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LG화학의 인터페론 감마 생산 중단에 관한 보건의료단체들의 입장

정부는 희귀질병 및 난치질병에 의한 가계파탄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라
- 희귀성난치병 치료의약품에 대한 퇴출 방지책이 필요하다 –

선천성 면역 결핍이라는 질병은 태어날 때부터 면역 기능이 결핍되어 외부의 세균 침입에 대한 방어력이 저하되는 희귀 질환 중의 하나이다. 대부분의 희귀질환이 그렇듯이 이 질환도 치료법이 잘 확립되어 있지 않으며 감마 인터페론(interferon gamma, 상품명 인터맥스 감마) 만이 유일하게 면역기능을 높여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약품이다.
이 질환으로부터 고통을 받는 환자들의 모임인 선천성 면역 결핍증 환우회에서는 올 9월부터 약품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자 그 경위를 확인하던 중 감마 인터페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던 엘지 화학이 약품생산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환우회 게시판에 긴급 공지문으로 사회의 도움을 호소함으로서 뒤늦게 이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졌다.

감마 인터페론의 생산을 중단한 엘지화학의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한마디로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엘지는 연매출액이 1천8백억 원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벌’이다. 그런데 이 한국의 대표적 기업이 얼마 되지 않는 적자를 이유로 약품생산을 포기하는 행태는 우리에게 엘지가 축적해온 부의 출처와 그 쓰임새에 대해 다시금 묻게 한다. 우리는 엘지화학과 엘지그룹에 기업윤리의 부재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엘지화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의식을 위해서도 감마인터페론 생산을 결코 중단하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희귀난치병환자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희귀병질환자는 110여 개 질환이 넘는다 그러나 정부가 정작 지원을 하는 질병은 의료비지원대상인 8개 질병과 본인일부부담금 산정특례에 따른 11개질병 이외에는 전무하다. 이에따라 이번에 문제가 된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의 희귀난치병 환자들은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때문에 죽음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정부의 2003년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지침에 따르면 8개 희귀난치성 질환자에 263억 원 만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액수로는 희귀성 질환과 난치성 질환의 극히 일부만을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는 가족 중 환자 하나가 난치성 질환에 걸리면 가족을 포기하던지 환자를 포기하던지의 선택만이 남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만성질환으로 인하여 가계가 파탄이 나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애절한 사연이 거의 매일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다. 호흡기에 의지하여 하루하루를 살던 한 희귀질환을 앓던 환자의 호흡기를 때내어 구속된 아버지의 슬픈 목소리가 지금도 우리의 귓가를 맴돌고 있다. ‘이것이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었다’고
정부는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호 할 수 있는 보건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한다. 선천성 면역결핍증 환자들의 경우처럼 수익성이 없는 치료의약품의 경우 정부가 제약회사측과 협의하여 퇴출방지를 위한 기금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외국의 감마인터페론을 들여오면서 정부가 그 약제비를 부담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이들의 월 수백만원의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정부가 책임져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해결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려는 정부의 자세에 달려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희귀난치병환자들의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당 연 300만원 이상, 개인당 연 200만원 이상의 의료비는 정부가 부담하는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의 모든 의료비의 80%를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부분 핵심공약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이러한 공약을 시행하려는 의지를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어 집권 2년째에 접어드는 내년에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을 전혀 계상하지 않았다.
우리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이라크 파병비용 최소 연간 1조원의 돈을 몇 백만원이 없어서 죽어가는 노동자, 시민들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정당하며 그것이 바로 국익이 아닌가를 노무현 정부에 반문하고 싶다. 파병에 의한 경제적 실리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댓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제발 지금이라도 이성을 회복하여 희귀 및 난치성질환을 포함한 환자들에게 의료비부담을 경감하는데에 국민의 세금을 쓸 것을 촉구한다.

우리의 요구사항
1. 엘지화학은 소액의 적자를 이유로 사람의 생명을 포기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중단하라.
1. 노무현 정부는 조속히 희귀 난치질환 치료의약품에 대한 퇴출 방지책을 수립하라
1. 노무현 정부는 공약사항인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를 즉시 실시하라

2003.10.28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