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블레어 ‘동반 몰락’, 연내 국제무대서 퇴장?
부시 연일 지지율 급락, 英노동당 지지율 17년래 최악
2004-05-11 오전 10:25:59
이라크전을 주도한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최근 이라크 포로 성고문 및 학대 사실이 알려지면서 급속한 ‘동반몰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국 수뇌가 연내에 치러질 선거에 참패해 국제 정치무대에서 사라질 경우 국제정치질서에도 거대한 변화가 일고, 한반도 및 국내 정세에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시 지지율 연일 취임후 최저치로 급락
이라크 포로 성고문과 학대 파문으로 부시 대통령 지지도가 연일 취임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USA 투데이와 CNN 방송 및 갤럽이 공동으로 실시해 10일(현지시간)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시 지지도는 46%를 기록해 지난 2001년 취임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들이 지난 1월과 3월초 그리고 지난주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나온 49%보다 3%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갤럽은 재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현역대통령의 지지도가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부시대통령이 처음이라고 밝혀, 부시 재선이 불투명함을 시사했다.
18세 이상의 성인남녀 1천1백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1%는 부시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3% 포인트이다.
아메리칸 리서치 그룹이 지난 3-6일 사이에 실시한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45%만이 부시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평가했으며, 다른 49%는 부시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끌어 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부시가 케리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는 세가지 이유
이에 앞서 9일(현지시간)에는 정치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그비사의 존 조그비 사장이 “최신 여론조사에 기초하면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의 케리 후보가 부시대통령을 이길 게 확실하다”는 대담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조그비 사장은 이같은 예측의 세가지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첫번째, 부시와 케리가 1대1로 붙는다고 가정할 경우 ‘부시 44%-케리 47%’로 케리가 유리한 데다가, 현시점의 무응답층은 통상적으로 반(反)현직대통령 성향이 강하다.
두번째, 2000년 대통령선거때 민주당이 이긴 선거구에서 케리가 17%포인트차로 앞서고 있는 반면, 공화당이 이긴 주에서는 부시가 10%포인트를 앞서고 있을 뿐이다.
세번째, 대선의 최대현안이 ‘경제’라고 답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가장 많은데, 이런 유권자들 사이에서 케리 지지율은 54%로 부시의 35$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노동당 지지율 17년만의 최저, 블레어 퇴임압력 가중
포로 성고문-학대 파문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도 치명타를 가해 퇴임 압력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에 대한 지지도가 지난 17년 이래 최악에 이르러 유권자의 불과 32%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에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은 36%로 노동당을 4%포인트 앞질렀다. 이같은 노동당 지지율은 지난 1987년 이래 노동당에 대한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이는 노동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블레어를 사임시키고 그 대신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을 내세워야 한다는 9일의 메일지 보도에 뒤이어 나온 것으로, 사실상의 블레어 퇴임 압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블레어 총리의 친구이자 저명한 영화 제작자이며 원로 노동당원 데이비드 펏넘 경(卿)도 지난 9일 ITN과 회견에서 블레어 총리의 사임을 촉구했었다. 그는 “블레어가 앞으로 수개월 간 이라크와 관련한 비판을 받고 이는 노동당의 정치적 장래도 크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내가 블레어라면 의회 하계 휴회 전에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박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