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건약 9월 11일 파업진압은 노동자에 대한 테러이다

9월11일 파업진압은 노동자에 대한 테러이다.

우리 사회 거대 의료기관들인 카톨릭중앙의료원 산하 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이 결국 경찰력에 의해 파업이 진압되었다. 파업 112일째의 결과는 많은 노동자의 연행과 파업요구에 대한 묵살로 막을 내린 것이다.

파업이 이렇게 길어지는 동안 병원측의 폭력행위와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었다. 파업 전 후에 성실한 교섭을 통해 노사간의 교섭력을 높이는 것이 아닌 일방적인 거부와 부당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 과정에 노사 양측의 중재자역할을 해야 할 정부는 수수방관하거나 아님 일방적인 병원측 입장에서 무더기 체포영장 발부 등 노동자 파업을 바라보는 편파적인 법률집행으로 일관하였다.

일련의 병원측과 정부간의 행보는 합리적 분쟁해결을 바라는 70여개 보건의료, 종교, 시민사회단체, 민중단체들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직권중재제도의 철폐와 보건의료노조 장기파업사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재촉하였으며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병원의 장기파업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나서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이번 장기파업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이 부당한 “직권중재제도”에 있음을 찾게 되었다. 지난 몇 년간 매년 반복되는 병원파업의 실질적 주범은 ‘직권중재제도’로서 이름만 중재이고 실제로는 병원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직권중재제도”는 이미 1996. 12. 26. 헌법재판소에서 다수의견(5:4)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 는 의견을 낸 바 있고, 지난해 11월 말 행정법원에서도 위헌이 아니냐며 헌법재판소에 ‘직권중재 위헌제청’을 한바 있다. 또한 UN산하기관인 국제노동국기구(ILO) 149차 보고서 (사건번호: 709호)에서도 강제(직권)중재제도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결사의 자유에 위반된다며 시정을 권고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수차례에 걸쳐 시정 권고를 받은 악법 중의 악법 조항이다.

이런 제도의 특성을 이용하여 병원과 정부가 벌이고 있는 심각한 부당노동행위와 불법 위법 행위의 연장으로써 이번 파업진압의 이유가 있다.

결국 이번 파업만이 아닌 내년 내후년 파업을 예고하는 제도를 바꾸고 앞으로 노사간의 성실한 교섭을 지켜주는 구체적인 제도변화가 요구된다.

이번 파업진압으로 연행된 노동자의 즉각적인 석방과 병원측의 그동안 폭력행위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시작할 때이다.

또한 우리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이루고자 한 바가 무엇인지 우리가 다시한 번 새겨 들을 때가 되었다.

이번 보건의료노조 파업투쟁은 생활임금 확보 등 자신들의 권익향상만을 목표로 삼지 않고, ‘의료의 공공성강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산별교섭과 직권중재 철폐’ 및 ‘인력확충’ 등을 4대 요구로 걸고 진행하는 투쟁이었다. 또한 불가피하게 파업에 돌입하게 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 대해 필수근무인력을 배치하는 등 병원 파업의 평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요구

1. 연행된 파업 노동자를 즉각 석방하라!!
2. 병원측의 폭력행위, 파업유도, 노조파괴공작, 불법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라!!
3.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노사관계 악화와 병원측 불성실 교섭의 주범인 직권중재제도를 철폐하라!!

2002년 9월 12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