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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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명
의사협회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건강보험 해체주장을 중단하라!
- 의협은 근거없는 색깔론을 중단하고 의료인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2월 22일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 결의대회’를 열었다. 그러나 의협이 주장하는 바는 의료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건강보험을 해체하자는 의협의 주장은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으로 그들의 주장이 실현된다면 국민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고 이에 우리는 이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의협은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사회주의 의료제도’라고 규정하면서 건강보험을 해체하고 이른바 ‘자유경제체제’의 의료제도를 설립할 것을 주장한다. 의협은 현재 국가가 정한대로 받도록 되어 있는 의료비를 병원이 알아서 받도록 하고, 모든 병원이 의료보험환자를 의무적으로 받게되어 있는 의료보험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하며 나아가 아예 민간의료 보험을 도입하여 현재 의료보험제도를 해체시키자는 주장을 한다. 또한 의협은 의약분업 폐지를 요구한다.
그러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를 ‘사회주의 의료제도’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전체 의료에서 공공 의료의 비율은 채 10%도 미치지 못하여 이는 OECD 평균인 75%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은 물론 대다수 개발도상국과 비교하여도 턱없이 모자라는 공공의료비율이다. 또한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의료보장의 내용이나 수준 역시 너무 낮아서 가족 중 누구하나 중병이라도 앓을라치면 한 가계가 파탄에 이르는 지경이다. 사회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의료현실을 ‘사회주의’ 의료제도라고 볼 수는 없다. 강화되어야할 건강보험을 두고 사회주의의료 운운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며 건강 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여야 할 이 시기에 건강보험을 틀을 깨자는 의협의 주장은 잘못된 것임은 물론 국민의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위험천만한 주장이다.
또한 의협은 의약분업폐지주장을 하고 있다. 의협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사회적 논의과 합의를 거치면서 마련하고도 의협스스로 갈등의 주역이 되는 등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낳으면서 뿌리를 내린 끝에 이제는 정착되어 가는 의약분업을 사실상 폐지하여 되돌리자는 주장 또한 시대착오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사회에는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어 질병을 치료하지 못한 상태로 있거나 치료를 받지 못한채 죽음을 맞아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아니 우리는 이에 더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웃들을 수 없이 보고 있다. 의협이 이러한 고통을 외면한채 오히려 의료보장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자는 주장을 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번 의협의 행위가 전문 집단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윤리보다 집단의 독점적 이해가 우선시하는 행위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보건의료는 삶의 기본이 되고 사회를 유지하는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것이기에 교육, 환경, 문화와 같이 공공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의사라는 전문 집단의 사회적 인정은 바로 이러한 공공적 중요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어느 집단보다도 더 높은 윤리가 요청되는 것이 아닌가? 이도 부족하여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의 정도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을 보거나 또는 서구 자본주의 각국의 의료제도를 비교해 보아도 보건의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책임과 개입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협은 그나마 빈약한 의료보장체계를 무너뜨리고 의사라는 독점적 지위를 제외하고는 모든 의료제도를 사고 파는 시장거리에 내 놓으려 하는 것이다. 그 시장판에서 없는 자들은 버려지고 무시되어질 것이다. 현 우리 의료 현실에서 의료의 자유경쟁체제라는 허울의 내면은 의료에서의 천민적 자본주의외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보건의료인 전문 집단으로서의 자율성은 집단의 단결력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소중한 책임의식을 통해 국민에게서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현 우리 의료현실을 돌아볼 때 몇몇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제외하고는 지나친 민간 주도의 자유주의적 체계로서 다수 국민들이 충분한 의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서는 의료의 공공성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인 이 시점에서 의사 협회의 이번 결의대회는 잘못된 것이며, 집단의 이해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1. 의협은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이른바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 결의대회’를 중단하라.
2.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병원 내국인진료허용, 의료보험당연지정제 폐지, 민간 의료 보험의 도입 등 의료시장개방을 중단하라.
3.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강화를 위한 실질적 본인부담상한제 및 공공의료강화 공약을 실천하라.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2004.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