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협성명대한의사협회의 건강관리서비스법 설명회를 반대한다.

[성명서]
대한의사협회의 건강관리서비스법 설명회를 반대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늘 보건복지부 담당 사무관을 불러 ‘건강관리서비스법’의 설명회를 개최한다. 우리는 지금 의협이 나서서 이 법안의 설명회를 들어야 하는 시점인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건강관리라는 이름하에 질병과 건강을 인위적으로 구분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허용해 주는 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를 산업화하는데에는 도움이 될 지언정 국민의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 건강관리서비스법은 변웅전 의원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한 것이다. 그런데 왜 정부가 나서서 이 법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아마도 정부가 법안을 다 마련해 놓고, 의원 입법을 가장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안 발의의 주인공도 아닌 보건복지부가 나서는 모양새도 참으로 이상하고, 이 법이 의료에 끼치는 악영향을 볼때에 의사협회가 앞장서 설명회를 듣겠다고 나서는 것도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찔러준 안을 변웅전 의원이 그대로 발의만 대행해준 건강관리서비스법은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첫째, 보건복지부는 대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현재 건강증진 서비스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이 건강관리서비스 영역을 제대로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제도에는 예방과 건강증진 등이 급여 대상으로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이며, 예방과 건강증진보다는 치료에 적합한 수가제도(행위별 수가제) 때문이다. 더불어 국가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하여 그동안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그 사업은 매우 지지부진한 상태로 이어지고 있고 이는 정부의 제대로 된 예산지원이나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문제를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 바로 국가와 공적 의료보험이 책임지는 방식이 아닌 시장에서 알아서 서비스를 구입하라고 한다.

둘째, 건강관리서비스를 시장에 맡기면 해결이 될 것인가. 의료에 대한 무지와 시장에 대한 맹신이 어우러진 이 어이없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환자들은 질병을 치료받으면서 혹은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당연히 받아야 할 건강증진에 대한 서비스를  비의료기관(건강관리회사)에서 별도의 비용을 들여서 받아야 한다. 불필요한 의료비 증가와 함께 서비스 공급의 불균형 발생하여 건강양극화가 뒤따를 것이다. 또한 비의료인도 설립할 수 있는 건강관리회사들이 난립하게 될 것이고, 이들의 영리추구 현상은 불필요한 건강보조식품의 강제, 의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처방 등으로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가 나타날 수 있다.

셋째, 건강관리서비스법은 일차의료기관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이 법의 핵심은 비의료인과 비의료기관이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의료서비스 제공을 허용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의료기관도 제공해 줄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사치성 종합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차의료기관이 발불일 곳은 없는 것이다. 사실 질병예방과 건강증진 서비스는 대형병원이나 비의료기관이 담당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일차의료기관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이법은 결국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을 더욱 약화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다.

누더기는 기워서 입어도 누더기다. 현재 의료 제도가 질병의 예방에서 치료, 재활까지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일 것이다. 바로 예방서비스가 제공가능하도록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주치의 제도 도입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입해 새 옷으로 갈아입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건강관리회사와 시장에 맡긴다고 우리 국민의 건강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까.

우리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이 이러한 문제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대한의사협회가 앞장서 정부의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지금 의협이 해야할 일은 정부의 설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이 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일이다.

2010년 6월 3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