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지금 세계는 부시와의 전쟁중, 뭄바이 리포트 3

“지금 세계는 부시와의 전쟁중”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리포트3] 반전평화
2004-02-21 오전 9:05:14  

  세계사회포럼과 반전평화운동, “운동이 제국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사회포럼의 개막식이 열린 넓은 광장은 세계 도처에서, 특히 인도와 아시아에서 몰려든 수만 명의 사람들로 빼곡하게 찼다. 신자유주의와 전쟁이 없는 정의로운 세계를 바라는 사람들의 강렬한 열망이 짙은 어둠을 밀어내는 대형 스크린의 불빛과 함께 광장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광장의 한 켠에 높이 서 있는 전광판에는 “다른 세계를 건설하자 Let’s Build Another World”라는 글자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세계사회포럼을 수놓은 빛깔들은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만큼이나 원색적이고 다양했다. 그 다양한 빛깔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빛깔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부시의 전쟁’ 반대였다. 정말이지, 부시의 전쟁 반대는 세계사회포럼의 다양성을 하나로 묶어 줬다.
  
  인도 소설가이자 저명한 반자본주의 선전가인 아룬다티 로이의 개막식 연설은 이런 정서를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그녀는 차분한 음색으로, 그러나 폭풍우가 치는 광야에 날아드는 번개처럼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를 날카롭게 고발했다.
  
  “만약 여러분이 신자유주의의 총아가 되고 싶다면 아르헨티나가 그 모델이며, [여러분이 신자유주의의] 말썽쟁이라면 이라크처럼 될 것입니다.”
  
  그녀는 우리 운동이 제국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요컨대, “부당함을 영속시키고 미국의 패권을 확립”하려는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와 “정의와 생존을 요구”하는 세계사회포럼이 “전쟁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이 이 전쟁에서 세계적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저항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전략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세계적 저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두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에 정말로 반대한다면, 우리의 시선을 이라크로 돌립시다. 이라크는 이 둘 다의 필연적인 절정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노동당 반전 의원 제레미 코빈,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대표, 그리고 많은 인도 연사들도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 반대를 밝혔다. 이것은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이 세계 운동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모두 이해하고 있음을 뜻했다.
  
  저항의 전략
  
  ‘남반구 초점’(Focus on the Global South) 소장 월든 벨로가 역설했듯이, “이라크가 베트남이 되면서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위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전 세계적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세력 균형을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5월 1일에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헬리콥터로 캘리포니아 해변에 떠 있던 항공모함에 착륙하면서 이라크 전쟁 “종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부시의 기획은 너무 때이른 것이었고, 그의 퍼포먼스는 흥행에 실패했다.
  
  부시의 군대는 후세인의 군대를 이겼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부시는 이라크 민중의 무릎을 꿇려야 했다. 그러나 이라크 민중은 자신을 향해 총구를 들이대는 미국을 지배자로 모시지 않았다. 침략 전쟁은 점령 전쟁으로 바뀌었다.
  
  지구적 반전 운동도 전쟁의 냉기에 웅크러드는 달팽이가 아니었다. <뉴욕 타임스>가 그 운동의 몫을 제대로 자리매김해 줬듯이, 국제 반전 운동은 또 다른 ‘수퍼 파워’였다.
  
  두 세력이 저항하지 않았다면 부시는 이란·시리아·북한·베네수엘라 등 곳곳에서 항공모함 착륙 퍼포먼스를 하려 했을 것이다.
  
  세계사회포럼 참가자 중 일부는 이라크 저항 세력이 테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저항을 지지하기를 꺼렸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참가자들은 점령에 저항하는 투쟁은 그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무조건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저항이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베트남 전쟁 때 베트남민족해방전선(VNLF)과 서구 반전운동의 연대가 미국 제국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 줬듯이, 오늘날 세계 반전 운동과 이라크 저항 세력의 연대는 미국 제국의 위험한 팽창 야욕을 저지할 수 있다.
  
  한편, 두 세력의 저항은 지구 반대편을 돌아 지난해 9월 멕시코 칸쿤 WTO 각료 회담을 주저앉게 만들었다. 칸쿤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에 저항했던 G21(주요 제3세계 국가 블럭)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지면서 형성됐다. 군사적 전선의 전투가 경제적 전선의 전투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21세기 국제정치 그림도 이 점을 확인해 준다. 2001년 9·11 공격 이후 부시가 이라크에 매달려 있는 동안, 아르헨티나(2001년 12월), 볼리비아(2003년 10월) 등에서 민중이 일어나 신자유주의 정부를 무너뜨렸다. 2002년 말 브라질에서는 브라질 노동자당(PT)의 룰라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의 뒷마당인 라틴 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두 전선, 즉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전쟁은 등이 붙은 쌍생아였고 동전의 앞뒷면이었다.
  
  시장의 세계적 확장(자본의 세계화)은 결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었다. 미국의 자유시장 개척이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처럼 이 과정을 야만적으로 보여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결코 돌출적 사건이 아니었다.
  
  영국 노동당의 반전 의원 제레미 코빈은 이렇게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은 또한 경제를 위한 전쟁이다. 이라크의 최고 세율은 태평양의 세금 천국보다 낮다. 사기업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러므로 두 운동, 다시 말해 경제적 세계화와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은 서로 수렴되고 융합돼야 했다. 세계사회포럼은 운동이 그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남반구 초점’의 변화가 그런 예다. ‘남반구 초점’은 주로 WTO 반대 운동에 주력하면서 시작한 단체였지만,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기간에 열린 전 세계적 반전운동 회의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다.
  
  월든 벨로는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는 연결돼 있고, 세계화와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은 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특히, 우리는 이라크 저항 세력을 전폭 지지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2라운드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은 지난해에 바그다드 함락 이후 주춤했던 전 세계 반전 활동가들이 몸을 추스리고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고무했다. 뭄바이는 반부시·반전 운동의 액셀레이터였다.
  
  세계사회포럼 참가자들은 누구나, 어느 나라에서 왔든지 간에 주저 없이 조지 W 부시와 그 정부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했다. 뭄바이 참가자들은 길거리에서 흥겹게 만난 지 30초만에 부시를 어떻게 저지할지 정치적으로 토론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많은 참가자들은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자국 정부도 운동의 과녁 안에 들어 있다고 주장했다. 반전 활동가들은 반전 운동의 2라운드는 부시의 전쟁을 지지하는 자국 정부와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라크 개입의 명분이 인도주의적 목적이든 재건 사업이든 간에 이라크 파병을 반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사태의 진실은 다른 나라 병사들을 이라크로 보내 뒤치닥거리를 맡기려는 미국의 계획을 수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20 전 세계적 반전행동
  
  이라크 침공 1년이 되는 날인 올해 3월 20일의 ’3·20 국제반전공동행동’은 부시가 유엔과 다른 국가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시점에서 제기됐다. 이것이 3월 20일 국제반전공동행동이 반드시 세계적 행동의 날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제기된 ‘3·20 국제반전공동행동’ 계획이 세계사회포럼의 진행과정을 통해 전 세계적 행동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컨퍼런스와 워크숍에서 부시의 전쟁과 반전 운동에 관한 훌륭한 토론들이 이뤄졌다. 그리고 ‘남반구 초점’과 영국 ‘전쟁저지연합’ 등이 이끌었던 전 세계적 반전운동 회의는 이런 토론과 논의가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했던 계단이었다. 이 계단은 세계사회포럼 활동가 총회와 잇닿아 있었고, 그 곳에서 3·20은 전 세계적 반전 행동으로 채택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 활동가들이 행한 능동적 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부정직한 리포트일 것이다. 특히, 이윤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네트워크 ‘아래로부터 세계화’와 반전·반자본주의 노동운동 단체인 ‘다함께’는 반전 앙상블의 주요한 일부였다.
  
  그들은 여러 논의에 개입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 논의를 장외에서 카니발과 축제를 즐기고 행진하는 수많은 사람들 ― 특히, 인도인들에게 ― 에게 알리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이를 위해 반전 리플릿을 힌두어로 만들어 배포하기까지 했다!
  
  다양한 색채와 화성의 조화가 빚어낸 반전 앙상블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2003년 2·15에 이어 우리 운동의 실천적 협력 수준을 국제적 규모로 재확인시켜 줬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전쟁의 통증을 호소하며 끙끙 앓고 있고 이빨을 앙다물고 신음을 들어 주고 받아 줄 또 다른 전쟁 중독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전쟁 중독에 걸린 미국 제국의 신경을 예리하게 끊어놓을 수 있는 대담하고 예리한 솜씨를 의논했다. 그리고 전쟁 기계를 비틀거리게 할 수 있는 묵직한 해머인 3·20을 마련했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제대로 사용해야 하리라.
  
  김인식(‘다함께’ 운영위원 / ‘아래로부터 세계화’ 운영위원 / ourdotor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