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산업을 재벌과 다국적기업에 넘기는 것이 개혁인가?
– 김대중 정부의 시장만능주의에 입각한 공공부문구조조정은 정당화될 수 없다! -
외환위기 이후 수없이 단행된 구조조정은 수많은 노동자를 길거리로 지하도로 내쫓아 왔다. 무엇을 위한 구조조정인지 되돌아보지도 않고 묵묵히 일해왔던 노동자와 그 가족들만 희생해온 구조조정이었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 기간산업에도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었다. 이미 각 군 단위 의료원 및 보건소의 구조조정을 통해 기본적 공공의료의 틀거리까지 뭉개버린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이제 국가기간산업을 내다파는 지경에까지 왔다. 흡사 구한말 제국주의 열강에게 각종 이권사업을 팔아먹었던 것처럼. 집안 대들보까지 팔아치우려는 것이다.
정부와 시장만능론자들은 민영화의 이유로 ‘적자’와 ‘비효율성’을 든다. 그러나 우리가 늘 접하는 시내버스는 전부 ‘민영’이지만 늘 적자 타령이고 때마다 요금인상과 정부지원을 요청하지 않는가? 철도가 민영화가 되면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적자선 폐지’ ‘철도요금 현실화’ 등으로 경영부실의 책임을 국민과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너무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영화를 위한 인원 감축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필연적으로 일터에서 내쫓기거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도 철도 노동자의 노동강도 및 산재 발생율은 타업종과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 높다. 특히 24시간 맞교대 체제은 인간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제도로서 야만이라는 말로밖에 설명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철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며, 민영화는 이를 더 부추길 것이다.
다른 공기업인 발전과 가스공급도 마찬가지이다. 전기에너지원의 상당부분이 수입원유와 원전에 의지하는 현실에서 공적자금의 완충지대나 공공영역의 책임이 사라진다면 에너지파동과 원전사고에 대한 국민의 직접비용부담과 위험분담이 늘어날 것은 당연지사이다.
결국 공기업의 민영화 매각은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높이는 방법도 아니며 노동환경과 현실임금이 높아지는 방법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공기업 민영화는 결국 노동자에겐 고용불안정과 산업재해를, 국민에겐 요금인상과 사고위험만을 줄 뿐이다.
우리는 공기업과 공공부문의 개혁을 바란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이른바 ‘구조개혁’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재산을 재벌과 외국기업에게 넘겨주고 관료주의를 철폐하기는커녕 낙하산인사는 온존한채 필수하위직만 거리로 내몰고 있다. 공공부문 개혁은 시스템의 민주화, 자율책임체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내부 의사결정의 민주화와 공적인 감시체제(시민단체 등의 감독기능 등을 통한 경영투명성 제고) 구축이지 국민의 재산인 공기업을 장사꾼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믿는다. 공공병원 민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시장만능주의에 입각한 공기업 민영화방안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2002. 2. 27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