2008년 고통받았던, 정당한 요구조차 치부되고 사회의 존재해서는 안될 이들처럼 처벌 된 이들에 대한 사면이야 말로 이명박 정부가 정부로서의 정당성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정부에 정보 요청 중” vs “정보 공개하라”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 : 지금 미국 측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있다.
박상표 : 현재 미국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정부는 극히 제한적이다. 알려진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랜더링 공장(가축의 시체를 수집해서 육골분 사료를 만드는 공장)의 중간 저장소에서 발견됐다는 것과, 나이는 미국도 확실히 모르나 30개월을 넘으리라는 추정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3400만 두를 도축했는데 이중 0.27%, 4만두 가량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 이 검사의 랜덤 샘플링에 이 소가 걸려서 양성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어느 농장인지, 어떻게 감염됐는지도 밝히지 않고 ‘안전하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송기호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정부에 미 광우병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미국 정부가 이번 광우병소 발견과 관련해 한국에 사실 관계를 통보한 문서가 있는지, 어떤 내용인지 △광우병 발병 소의 연령이나 사육 농장의 이름 등 한국에 꼭 제공되어야 하는 정보가 제공됐는지 △한국 정부가 스스로 원인 규명을 위해 추가적인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 △사료 정책 등 미국의 광우병 통제 정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 △미국의 도축장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 보고서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청구다.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