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한의대도 한의사도 없다.
주먹구구식으로 한미ＦＴＡ를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를 규탄한다
지난 12월 16일 전문직자격상호인정(한의사)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거론되었고 협상관계자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언론에서 보도하였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한미ＦＴＡ 협상에서 의사, 간호사, 건축사, 수의사, 엔지니어, 물리치료사 등 10여 개 전문직종의자격을 양국 간에 상호인정할 것을 제안했었고, 이번 5차 협상에서 미국이 한의사 면허의 상호인정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17일 해명자료를 통해 “한의학 분야가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협의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지원 하에 한의학계가 한의사에 대한 미국 측의 자격요건이 국내에서 요구하는 전문성, 교육이수 조건을 충족하는지와 국내 한의사 인력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이런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한미ＦＴＡ를 추진하는 그동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여전히 정부의 해명를 믿을 수 없는 상태이다.
우리는 이번 언론의 보도를 접하면서 한미ＦＴＡ 보건의료협상팀이 그동안 보여왔던 보험약가 문제,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와 이번ＦＴＡ협상이 얼마나 졸속적이고 일방적으로 미국의 이해만을 대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판단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한의사 상호면허 인정은 ＦＴＡ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한국 정부는 자동차하고 농업을 바꾸고, 한국 영화시장을 미국 대자본 영화사에 내어주듯이, 10여개 의료관련 전문직종의 면허를 한의사 면허인정과 바꿀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내의 상황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전혀 없고 오직 미국의 입장만을 대변하려는 ＦＴＡ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한미ＦＴＡ 추진을 반대하며 즉각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
2. 미국에는 현재 한의대도 없고 한의사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대학과정에서 전통의학 과정을 유지하고 제도화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대만이 유일하다. 미국에는 독립적인 한의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3년 과정의 직업전문학교만이 있을 뿐이다. 미국의 의료제도상 한의사는 의료인이 아니라 직업전문학교를 졸업한 것일 뿐이다.우리나라의 전문적인 6년 교육과정을 마치고 국가면허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한의사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마친 사람들에게 한국의 한의사와 동일면허를 인정하겠다는 것은 국내의료인력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수 있으며, 국민의 건강권 문제와도 직결되는 아주 중차대한 문제이다. 국민의생명을 볼모로 하는 이번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
3. 전문직자격상호인정 문제는 시장개방에서도 가장 첨예하고 민감한 부분이다. 더구나 WTO 서비스 협상에서도 예외로 다루고 있으며 ‘면허와 자격의 상호인정에 관한 협정(MRA)’으로 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외국의 의료 관련 대학 졸업자에 대해 의료법상 “예비시험” 제도를 두고 있으며 ‘보건의료인 국가시험 응시자격 관련 외국대학 인정기준’을 만들어 질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무분별한 외국의료인력의 진입을 제한함으로써 국내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유지하는 데 있다. 이번 사안은 이러한 국내 법적, 정책적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즉흥적인 발상이며, 질적으로 담보되지 않는 외국의 의료인력을 무분별하게 국내에 도입하여 국내의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려는 정책일 뿐이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반드시 사과하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
4. 미국이 한의사 시장의 개방을 요구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한의학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대체의학, 보완의학이라고 불리면서 동양의 전통의학이 각광받고 있다. 미국은 국가적으로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면서 대체의학에 대한 국가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하버드, 존스 홉킨스 등 의과대학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한의사 상호면허인정 요구는 이러한 한의학 시장을 막대한 자금력과 연구 인프라를 앞세워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미국이 선점하겠다는 정치적 야욕인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기본 명제도 이 정부는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5.한국의 한의사면허와 대응하는 미국내 한의사 면허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호면허는 각각의 나라에 서로 인정할 수 있는 면허의 종류와 내용이 일치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이 요구하고 있는 의사 등 10여개 전문인력의 면허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쿼터제로 단기 취업비자 형태만을 고려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내에서도 의료인의 상호면허인정은 어려운 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단지 외국에 한의사가 진출할 수 있지 않느냐는 식의 안일한 생각은 현실을 도외시하는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6. 의료인력의 개방은 국내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양성한 의료인력을 미국으로 유출시켜 오히려 국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저급한 수준의 미국한의사들은 국내로 유입되고 양질의 한의사들은 미국으로 유출되는 사태는 국내 한방의료 서비스 수준을 현저히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앞으로 우수한 한의학 진료를 받으려면 미국으로 가야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한미FTA협상팀은 전문직자격상호인정(한의사)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2. 나아가 보험약가문제, 광우병 쇠고기 수입 등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한미FTA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2006. 12. 19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