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집권우파 총선 패배… 파병 때문에 망했다?
“이라크 파병해 테러 목표 됐다” 국민들 등돌려…좌파 사회노동당 승리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태경(gauzari) 기자
14일 실시된 스페인 총선에서 애초 예상을 완전히 뒤업고 야당인 사회노동당이 집권 우파 국민당을 물리치고 승리했다.
앙헬 아세베스 스페인 내무장관은 사회노동당이 43.01%의 지지를 얻어, 하원 350석 가운데 164석을 획득했으나 집권 국민당은 37.47%를 얻어 148석을 얻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선거를 1주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까지만 해도 집권 국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총선을 불과 3일 앞두고 수도 마드리드의 3곳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200명이 숨지고 1500명이 다치는 등 사상 최악의 사태가 선거 결과를 뒤집었다.
처음 폭탄 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생각됐다. 스페인 정부도 이들의 소행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알 카에다가 이번 폭탄 테러의 배후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어 일간지 알 쿠드스 알 아리비는 지난 11일 알 카에다 산하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이 전자메일을 보내 “마드리드 열차 연쇄테러와 이틀 전의 이스탄불 자살폭탄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투표 몇 시간 전에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알 카에다의 비디오 테이프가 공개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스페인 국민은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 정부가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을 지원한 데 대해 극심한 반감을 보였다. 일부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아스나르 총리와 그의 후계자인 국민당 총리 후보 마리아노 라조이에게 “조작자들!, 당신들이 파시스트며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3월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적극 지지했고 1300명의 병력을 이라크 남부 폴란드 사단 예하병력으로 파병한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스페인 군 11명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기도 했다.
사회노동당은 “이라크 파병 스페인군의 교대주기가 올 6월에 끝나면 바로 전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마드리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이것이 알 카에다의 소행임이 드러나자 스페인 국민들은 “이라크 파병 때문에 스페인이 테러 목표가 됐다”고 생각하고 집권 우파 정권에 등을 돌렸다.
아세베스 장관도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77%를 넘은 것은 지난 11일 발생한 마드리드 폭탄 테러의 여파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4/03/15 오전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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