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미국은 이라크 공격을 중지하라. 대한민국 정부는 파병결정을 철회하라!

미국은 이라크 공격을 중지하라
– 대한민국 정부는 파병결정을 철회하라 -

전세계 대다수 사람들의 반대와 다수의 정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하였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수많은 무고한 민간인들의 죽음과 질병, 장애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국제법상으로도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미국은 속전속결을 외치고 있지만 전쟁의 목표물은 도로와 항만, 철도와 같은 운송시설과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소일 수밖에 없다. 91년부터 계속된 경제봉쇄로 전국민의 40%가 오직 식량배급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 도로와 철도의 파괴는 곧바로 식량배급의 중지를 뜻한다. 이 때문에 이라크 침공은 120만명의 민간인들을 아사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유엔은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식수공급과 하수도 처리를 전적으로 전력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이라크에서 발전시설에 대한 폭격은 물 공급이 끊기고 하수가 집으로 역류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전염병이 만연할 것이고 의약품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상황은 무수한 죽음을 초래할 것이다. 제네바협약 추가의정서 I 54항은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대상들”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이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다.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도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걸프전의 열화우라늄탄 사용으로 이라크의 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기형아 발생률이 5배 이상 증가한 것은 이라크의 반미선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명백한 의학적 사실이다. 더욱이 미국은 민간인의 살상율이 높아 집중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 온 집속탄(cluster bomb)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UN은 미국의 공격으로 5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바 있다.
미국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나라가 전쟁을 반대하고 있고 유엔의 결의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 어떠한 근거가 있는가? 미국은 또 정의를 이야기하고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누가 대량살상을 저지르고 있으며 이라크 국민의 시체더미 위에서 과연 어떤 정의를 외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또한 이러한 명분없는 미국의 전쟁에 대해 지지선언을 하고 지원병력을 파병하고자 하는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는 명백한 근거도 없이 유엔의 결의도 없이 행해지는 미국의 예방선제공격이라는 형태의 전쟁에 동의하면서 어떤 명분으로 미국의 북한 공격반대를 주장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겠는가?
인간의 생명을 직업적 소명으로 하는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이러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미국이 악의 축으로 북한을 거론하면서 예방전쟁을 말하고 실제로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는 곧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길이다. 이라크 전쟁은 즉각 중지되어야 하고 한국의 전쟁지지와 파병결정은 철회되어야 한다.

우리의 요구

- 미국정부는 이라크 침공을 즉각 중지하라.
-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지지와 파병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 국회는 정부의 파병동의안을 거부하라.

2003. 3. 21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