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서
초국적 제약회사엔 근거없이 퍼주고 환자주머니를 터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인가?
– 5월 3일 약제전문위원회의 근거없고 실효성 없는 약가결정에 항의한다 -
5월 3일 열린 심평원 약제전문위원회에서 노바티스는 글리벡 1 캡슐당 20,000원의 약값을 주장하였고 이에 대해 약제위원회는 ‘정부고시가였던 1캡슐당 17,862원을 그대로 적용하되 6개월후 약가를 재심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7개월을 끌어온 글리벡약값 결정에서의 정부의 무소신과 무대책이 결국 아무 대책없는 기존입장고수로 귀결된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다시한번 대한민국 정부의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이미 여러차례 지적하였듯이 애초에 정부가 글리벡에 대한 정부고시가를 17862원으로 정한 것 자체가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글리벡의 원가가 제시된 바 없기에, 결국 노바티스가 주장한 약값의 중간선을 타협안으로 제시한 것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약값을 결정하는 과정의 문제만이아니다. 정부는 정부고시가를 받지 못하겠다는 노바티스의 횡포에 대해 무대책과 무소신으로 일관하였다. 대한민국정부는 일개 제약회사가 무려 6개월간 정부의 약가정책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상황 속에서 남의 집 불구경을 하듯 침묵을 지켜왔을 뿐이다.
그런데, 6개월간 환자들과 사회단체들은 이토록 무능력한 정부를 대신하여 노바티스사 앞에서 수차례 항의집회와 항의방문을 가졌으며, 환자들의 생명을 위해 그나마 제한적인 글리벡 무상공급의 확대를 위해 싸웠고, 약품공급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한 의약품공급이라는 정부-노바티스협상을 조율해주어야 했으며, 노바티스사의 생명을 아랑곳 않는 독점이윤추구횡포에 맞설 수 있는 강제실시라는 방안을 제시했고, 이를 법적으로 청구하였다.
뿐만아니다. 노바티스가 25000원을 전세계적으로 일률적으로 받고 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해댈 때 이것이 거짓말임을 밝힌 것도 정부가 아니라 바로 글리벡 공공성확대 공대위였다.
도대체 누가 정부이고 누가 정부의 보호를 받는 국민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제 그 대단한 정부가 한 결정을 보자. 1차 약가를 고시하고 난후 마치 문제를 해결한 듯 뒷짐지고 있던 정부는, 1차 약가를 재고시 하는 것으로 글리벡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정부는 노바티스가 아무 근거없이 정부고시가를 거부해온 것에 대해 어떤 법적 근거도, 강제적 시행규정도 마련하고자 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고시가 17,000원이든 25,000원이든 정부고시가 무슨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정부의 입장은 지금까지의 무대책 무책임으로 일관한 행태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노바티스가 약가를 재차거부해도 아무 대책이 없으며 제 2, 제 3의 노바티스가 자기마음대로 약값을 받겠다고 주장해도 무방비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가감없는 지금의 현실이다.
약제전문위 결정의 더 큰 문제는 정부의 환자에 대한 책임 방기이다. 설사 노바티스가 정부고시가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환자가 부담해야할 월 60-98만원의 고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고시가대로라면 질병치료에 전념해야하기 때문에 생계수단이 전혀 없는 환자들이 최소 3년, 길면 평생을 약값만 월 60-98만원의 부담을 지게된다. 이것이 가능하리라고 정부는 판단한다는 것인가? 환자들과 공대위는 최소한 다른 희귀난치성 질환과 같이 약값본인부담금을 30%에서 20%로 낮추라고 국가인권위를 통해 제소한 바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현재 법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환자들은 정부의 보호대상이 아니고, 대한민국은 치료받을 약이 있어도 부자가 아니면 목숨을 잃어야 하는 나라란 말인가?
또한 우리는 8개월간 노바티스가 한 주권국가의 약가정책을 교란한 행위에 대해 강제실시로 맞서라고 정부에게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WTO협정에도 보장되어있는 강제실시권을 정부는 완전히 외면해왔다. 우리는 보건복지부가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인 강제실시에 대해 인지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약값을 깎자는 공대위측의 주장이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공산주의적’ 주장이라는 시대착오적 망발이 약제전문위원회 회의장에서 공공연하게 발언되는 현실속에서는 현 보건복지당국에게 강제실시는 브라질이나 미국과 같은 ‘공산주의국가’ 와는 거리가 먼 ‘자유민주주의국가’ 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글리벡공대위는 5월 3일 약제전문위원회의 초국적 제약회사가 정부고시가를 거부했을 때의 제재조치나 강제적 시행규정의 보완없이 이루어진 정부의 고시가 유지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아무런 근거없이 기존 정부고시가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노바티스에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없이 약값을 터무니없이 지불하는 행위이고 환자들에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본인부담을 지우는 행위라고 판단한다. 정부가 조금이라도 주권을 지키려한다면 초국적 제약회사에 의한 건강보험재정파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제조원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에 근거하여 약가를 책정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제반 법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노바티스가 이를 거부할 경우 약가결정권을 고수하기 위해 강제실시권을 발동하여야 한다. 정부는 또한 근본적으로 환자본인부담률을 낮추어야 한다. 이것이 정부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지키는 기본이다.
글리벡 문제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해왔다. 그리고 정부는 5월 3일 약제위원회의 결정으로 또 다시 자신의 책임을 포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묻는다. 정부는 환자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도대체 왜 한 국가의 정부가 존재하는 것인가?
우리의 요구
- 정부는 환자가 구입할 수 있는 가격으로 글리벡 약가를 인하하라
- 정부는 글리벡에 대한 강제실시를 집행하여 약가결정의 주권을 지켜라
- 정부는 글리벡을 필요로 하는 모든 환자에게 보험적용을 확대하라
- 정부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인하하라
글리벡문제해결과 의약품공공성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2002년 5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