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한미FTA평가위 결국 정부 ‘거수기’ 자청하나?
평가위 보고서, ‘의혹투성’ 국책연구기관 보고서와 경제적 효과 수치 일치
형식적 졸속 검증 결과 발표 계획 취소하고, 철저한 재검증 실시해야
1. 열린우리당 한미FTA평가위(위원장 : 김진표 의원)는 지난 26일 활동을 종료하고 금주 내에 “정부가 당초 목표로 삼았던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 타결’이라는 체결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는 요지로 한미FTA에 대한 긍정적 평가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은 협상 개시부터 타결, 행정부 서명에 이르기까지 여당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철저히 외면하더니, 졸속적이고 형식적인 평가 작업을 거쳐 결국 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기로 자청하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미FTA 평가에 관한 공식 발표를 취소하고, 철저한 검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2. 지난 4월 초, ‘한미FTA 협상 결과에 대해 꼼꼼히 따지고 평가하겠다’며 발족한 평가위는 4개월 여 동안 단 3차례의 전체회의와 몇 차례의 간담회, 한 차례의 토론회를 개최했을 뿐이다. 애초 전체회의를 1주일에 한번씩 열고, 늦어도 5월 중에 분과별 평가 보고서를 채택하겠다던 계획은 온데간데 없다. 4월 타결 국면에서 대국민적 관심사안에 대한 형식적, 정치적 대응을 했을 뿐 그 이후에는 ‘대선’과 ‘신당 창당’에 관심이 쏠려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한미FTA 평가는 뒷전으로 미루었다.
3. 언론을 통해 밝혀진 보고서의 내용을 보더라도 한미FTA에 대해 제대로 평가했는지 의문이다. 열린우리당 평가위는 한미FTA로 실질 GDP가 향후 10년간 6.0%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하고 후생 증대 효과는 GDP에 대비 2.9%인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수치는 지난 4월 27일 11개 국책연구기관에서 발표한 “한미FTA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수치와 같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고용 효과 분석도 마찬가지다. 여러 차례 지적되었듯이,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에서 활용한 CGE 모형(연산가능일반균형)은 그 자체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또한 연구 결과가 ‘수치조작’, ‘뻥튀기’라는 의혹마저 있다. 이 보고서 발표 후, 국회 한미FTA특위에서도 열린우리당 의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의원들이 분석의 한계를 지적하며 재분석을 요구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이 한미FTA 영향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를 실시할 의지를 갖고 있다면, 국책연구기관의 평가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새롭게 분석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어렵다면, 국책연구기관 분석의 미흡한 점을 꼽고, 이에 대한 재분석을 요구하는 것이 옳다.
4.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런 과정은 없이 5월 21일 국책연구기관 책임자만을 초청하여 토론회를 개최하여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더니, 결국 한미FTA 평가 보고서에 그 내용을 여과없이 분석 결과라며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FTA저지범국본은 이와 같은 결과를 예견하여 열린우리당의 비판적 분석과 검증을 요구하고, 우리는 ‘언제든지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토론회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았다. 가장 엄정한 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시간에,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아전인수식 입장을 두둔하고 편드는 거수기 역할만을 하려는 것이다.
5. 정부는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국익’을 내세웠지만 국민 대다수의 이익은 철저히 외면되었다. 협정문에서 보듯이 한미FTA는 정부의 공공정책적 선택권과 국회의 입법권을 박탈하는 온갖 독소조항으로 가득 차 있고, 한미FTA로 인한 수출 증대는 소수의 산업에 한정될 것이며, 대다수의 산업은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이다. 사회양극화 심화와 국민 대다수의 후생과 복지는 후퇴할 것이다. 한미FTA에 대한 범국민적 우려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검증’이 아닌 ‘홍보’로,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닌 ‘형식적’ 평가를 벌인다는 비판 속에서 ‘졸속’과 ‘부실’로 점철된 한미FTA 최종 평가 보고서를 발표하려는가? 이것이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한미FTA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작업’인가?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지금까지의 졸속적, 형식적 검증 자세를 버리고 새롭게 국민의 입장에서 철저한 재평가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