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새 정부의 의약정위원회 설치 발상을 우려한다

<논평> 새 정부의 의약분업정책에 국민의 자리는 어디인가?
– 정부의 의약정위원회 설치의 발상을 우려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4일 대변인을 통해 의약분업 실시에 따른 현안해결을 위한 의약정위원회를 둘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는 이같은 발표에 대해 한편으로는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인식이 드러난 것으로 보아 그 취지에 일부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문제에 대한 당사자를 의약관련자만으로 한정한다는 것에서 새 정부의 보건의료문제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보건의료문제의 당사자는 의료공급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료이용자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의약분업도 정작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국민이다. 의약분업 관련문제라는 것이 전체 보건의료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결국 수가문제였으며 이로 인한 재정적자의 문제였다. 대체조제허용이나 약가의 문제도 국민생활의 부담과 불편과 직접 연결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의약간의 협의로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의료이용자들의 참여와 협의가 필수적인 문제들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김대중정부에서의 의약정협의체는 그 설치배경이 의약분업과정에서의 정부의 이해단체압력에 대한 굴복에 있다. 의약정협의체는 의약분업내용에 대한 의약계와 시민단체간의 애초의 합의가 의사협회의 폐파업등 관련이익단체의 압력으로 인해 변질되고 왜곡된 이후 합의의 한 축이었던 시민단체를 배제한 것이 그 설치배경이다. 의약계와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했던 애초의 의약분업실행위원회가 의약정협의체로 변질되는 과정이 의약분업의 왜곡과정이었고 이익단체의 압력에 대한 굴복과정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적하였듯이 보건의료계현안은 의약분업 이외에도 “산적해” 있을 정도로 매우 많다. 그리고 이 모든 사안은 의약분업을 포함하여 모든 사안이 의료이용자 즉 국민들의 직접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다. 전문가로서의 의료공급자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존중이 국민을 배제한 위원회 구성으로 귀결되는 것은 부당하다. 우리는 의약분업을 포함한 보건의료사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인식에는 찬성하지만 그 위원회를 시민의 자리, 의료이용자의 자리를 배제한 채 구성한다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새 정부의 보건의료문제의 해결을 위한 위원회는 의료공급자와 의료이용자가 최소한 동수로 참여하는 위원회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2003.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