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논평] 외래환자 본인부담을 높이는 복지부 건강보험운용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1.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1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2007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을 심의하고 재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지출효율화 방안을 논의하였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중증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경감되고, 6세미만 아동의 외래진료비가 줄어드는 등 건강보험의 혜택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2. 실제로 이 계획에는 부족하나마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는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것들에 문제가 있다. 경증 외래환자 본인부담 정액제 폐지 같은 잘못된 정책이 포함된 반면, 의료공급자에 대한 재정 절감 방안은 구색만 맞춘 수준이다.
3. 보건복지부는 의원을 방문한 환자의 진료비가 1만5천원(약국 1만원)이하인 경우 3,000원(약국 1,500원)만 정액으로 본인부담하는 제도가 경증 환자의 의료 이용을 유도하는 효과를 내고 있고, 중증 환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모순적 보장 구조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증 환자의 본인부담을 늘여 의료 이용을 억제하고, 그것을 통해 절약된 재정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4. 이는 아래 벽돌을 빼서 위 벽돌을 메우는 격이고,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재정 마련 방식이 아니다. 더군다나 이 계획은 가난한 이들의 의료이용만을 제한할 차별적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원 방문시 진료비가 1만5천원 이하인 환자들을 ‘경증’ 환자로 표현하고 있으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중증 환자라도 정기적인 투약을 받고 있는 경우에는 한 회 방문시 진료비가 1만5천원 이하일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시행하려고 하는 제도를 ‘경증’ 외래환자 본인부담 정액제 폐지로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정확히 말하면, 이 제도는 본인부담 확대를 통해 의료 이용을 제한하고 그 효과로 보험 재정을 절감하려는 정책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다.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이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의료 이용을 줄일 사람들은 경증 환자들이 아니라, 늘어난 본인부담 수준을 크게 느낄 차상위계층을 비롯한 빈곤층이다. 그러므로 이 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 이용만 제한하고, 그 결과 조기 진단, 조기 치료의 시기를 놓쳐 재정 절감 효과도 거두지 못할 차별적 정책이 될 가능성이 많다.
5. 또한 이번 계획의 문제는 의료공급자에 대한 재정절감정책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본인부담을 늘려 의료이용의 진입장벽을 세우는 손쉬운 방법만을 채택하고 정작 추구해야할 의료공급자대책은 포기한 것이 이번 건강보험운용계획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포괄수가제 모델개발을 언급은 하였다. 그러나 이 포괄수가제는 5년간의 시범사업까지 끝내고도 참여정부 아래서 도입을 포기한 것으로 이제 와서 다시 모델개발부터 한다는 것은 구색 맞추기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6. 보험 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소득 수준별로 보험요율에 차이를 두고, 보험료의 상한선을 없애 부자가 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사업주의 보험료 분담 비율을 더 늘려야 한다. 더불어 지출 지향적인 행위별 수가를 개편하고 주치의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적절한 의료 이용을 유도해야 한다. 이와 같이 보험 재정 마련을 위한 정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본인 부담을 확대하는 꼼수로 재정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2007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에서 외래환자 본인부담 정액제 폐지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2007. 2. 16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