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투입은 문제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악화를 초래할 것이다.
- 정부는 연행노동자를 석방하고 병원의 노사갈등해결을 위한 공정하고 진지한 노력을 하라
9월 5일 새벽 정부는 강남성모병원, 경희대병원에 경찰을 투입, 파업중인 노동자를 전원연행하고 노동조합 간부들을 연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부상을 입고 실신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우리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노동조합과 병원당국간의 노사협상의 모든 가능성을 일시에 봉쇄하고 문제의 해결을 매우 힘들게 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우리는 먼저 정부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방법을 선택한 것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학연금 본인부담분을 둘러싼 이견으로 파업에 돌입한 두 병원의 파업은 다른 모든 병원이 일찍 합의를 본 사실에서 드러나듯이 병원당국이나 정부의 해결의지가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나 병원당국과 정부는 이번 파업이 불법파업이라고 선언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왔다. 병원당국은 대화노력을 제대로 기울이지 않은 상태에서 파업초기부터 공권력투입만을 외쳐왔고 정부는 별다른 중재노력도 기울이지 않은채 최악의 선택인 공권력투입을 행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안이한 태도가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5:4로 사실상 위헌판결이 나있고 또다시 헌법소원이 계류되어 있는 직권중재조항을 근거로 불법파업이라는 말만을 되풀이 하며 아예 노동조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가 될 수 없다. 이번 공권력 투입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문제의 확대의 시발점일 뿐이다.
정부와 문제의 두 병원당국이 노동조합을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지 않는다면 이제부터라도 당장 성실하고 진지한 협상을 벌일 것을 촉구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행노동자의 석방과 교섭당사자의 진지하고 성실한 협상 및 정부의 중재노력이 최소한 요구되는 상황이다. 자율적인 노사교섭을 보장하지 못하고 중재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채 물리력에 기대는 것은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정부가 행할 조치가 결코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부정부패를 통해 스스로의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조치는 김대중 정부가 그 말기에 들어 노골적인 노동자와 서민 탄압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가 공권력 투입에 의한 제반 조치를 철회하고 자율적인 노사대화를 보장하지 않는 한 노동자들은 물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회단체와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을 분명히 밝힌다.
2002. 9. 12.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