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달갑지 않은 보건소 확충…진료만 없다면
서울시 공공의료 워크숍 열고 시민들 요구안 청취
황인태기자 ithwang@medipana.com 2012-07-11 06:33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 모델을 만들어 달라.” “보건소가 예방이나 교육 등의 영역을 맡아 민간의료기관과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 “응급의료기관의 공백이 없도록 해달라.”
1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공공의료 마스터플랜 정책워크숍’에는 서울시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시민들의 요구안이 쏟아졌다.
이날 워크숍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자리에 참여해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먼저 서울시 김창보 보건정책관은 그동안 서울시가 준비해온 ‘공공의료 마스터플랜’을 소개하며, 보호자 없는 병원, 보건지소 확충, 감염병 대응센터 설립 등 공공의료 확대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워크숍에 참석한 시민들은 보다 강력한 공공의료 확대 계획안을 요구했다. 서울시의 제시안으로는 시민들이 참여통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료생협연대 임종환 대표는 “서울의 보건의료 내용은 풀뿌리 사회 조직이 중심으로 골격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민 참여부분이 상당부분 빠져있다”면서 “보다 공공부분에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대표는 “보건지소가 5개 정도 확충되는 것으로 필요 서비스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의료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의료체계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실장도 “서울시가 공공적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간 것은 큰 의미이지만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최소한 일년에 보건지소 50곳과 시립병원 10곳을 지어야 시민들이 찾고,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시립병원은 한번 지어놓으면 어디 가지 않고 지속적으로 돈을 벌면서 알아서 굴러가기 때문에 시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는 오는 2017년까지 시립병원 1곳과 2012년 보건지소 5곳, 2013년 10곳의 보건소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5곳의 보건지소 설립을 위해 86억 1,400만원의 예산을 상정 처리했다.
보건소 확충계획은 의료계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보건소의 진료기능으로 인해 65세 이상 노인환자와 소아환자 등이 의원보다 보건소를 찾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반면 보건소의 진료기능을 버리고, 예방과 건강증진 중심 개편은 의료계에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워크숍에 참석한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도 환영의 뜻을 밝히며 “예방과 교육 등을 공공의료에서 담당하고 안되는 것은 민간의료기관에 맡겨, 같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우수한 민간의료기관의 자원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 회장은 “서울시의 공공의료 정책과 관련해선 언제든지 의견의 자리를 마련한다면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실질적인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 확보에 신경을 써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보건의료노조 유지현 위원장은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의 경우 간호사 인력확충으로 설계돼 있는데 문제는 예산과 인력확보”라며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는 방안 모색과 함께 믿을 수 있는 의료형태가 될 수 있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도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노조대표, 의약인단체, 시립병원장, 보건소장 등 총 41명의 발언 후 박원순 시장은 “의료의 공공성을 어떻게 채우는가는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브라질 병원 체험 일화를 소개했다.
박원순 시장이 브라질 시립병원을 간 적이 있는데 진료비가 일체 무료였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라고 생각한 나라에서 의료서비스를 받고 충격을 받은 것.
박 시장은 이같은 일화를 소개한 뒤 “공공의료 확대는 예산보다 철학과 원칙의 문제라고 느꼈다”면서 “앞으로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