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다국적 제약회사압력의 실체와 그에 의한 복지부장관경질 주장에 대해 진상을 밝혀라
– 정부는 의약품주권을 확고히 하여 약가를 인하하고 보험재정을 절감하라
7월 11일 이태복장관이 경질되면서 발표한 성명서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재정절감을 위한 약가인하노력에 대해 “국내외 제약산업은 심각하게 저항했고, 다양한 통로를 통한 압력을 행사”해왔으며 보건복지부장관의 경질은 이러한 압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에 약가제도개선소위원회를 만들고 이 위원회의 장에 시민단체추천 공익대표(위원장 이태수)를 두고 참조가격제나 최저가격실거래가제도의 도입을 추진하는 등 약가인하정책을 집행할 의도를 비쳐왔다.
참조가격제는 동일효능군 중 가장 높은 약값의 약제들의 사용을 제한하는 제도로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약품들이나 이들에게 로얄티를 지불하는 제품들이 집중적으로 판매의 제한을 받거나 약값을 내리도록 유도되는 제도이다. 이 때문에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소속 26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이 제도에 대해 극렬한 반대 움직임을 보여왔다. 시민사회단체의 의약분업에 대한 제안에 포함되기도 하였던 참조가격제는 이들의 반대에 부딪쳐 계속 표류하여 왔고 올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던 시범사업도 하반기로 늦추어진 상태이다.
백혈병 치료제로 알려진 다국적제약회사 노바티스의 ‘글리벡’ 약가의 논란이 알려주듯이 약가를 둘러싼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로비는 보통사람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신약약가정책에 대해 주한미국대사가 외교통상부장관을 통해 압력을 가하고 미국무역대표부가 동원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의약품을 둘러싼 주권침해행위를 통해 한국의 외국신약약가산정제도는 국민소득의 수준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음에도 약가는 미국, 스위스 등 최고 부국 7개국(미국, 캐나다, 일본, 이태리, 영국, 프랑스, 스위스)의 평균약가로 결정되는 매판적인 제도로 결정된 바 있다. 이러한 제도는 국부의 해외유출을 초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글리벡 사태에서 드러나 보이는 것처럼 한국의 많은 환자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태복장관의 경질의 진실을 우리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치열한 로비가 전개되고 약가인하에 미온적인 보건복지부 연금보험국장이 이태복장관에 의해 문책성 경질을 당하는 등 약가인하를 둘러싼 긴장된 상황이 전개되던 때에 돌연 단행된 장관경질은 그 원인이 다국적제약회사 압력이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압력이 실제 장관경질의 원인이 되었는지의 여부를 떠나 주권국가에서 어떻게 ‘다국적제약회사 압력’이 장관에게 협박으로 인식되었는가에 대한 진상과 그들의 압력의 내용과 방법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또한 우리 정부의 그에 대한 대응은 무엇이었고 그들의 압력이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일국 장관의 경질에 다국적 제약회사가 관련되어있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한 점 의혹 없이 해명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이태복장관의 경질과 무관하게 ‘다국적제약회사의 압력’ 이라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의약품관련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다국적제약회사와 그 소속국에 대한 저자세의 의약품정책이 전반적으로 제고되고 의약품주권을 확고히 지켜 국민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보험재정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태에 대한 확실한 해명과 의약품 정책에 대한 전반적 혁신을 촉구한다.
우리의 주장
정부는 보건복지부장관경질을 둘러싼 다국적 제약회사 압력의 실체를 확실히 해명하라
정부는 의약품정책과 관련한 외국의 주권침해적 압력에 대해 국민 앞에 공개하라
정부는 외국과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대한 저자세적 의약품정책을 중단하라
정부는 의약품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여 약가를 인하하고 보험재정을 절감하라
2002. 7. 11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참된의료실현을위한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