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보사연의 외래 본인부담금 인상방안 제시에 대한
– 현재 한국 국민들의 의료비본인부담율은 OECD국가 중 최고 -
○ 1년 반 사이에 외래 본인부담율 두배 이상 올라
정부는 7일 보사연 발표를 통해 현재 외래진료비 15,000원 이하 3000원 정액, 15000원 이상 30% 정률제를 변경, 본인부담금을 45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 7월 2200원에서 3000원으로 외래 본인부담율을 36% 올린 이후 재차 50%의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 인상조치가 성사된다면 외래 본인부담금은 1년반동안 105%, 즉 두배가 넘게 오르게 되는 것이다.
○ 보사연에서도 발표되었듯이 최근 정부가 제시한 논리는 다음과 같다. ‘외래 본인부담율은 비교적 낮아 감기와 같은 사소한 질병에 대한 환자들의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많으므로 본인부담을 늘여야 하며’ ‘또한 이 금액으로 고액진료비의 본인부담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논리와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국민건강에 반하는 주장임을 우리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우리나라의 외래 본인부담율은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이 아니다.(표 1참고)
표 1 OECD 각국의 외래 본인부담율 (OECD Heath Data 2000)
Japan UK Germany Italy USA France
1998 n/a n/a n/a n/a 17.8 24.0
1997 41.5 19.6 25.4 28.7 17.7 23.9
1996 45.0 18.8 24.7 29.7 17.6 23.9
1995 45.0 18.3 24.9 29.6 17.7 24.0
1994 45.7 18.3 26.0 30.5 17.7 n/a
1993 45.8 18.3 26.1 30.1 18.1 n/a
1992 47.2 18.6 26.9 29.8 18.4 n/a
1991 47.6 19.1 26.4 29.5 18.8 n/a
1990 47.7 16.1 27.1 29.4 19.2 24.6
정부는 우리나라의 외래본인부담율을 31.4%로 발표했지만 이는 비급여부분을 제외한 수치로서 현실의 본인부담율보다 저평가된 통계이다. 게다가 이 수치로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외래 본인부담율은 낮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외래 본인부담율이 낮은 것이 아니라 높은 입원본인부담율로 인한 전체적인 고율의 본인부담율이다.
둘째 본인부담금을 높이면 꼭 필요한 의료이용(필수적 의료이용)이 제한된다.
본인부담금을 높이면 일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꼭 필요한 의료이용까지 동시에 억제된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된다. 더욱이 이러한 문제는 저소득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또한 불필요한 의료이용은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의료공급자측의 요인으로 주로 발생하는 것이지 낮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의료이용자가 의원급에서 부담하는 한번에 4,500원(약국이용료)의 부담도 적은 것이 아니다. 복지국가라면 볼라도 본인부담률이 OECD국가 최고에 머무르는 우리나라에서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행위별수가제에 대한 대책 없이 본인부담금을 높인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의료이용은 제한하면서 공급자 측의 과잉진료는 막지 못하는 현재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대책 아닌 대책일 뿐이다.
셋째 고액진료비 경감대책은 겉치례에 불과하다.
정부는 작년의 본인부담금 인상조치 때에도 소액진료비의 본인부담을 높이는 대신 고액진료비를 경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루어진 것은 소아 암환자의 외래 약가를 30%에서 20%로 낮춘 극히 미미한 조치였을 뿐이다. 본인부담금을 인상한 것에 비해 수 십 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고액진료비 경감조치만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에도 고액진료비 경감조치는 말로만 본인부담금 상한제일 뿐 과거의 유명무실한 고액진료비상환제도를 약간 변경한 것에 불과하여 이로인한 혜택은 최대로 잡아도 외래본인부담으로 늘어날 본인부담액의 1/10에도 못 미치는 액수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고액진료비경감조치는 순전히 겉치레에 불과한 조치일 뿐이다.
○ 우리나라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OECD국가중 가장 높다. (표2)
표 2 OECD 각국의 본인부담율(외래+입원) (OECD health Data 2000)
Korea UK Germany USA France
1998 41.9 10.8 n/a 17.7 10.3
1997 46.5 11.0 11.9 17.7 10.5
1996 49.5 11.1 11.0 17.4 10.6
1995 51.4 11.0 10.9 17.5 10.9
1994 53.1 11.2 11.4 18.1 n/a
1993 54.9 10.8 11.4 18.9 n/a
1992 54.6 11.1 10.7 19.7 n/a
1991 56.5 11.3 10.8 20.3 n/a
1990 53.0 10.7 11.1 21.1 10.8
○ ‘본인부담금 인상을 통한 환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 는 한국에서는 어불성설
정부의 기본적 논리는 본인부담금인상을 통해 환자들의 도덕적 해의를 막자는 논리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본인부담율이 10-20%에 머무르고 있는 서구복지국가에서, 그것도 일부 보수적 학자들에 의해 주장되는 논리일 뿐이다. 복지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국가들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러한 논리를 본인부담율이 50%에 가까운 한국에 적용한다는 것은 비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증대시키기 위한 기만적 논리일 뿐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근거없는 통계를 바탕으로 국민부담을 높이는 일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 본인부담율을 낮추어 유명무실한 건강보험을 내실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