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사태 해법 각국입장>
(워싱턴=연합뉴스)김병수 특파원=레바논 사태가 계속되는 유혈극에도 불구하고 사태해법에 대한 관련국들의 시각과 입장이 엇갈려 난항을 격고있다.미국과 영국은 이스라엘의 입장에 동조, 즉각적인 휴전촉구에는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항구적인’ 사태 해결에 무게를 두고있으며 반면 프랑스와 유럽국들은 유혈사태를 종식시킬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선 휴전 후 다국적군 배치’냐 ‘선 다국적군 배치 후 휴전’이냐에 대한 각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해법마련의 열쇠를 쥔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한다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의 강공을 묵인해왔으나 카나마을 참사이후 국내외 여론이 악화하면서 조기휴전쪽으로 전환을 모색하고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점증하는 국제적 비판여론속에서 미국의 태도변화와 이에따른 대 이스라엘 압박강도에 따라 조기 휴전의 성사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미국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무력충돌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레바논 사태에 대한 미국의 해법에도 변화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군 병사 납치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이번 사태 초기만해도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주장, 이스라엘의 과잉대응을 비판하는 일부 국가들의 비판에는 아랑곳없이 이스라엘을 감싸며 `친이스라엘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중동 및 유럽국가들의 즉각적인 휴전 주장에 대해서도 종잇장에 불과한 휴전협정에는 반대한다며 중동의 고질적인 분쟁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강조하면서 헤즈볼라의 후원세력인 이란과 시리아에 대해 헤즈볼라에 대한 재정 및 무기지원 중단 등을 촉구하며 `테러근절’에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미국이 이 기회에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헤즈볼라를 무력화시키고 동시에 핵개발 및 이라크내 영향력 행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란을 압박하는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29일 라디오 연설에서 “지금 중동사태는 고통스럽고 비극적인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동의 보다 큰 변화를 위한 기회의 순간”이라고 역설,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카나 참사 등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중동문제에 소극적인 미국의 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국의 대(對)중동정책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 주 두 차례나 중동을 방문한 데 이어 부시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유엔 안보리가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레바논 남부에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평화유지군이 파견돼 레바논군을 도움으로써 현재 헤즈볼라가 장악하고 있는 레바논 남부에 대한 통제권을 레바논군이 갖도록 하고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키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또 미국은 카나 참사를 계기로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레바논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등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편들기 정책에서 벗어나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요구안을 내놓고 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항구적인 평화계획없이 단지 유혈사태 중단을 위한 휴전에는 반대한다면서도 유엔 평화유지군 파견을 골자로 한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주중 마련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점은 이같은 정책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읽혀지고 있다.
미국은 평화유지군이 구성되더라도 직접 참여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정세가 날로 악화되고 있어 병력을 파견할 여력이 없는 데다가 미군이 중동지역 테러세력의 또다른 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2
▲영국
영국 정부는 이라크전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의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사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와 마거릿 베케트 외무장관은 영국은 금세 뒤집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휴전보다 지속성이 있는 폭력사태의 종식을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레바논 정부가 자국의 통치권을 되찾는 것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안보도 보장할 수 있는 그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두 사람의 주장이다.
블레어 총리는 이같이 중동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을 위한 유엔 결의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 정상이 “최대한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이미 지난 28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영 정상회담에서 영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블레어 총리는 또 베케트 외무장관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로 벙커버스터 폭탄을 나르는 미국 수송기가 스코틀랜드 프레스트윅 공항을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는 것마저 허용했다.
그러나 블레어 총리의 이 같은 대미 추종 외교정책은 일반 국민과 언론의 거센 비판은 물론 외무부 관리들과 다른 고위 각료들의 반발마저 불러오고 있어 지속될 수 있을지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킴 하웰스 외무차관,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 겸 하원 지도자, 데이비드 밀리반드 환경장관이 블레어 총리의 외교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다른 각료들은 “침묵이 결코 총리의 정책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히는 메모를 총리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BBC가 접촉한 한 소식통은 미국 무기 수송기의 영국 공항 이용을 둘러싸고 총리실과 외무부가 갈등을 빚고 있으며, 총리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무부가 주도하는 각료 회의에서 미국 수송기가 민간 공항이 아닌 군사 비행장만 이용토록 하는 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앞서 3개 일간 신문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전면 광고를 실었던 14개 구호단체들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인 블레어 총리가 즉각적인 휴전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3만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한 청원서를 총리에게 전달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프랑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전투와 관련해 프랑스가 주장하는 해법의 핵심은 즉각적인 정전이다.
2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즉각적인 정전을 촉구하면서 정치적인 협상과 국제 평화유지군 배치가 그 뒤를 따라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교전이 중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국적군의 배치는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성명에서 즉각적인 전투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신속히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31일에는 빌팽 총리가 월례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카나 마을 공습 직후 취한 48시간 공습 중단 조치로서는 불충분하다며 즉각적인 정전을 요구했다.
장차 레바논 남부에 배치될 국제 평화유지군 문제에서 프랑스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아닌 유엔이 다국적군을 주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싫든 좋든 중동지역에서 나토는 서구의 무장 기구로 인식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는 이미지 차원에서 나토가 의미하는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레바논을 위임통치하는 등 오랜 역사적 유대를 갖는 프랑스는 또 앞으로 배치될 다국적군을 프랑스가 주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며, 발포권 부여로 다국적군에 강력한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안보리 순번제 의장국이기도 한 프랑스는 안보리에서 즉각적인 정전 촉구를 포함한 결의안 초안을 회람시키고 필립 두스트-블라지 외무장관이 베이루트를 직접 방문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파리=연합뉴스)이성섭 특파원
▲독일
레바논 사태 발발 이후 독일은 외교적 중재 노력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독일에 대해 헤즈볼라에 억류된 이스라엘 병사의 석방을 위한 중재에 나설 것을 요청했으며 유럽 국가 중심의 국제평화유지군에 독일이 참여하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은 이스라엘과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고 아랍권으로부터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독일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지속적 휴전에 도달하는 것”을 기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등이 주장하는 인도주의적 입장의 `즉각 휴전’의 당위성에서는 동의하지만 일시적 휴전보다는 지속 가능한 휴전 성립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독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안보리가 지속적 휴전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휴전 성립을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간 정치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는 레바논 내 모든 무장세력의 무장해제를 요구한 안보리 결의 1559호에 기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독일은 레바논 남부에 배치되는 국제평화유지군에 대한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유엔의 위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 달 26일 로마에서 열린 레바논 사태 해결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독일의 국제평화유지군 참여는 유엔의 위임이 가시화된 이후에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헤즈볼라가 인질로 잡고 있는 이스라엘 병사 2명 석방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휴전 성립 ▲레바논 사태 관련 당사자 전부의 요청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만 평화유지군에 병력을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베를린=연합뉴스)송병승 특파원
▲러시아
러시아 정부는 레바논 사태의 해법을 중동에서의 분쟁은 당사국들을 포함해 러시아 및 미국, 유럽연합, 유엔과의 다자적인 틀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의 접근방식에서 찾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스라엘측의 레바논에 대한 무력공격을 시종일관 비난해왔으며,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를 석방하고 무력 분쟁을 중단한뒤 대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레바논 공습을 이스라엘 당국의 자위권 발동이라고 옹호해온 미국측 주장에 대해서도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는 과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하일 카미닌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국제사회는 다양한 형태로 전쟁 포화를 멈추도록 하는 것을 미루기 위한 논리와 논거를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미국측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제지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을 간접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0일 레바논 남부 마을 ‘카나’를 공습한 것을 국제인권법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실수적’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향후 레바논에서 군사행위, 유혈폭력이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동문제 전문가인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전 총리도 지난달 31일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서둘러 전쟁을 중단하려 하지 않는 미국측의 행태에 실망하고 있다”면서 미국측이 이번 사태에 시리아와 이란까지 끌여들이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개연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특히 국제사회에서 테러단체로 지목받고 있는 레바논 강경단체 ‘헤즈볼라’에 대해서도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데 있어 당사자 차원에서 그들의 견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스라엘-레바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협정도 레바논 정부와 의회에서 대표하고 있는 헤즈볼라를 포함한 모든 레바논 세력들과의 조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러시아가 인정하는 국제테러리스트 명단에 이스라엘 및 서구가 테러집단으로 지목하는 있는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배제함으로써 헤즈볼라를 논의할 대상으로서 인정하기도 했다.(모스크바=연합뉴스)김병호 특파원
▲EU
유럽연합(EU)의 레바논 사태 해법도 꼬여가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EU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해왔으며, 특히 `카나 참사’이후 휴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1일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외무장관 회의에서 `즉각적인 휴전’ 목소리에 제동이 걸렸다.
EU 기구가 휴식에 들어가는 하계휴가기간에 이례적으로 열린 이날 외무장관 회담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의한 `카나 마을 민간인 참사’ 직후에 소집된 것이어서 그동안 휴전에 반대해온 미국을 `나홀로’ 고립시키는 EU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측됐었다.
실제로 EU 순번제 의장국인 핀란드는 이스라엘과 레바논내 헤즈볼라 무장세력에 대해 `즉각 휴전’을 촉구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을 강력히 비난하는 공동성명 초안을 냈으며 무난히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회의에 들어가보니 영국과 독일이 반대한데다 네덜란드와 체코까지 가세하면서 진통을 겪었다.
4시간여에 걸친 `문구 수정’ 격론끝에 간신히 조정된 결론은 `즉각 휴전’ 대신 `즉각 적대행위 중단’으로 톤이 한단계 낮아졌다.
에르키 투오미오야 핀란드 외무장관은 “정확한 단어와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EU 회원국 사이에 분열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거꾸로 레바논 해법을 둘러싼 회원국 간 입장 차가 이날 회의에서 모처럼 충돌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의 중동정책에 보조를 맞춰온 영국은 그간 미국과 마찬가지로 ‘즉각 휴전’에 대한 지지를 보류해왔으며, 2차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해 이스라엘과는 미묘한 입장에 처한 독일도 ‘즉각’ 보다는 ‘가능한한 빨리’ 휴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EU 외무장관들은 이밖에 레바논 남부 다국적군 파견에 대해서는 병력파견 등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천명했고, 레바논 추가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난민들에게 식량과 피난처 등을 공급하기 위한 인도주의 구호금으로 3천만 유로(3천800만 달러)를 추가 제공키로 했다.(브뤼셀=연합뉴스)이상인 특파원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06/08/02 02: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