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광우병 상당한 규모일 수도… 검역으로 해결될 문제 아니다”

“광우병 상당한 규모일 수도… 검역으로 해결될 문제 아니다”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 “MB정부, 검역주권 포기했나”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었지만 청와대는 국내 검역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건강권이 우려되는 상황에, 스스로 “광우병 소가 발생할 경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가 국민의 건강권과 국민과의 약속을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이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와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검역중단을 넘어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소는 젖소로 국내에서는 젖소를 수입하지 않는다”거나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이 비전염성”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미국은 아주 낮은 비율의 일부 소를 대상으로 검역을 하기 때문에 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젖소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미국 등에서 대부분의 젖소는 사료로 이용되거나 고기로 팔리는 경우도 있다”며 “광우병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전염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세계 각지에서 비전염성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다”며 “과학적으로 규명할 내용이 많고 대체로 비전염성도 전염된 사례가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정부가 비전염성이라는 점을 들어 위험하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지만 이는 괴담”이라고 지적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와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한미FTA범국본 등 시민단체들이 미국 광우병 소 발생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상근 기자 dal@

따라서 이들은 최소한 검역중단, 애초 청와대의 약속대로 수입중단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정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이명박 정부는 초지일관 국민과의 소통을 버리고 불화를 자초하고 있다”며 “4년 전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며, 국익이라며 결국 수입을 강행했던 이명박 정부이지만 안전하지 않음이 드러났고 국익이 대체 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미국과 미국 축산업체의 논리를 대변하고 몇 번이나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 하겠다는 약속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명백한 직무유기로 향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정부 관계자들을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받을 시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국내·국제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검역주권을 포기했다”며 “그나마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검역주권도 지난 2008년 촛불에 헌신한 분들이 지켜낸 것으로, 그들의 명예 회복과 사면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서민들은 동네 식당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사먹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개 왜 강력한 검역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FTA도 날치기 후 불합리조항을 재협상 한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쇠고기 문제도 한미FTA 패키지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우석균 실장은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하지 않는다’며 ‘안전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그 30개월을 얻기 위해 촛불이 들고 일어선 것”이라며 “PD수첩 등 언론보도도 위험성을 알리다가 명예훼손을 당하고 많은 시사교양PD나 기자 등 언론인들이 잘려나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광우병소의 발견은 단지 한 마리가 아닌 미국에 광우병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며 “광우병 검사는 오직 도축시에만 소의 뇌에서 직접 검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검역을 강화해도 아무런 의미없는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음이 드러난 상황에서 즉각 수입중단과 이미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을 중단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 건강권은 거래대상이나 무역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최소한의 국가 존재조건인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자세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