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 ‘중소별원활성화방안’ 에 대한 논평

□ 논평

<정부 “중소병원활성화방안”에 대한 논평>

정부는 국민건강 외면한 채 병원수익 챙기기로 일관하고 있는 ‘중소병원활성화방안’을 철회하라!

보건복지부는 최근 중소 병원의 경영위기로 인한 2차 진료기관의 연쇄 붕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중소병원활성화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병원활성화방안은 의료의 원래목적인 국민건강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기보다는 병원의 수익을 보전하는 데에만 급급한 안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병원활성화방안’은 국민건강에 심대한 후퇴를 가져올 것이 분명한 안으로 우리는 심각한 우려와 반대의 뜻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 먼저 우리는 과연 중소병원의 경영이 정말 그리 어려운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병원의 경영이 악화되었다는 정확한 통계도 없을뿐더러, 어느 정도 악화되었으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오히려 몇몇의 통계는 병원 경영의 악화가 심화되었다는 의약분업 이후 병원의 수익은 여타 의료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전되었다는 통계조차 있는 상황이다. 병원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병원 경영자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받아들이고 있는 중소병원활성화 방안의 추진은 사회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중소병원활성화방안’에서 우선적으로 우려할 만한 것은 필수 진료과목의 축소이다. 중소병원이 2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진료를 수행할만한 기본적인 필수과목의 임상능력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의료법 개정에 의한 치과, 방사선과 제외를 시작으로 이제 5개 필수과목 중 3개만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2차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한다.

●‘중소병원활성화방안’은 진료진의 확보와 기존의 시설 이용을 위해 ‘상주의사제/병원시설임대제’를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병원시설을 개원의에게 임대하는 제도인‘상주의사제’는 미국의 예에서 분명해 진 것 처럼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초래하여 의료비의 사회적 낭비만을 부추길 것이다. 물론 이는 또다시 어떤 형태로든지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나아가 병원활성화 방안은 특진제(지정진료제)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여 사실상 모든 진료를 특진제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 한다. 우리는 특진제를 통한 의료에 있어서의 불평등의 심화를 반대하며 더군다나 모든 진료가 특진제로 전환되어 환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 병원활성화 방안은 또한 병원 시설의 일부를 요양시설로 바꾸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하려한다. 그러나 요양시설로 되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관리 지침, 그리고 실제적인 관리와 통제가 필수적이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적 관리의 방안도 없이 병원의 요양시설로의 인가변경을 허가하는 것은 현재 각급 요양시설들이 ‘요양’이라는 이름아래 얼마나 비인권적이며 전근대적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가를 볼 때 병원의 수익을 위해 환자들의 인권과 건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운영되는 요양시설의 실태를 통해 볼 때 우리의 우려는 지나친 기우가 아니다.

● 병원활성화 방안은 병원운영의 비용적 요인의 압박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금융, 세제 지원등을 마련하려 한다. 그러나 병원경영수익의 보전에 급급한 직접적 재정의 지원은 오히려 병원 운영의 책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우리는 공공적 의료사업에 병원을 참여케 함으로써 병원의 수익을 보전시키는 방안만이 2차 의료기관으로서 중소병원의 사회적 역할과 재정건전화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 병원활성화 방안이 제안하는 공중보건의의 중소병원 배치의 확대 역시 올바르지 못한 방향이다. 병원 운영의 곤란함을 가져온 한 원인이 중소병원의 의사인력확보의 어려움임을 우리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의사의 수급의 불균형을 초래한 직접적 원인은 정당한 과정을 거치지 않은 보험수가의 급격한 인상과 그에 따른 의사의 동네의원으로의 급격한 이동에 있음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의 파장을 또 다른 잘못으로 메꾸어서는 안된다. 공보의는 시장적 의료가 주도하는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에서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가장 커다란 부분이며, 따라서 이 부분은 개인병원들에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동원되어야하는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 병원활성화 방안은 시설과 고용과 운영에 있어 병원의 노동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국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임금 저하와 노동강도를 높임에 따라 보건의료종사 노동자들의 안정적 고용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이러한 불안정고용은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자들이 결국 국민에게 부실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보건서비스 주체들의 참여가 배제되는 병원 운영의 유연화에 대해 반대를 표하는 바이다.

정부의 ‘중소병원활성화방안’은 결국 중소병원의 2차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1차의료기관 간의 경쟁에서 생존을 기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결국 1차-2차-3차로 연결되는 의료전달체계를 파괴하는 방안일 뿐이다. 또한 이 방안은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초래하여 사회적 비용을 늘리게 될 것이다. 결국 중소병원활성화 방안은 병원의 수익보전에 급급함으로써 의료전달체계를 파괴하고 국민의 부담만을 늘리게 되는“반건강적 대책”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소병원활성화 방안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하게 요청한다.

2002. 4. 11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