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국제여론에 굴복, 팔루자서 철수 시작
이라크군에 팔루자 치안 넘겨, 팔루자 폭격은 계속
2004-04-30 오전 10:14:14
이라크 팔루자에서 저항세력과 근 한달동안 대치해오던 미 해병대가 옛 이라크군을 주축으로 한 ‘팔루자보호군’에 팔루자 치안을 넘기고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쏟아지고 있는 ‘팔루자 학살’ 비난여론에 밀리기 시작한 분위기다.
하지만 이날에도 미군 전투기들의 폭격은 이어졌고 철수 시점도 여전히 불분명해, 팔루자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한편 29일 미군 10명이 또다시 사망, 이번 달에만 미군 사망자수는 1백26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이라크전 당시보다도 많은 월별 사망자 숫자로, 현재 상황이 이라크전때보다도 치열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팔루자서 미군 철수, 전이라크군에 팔루자 치안 넘겨
미군은 후세인 체제에 몸담아왔던 고위 이라크군 장성이 이끄는 이라크군에게 팔루자 치안을 맡기고 거의 한달 동안 전투를 벌이며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팔루자에서 철수하려 하고 있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해병대 제임스 에지 대령은 “미군 지휘부와 전직 이라크 장성들이 29일 만나 팔루자 합의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으며 브레넌 번 중령은 “이번 타결안은 이라크 문제에 이라크식 해결책을 찾는 새로운 놀랄만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군이 계획하고 있는 해결책은 ‘팔루자 보호군’으로 명명된 1천1백명에 이르는 이라크군에 팔루자 치안을 맡기는 것이다. 번 중령은 “이들은 미군이 철수하면 그 공백을 대체할 것”이라며 “이 군부대는 전직 이라크군 장성이 지휘하고 팔루자 지역 태생의 군 경험있는 이라크인들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루자보호군을 책임질 전 이라크군 장성은 살라 압부드 알-자부리로, 팔루자 태생으로 후세인 체제하에서 안바르 지방 주지사를 역임한 경력의 소유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또 이날 팔루자 이슬람교 수니파의 저명한 성직자인 나자르를 석방하기도 했다. 나자르는 미군의 이라크 침공을 맹성토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부터 미군에게 잡혀 있었다. 팔루자 지역에 신망이 대한 나자르를 석방한 것은 팔루자 정세의 긴장완화를 노린 것으로, 팔루자 대표와 미군간 협상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철수에 대해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AP 통신에 따르면 팔루자 남부에 주둔중인 미해병은 29일 철수를 준비하기 위해 짐을 꾸리기 시작했으나 번 중령은 이후 “철수 시기는 아직 불명확하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의 래리 디 리타 대변인도 지난 3월31일 팔루자에서 미국 민간인 4명을 살해하고 이들의 사체를 훼손한 범인의 신병인도 보장이 협상에 임하는 미군의 목표라고 강조, 최종합의가 불투명함을 지적했고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아직 합의가 이뤄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비난에 철수 고려한 듯
이처럼 아직은 실질적인 철수가 이루어질지는 정확치 않으나 미군이 철수까지 고려하게 된 데는 국제사회 압력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조차 최근 미군의 이라크인들에 대한 공격으로 저항세력이 더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미국의 팔루자 학살을 비난한 바 있다.
또 팔루자의 상징성이 부각되며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강력해진 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팔루자에서는 여자와 아이들, 노약자들 상당수를 포함해 8백여명의 이라크인들이 죽고 1천2백명이상이 부상당해 “팔루자는 이라크 반미 저항의 상징적인 지역이 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또 이밖에도 4월 들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솟고 있는 미군 사망자수도 크게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군 사망자수는 4월 들어 1백26명으로 늘어나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후 최악의 달로 기록됐다. 미국의 CBS 방송의 경우 뉴스 시간 전체를 할애해 사망자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려 해, 미국민 사이의 반전 목소리에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 불구 美전투기 폭격 ,격렬한 전투 여전
팔루자에서의 미군 철수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도 미 해병대와 저항세력간 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미군 전투기들의 폭격은 이어졌다.
AP통신은 팔루자 북부 등지에서는 해병대와 저항세력간 교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또 데니 헤르난데스 미 해군 대변인은 이날 페르시만에서 출격한 3대의 F/A 18 전투기가 5백파운드 폭탄 3발을 팔루자 지역에 투하했다고 밝혔다.
목격자들은 또 골란 지역에서 로켓포가 발사됐으며 두 채의 가옥이 불에 타고 엠뷸런스와 소방차들이 긴급히 동원됐다고 전했다.
아랍위성방송인 알자지라도 이날 미군 전투기들이 골란, 알-나와브, 나잘 지역 등 팔루자 지역 3곳에 폭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29일 미군 10명 저항세력 공격으로 사망. 4월 사망자 이라크전 기간중 최악
29일은은 미군에게 또다른 ‘피로 얼룩진 하루’였다. 이날에만 미군 10명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고 사망해 4월들어 사망한 미군수는 1백26명으로 늘어났으며,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래로 사망한 미군수는 공식적으로 7백36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사망한 미군 가운데 미군 제1기갑사단 소속 폭발물 제거반 8명은 바그다드 남부 마후무디야 근처 고속도로에서 폭발물 제거작업을 벌이다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고 미군은 밝혔다.
또 바그다드 동쪽 지역에서도 순찰차를 타고 가고 있던 미군 병사 한 명이 저항세력의 로켓 추진 수류탄 공격을 받고 숨졌으며 바그다드 남부 바쿠바에서도 미군 차량 한대가 도로에 매설돼 있던 폭탄이 터져 미군 1명이 숨지고 1명은 부상당했다.
김한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