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주노동자 집단직업병 일으킨 사업주를 처벌하고, 정부는 책임을 다하라!
오늘 아침, 안산에서 이주노동자 5명이 노말헥산에 의한 ‘다발성신경장애’를 진단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올 것이 왔다 라는 충격을 금할 수 없다.
1.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위험업종에서 위험하고 유해한 작업을 하면서도, 불안정한 신분과 강제출국의 두려움 때문에 사업주에게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에도 이주노동자의 인권상황이 특별히 개선되지 않은 현실에서, 당연히 사업주의 법규정 준수 여부에 대하여 정부의 감독이 더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하여 정부와 시민사회는 물론, 노동운동조차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2. 한편, 산업안전보건법은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알 권리’는 노동자가 화학물질을 다룰 때 자신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건강상에 어떤 위해가 오는지 알아야 할 권리를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 41조는 ‘알권리’ 실현을 위해 사업장에 ‘물질안전보건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를 반드시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화학물질의 이름, 물리화학적성질, 유해위험성,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록해야 하며, 이는 노동자가 언제라도 볼 수 있는 장소에 비치되어 있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또한 사업주는 월 2시간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교육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다발성신경장애’ 가 일어난 사업장에 대하여,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교육과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공했는지 반드시 조사해야 할 것이다.
3. 또한 사업주는 ‘노말헥산이 신체에 악영향을 주는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2001년 시화공단 지역에서 중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말헥산에 의한 중독증세가 나타나 지역에서 문제가 된 바 있기에 이를 몰랐다는 사업주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유해성을 알면서도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맹독성 화학약품을 사용하게 한 것이라면 이 사업주는 형법상의 ‘과실치상’죄를 저지른 것이다. 더구나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유급휴일조차 제공하지 않고, 장시간노동을 강요한 사업주는 노동법상의 처벌도 함께 받아야 한다.
4. 그러나 이번 일의 가장 큰 책임은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노동현장의 실태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무책임한 정부에 있다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유해위험작업에 투입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이 지켜지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이번 일이 일어난 안산지역의 노동부관료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가려야 할 것이다.
5. 이주노동자에게는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30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이 땅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작업환경은 어떠한지, 건강검진은 받고 있는지, 산재보상은 정당하게 받는지 시민사회와 노동운동이 관심을 갖고 감시를 시작할 때 이번 일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을 수 있다.
2005. 1. 13 노동건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