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교수님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중동과 이슬람 전문가로 불린다고 합니다. 다른일로 민중의 소리를 디비다가 보게 된 기사인데, 인터뷰 내용이 좋네요. 이런 분명한 목소리가 반전운동에 힘이 될 것 같네요.
“파병, 근대사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
[인터뷰] ‘파병 반대론자’ 한양대학교 이희수 교수
김영리 기자
”파병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먼 훗날 역사가들이 한국 근대사에 가장 치욕적인 결정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이 거짓 명분으로 남의 나라를 침공해 간 것이고 평화롭게 살던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고, 문화유적지를 파괴했고, 내전을 만들어 10만명이 넘는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었음에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쟁상태 한 복판에 우리 군대가 가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역사적으로 굉장히 큰 과오였습니다”
지난 23일, 자이툰 부대 파병 재연장과 레바논 평화유지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서울 시내에 울려퍼졌다. 파병에 반대하는 몇몇 국회의원들은 이라크에 직접 가서 현지 분위기를 돌아보고 오기도 했다.
다시금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이야기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정부가 어이없게도 자이툰 부대 파병을 연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UN 평화유지군으로 레바논에도 파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떠날 때부터 논란에 휩싸여 있었던 자이툰 부대는 결국, 원래 취지와 맞게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런데, 레바논에 또 군대를 보낸다는 것이다.
혹자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전쟁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UN의 평화유지군으로 가는 것이니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단어만 보면 그렇지 않은가. 더 나아가 ‘사무총장 후보까지 낸 나라가 모양새가 있지’라고 항변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특히 이슬람 문화를 연구하고 있는 이희수 교수는 ‘전혀 아니올시다’라고 했다. 국익에 도움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뿐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만 될 뿐이라고도 했다.
철저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을 위해서만 만들어진 유엔 결의안, 그 결의안에 의해서 가는 평화유지군은 어이없게도 국경 주변이 아닌 레바논 안으로 들어가 주둔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 자명한 우리 군이 중립적인 평화유지군이 될 수 없어 보이는 것은 비단, 이 교수의 생각만이 아닐 것이다.
이 교수는 또 자이툰 부대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조목조목 이유를 들어 설명하는 그의 평가는 “훗날 역사가들이 우리 근대사에 있어 가장 치욕적인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라는 한 마디에 모두 녹아들어가 있다.
정답은 언제나 민중들 속에 있다고 했던가. 역사적 과오를 두 번이나 저지를 수 없다며 ‘절대로 파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이희수 교수의 말에 대한 신뢰성은, 학문을 접하는 그의 자세에서 극대화된다.
“인류학은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 그 사람들 입장에서 체험적 삶의 경험을 통해 문화를 읽어내는 것이라서 삶의 현장이 바로 학문입니다. 인류학은 머리와 가슴이 같이 움직여줘야 합니다. 그 사람들을 상대로 24시간 부딪치면서 고통을 나누지 않고는 이 학문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아주 인간적인 학문입니다.”
다음은 이희수 한양대학교 교수(문화인류학)와의 일문일답이다.
–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해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하는 시각이 많은데,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있을 수 없는 전쟁이다. 인류가 이것만은 지키자고 마련해 놓은 모든 보편적 가치를 무너뜨리고, 국제법, 유엔 결의안을 무시하고 멀쩡한 주권국가를 침공해 들어가서, 민간인들을 희생시켰다. 거의 대부분이 민간인,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또, 군사시설과 상관없는 사회의 간점시설을 초토화 시켰다. 이것은 단순한 전쟁범죄를 넘어서 문명범죄다.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던 중세 암흑의 시대도 아니고, 21세기 글로벌 문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우리 눈앞에서 목격되고 있는데도, 세계는 아무 제어도 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방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 서글프다. 보편적인 가치가 지켜질 때,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이고, 인간사회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인데,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 레바논에 다녀온 적이 있나? 있으면 이야기 해 달라.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고 불린다. 해안가는 지중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이고, 자연 경관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깊이 있는 곳이다. 티레, 베이루트, 발베, 비블루스, 모두가 그렇다. 그곳들은 기원전 2500전 페니키아의 중심 유적지다. 이번 이스라엘의 폭격에 망가진 도시들이 대부분 고대 유적지이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유적지 파괴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해서 어떤 국내 언론도 그 부분을 짚어내지 못했지만, 사회간접시설 초토화와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 못지않게 인류의 고대 유산들이 폐허가 됐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보고도 되어 있는 아주 훌륭한 유적지들이라서 안타깝다.
– UN에서 우리나라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했다는데?
21일 UN에서 15000명을 증원한다는 안보리 1701호 결의에 따라 각 회원국들에게 평화유지군 병력제공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아직 여론의 향배와 자이툰 부대 재연장에 대한 시민단체의 저항과 맞물려 정부에서는 공식적인 발표를 아직 하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파병을 결정한 상태인 것 같다.
– 안보리 1701호가 무엇인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평화를 결정한 안이다. 다시 말해,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전제로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중지하고 쌍방이 평화에 도달한다는 내용이다. 레바논 남쪽에 완충지대를 두고 15000명의 평화 유지군을 보낸다고 되어 있다.
–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모두 합의를 한 것인가?
합의를 했지만, 레바논 정부 입장에서는 계속 부서지고 초토화 되는데, 약자로서 어떤 안이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나라가 폐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헤즈볼라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핵심관건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인데, 누가 시킬 것인지 주체는 명확하지 않다. 결국, 레바논 정부의 몫인데, 레바논 정부에서는 공식적으로 ‘해제’가 아니라고 발표하고 있다. 헤즈볼라 역시나 ‘무장해제는 전적으로 국내 문제이며 외세가 간섭하지 못한다’고 못을 박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무장해제’를 전제로 합의했기 때문에 해제하지 않는 한은 재침공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 당장이라도 다시 헤즈볼라를 공격할 수 있는, 불안한 살얼음퍈 같은 협상이다.
– 평화유지군이 보통 수행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주로 치안업무를 하는데, 나라마도 조금씩 다르다. 공격보다는 방어적 업무에 주력한다.
레바논 파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위에서 말한 것처럼, 평화유지군은 방어적 업무에 주력한다. 하지만, 레바논의 경우, 교전상황이 되면 샌드위치가 된다. 그 때 어떤 입장을 할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전략이 없다. 이스라엘이 공습을 해오면, 미국과 이스라엘하고 관계가 있는데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나? 절대로 못 한다. 공군이 날아오면, 지대공 미사일 쏴서 격추 시킬 수 있나?절대로 못한다.
그렇다고, 무장해제라는 결의안을 앞세워 헤즈볼라에 총부리를 겨냥할 것인가? 그러다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전 레바논이 하루아침에 적대적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막연히 평화유지하러 간다는 것 자체가 전략이 부재하고 안이한 생각이다. 전투병이 아니고 평화유지, 대민봉사, 건설, 의료 등에 주력하겠다고 하지만, 다 같이 UN군복을 입고 있는데 구분이 될 것 같은가? 명분 자체가 굉장히 태만하다.
둘째로, 평화협정 자체가 헤즈볼라가 좋아서 한 것이 아니고 마지못해 받아들인 것일뿐더러, 철저히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한 불공평한 협정이다. 이유는, 완충지대라는 것이 국경 사이에 만들어 지는 것이 상식이지 않나? 그런데, 레바논 국경 안쪽으로 20km나 들어와 있다. 웃기는 일이다.
둘째로, 유엔군으로 간다 하더라도, 비상시국에 한국은 미국의 이익대변자가 될 수밖에 없다. 군사적 동맹국가이고 한미 방위협정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데, 과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서, 뒤에 미국도 있는데 공정한 역할을 할 수 있겠나? 공정한 중재자 역할 을 할 수 있겠나? 주민들이 그것을 받아들이겠나? 이것도 웃기는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인데, 위험을 무릅쓰고 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 그들에게 지금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구호와 원조이다. 곧 겨울이 닥쳐오는데, 완전히 폐허가 돼서 텐트, 물, 먹을 것, 아이 우유 등 아무것도 없이 절망적인 상태에서 거창한 유엔복장의 군인이 아니고, 생존에 필요한 먹을 것이 정말 필요한 것이다. 그 대 우리 민간구호단체가 우리 국기를 앞세우고 필요한 것을 지원해 주는 것이 평화로운 사업 아닌가?
파병에 드는 비용의 반만 가지고도 파병보다 훨씬 큰 국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군인이 가서도 집 지어주고 대민봉사도 하겠지만, 주둔비용이 워낙에 엄청나기 때문에 정작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얼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구호를 하면, 그들이 ‘정말 우리가 어려울 때 한국이 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국가 브랜드와 문화 인프라가 엄청나게 커질 것인데, 이게 진정한 국익이라는 것이다.
지금 중동에서는 한국 상품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가전제품의 경우, 50~70%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큰 것을 놓친다? 장기적인 전략이 아닌 것이다.
적은 돈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선구자 역할을 한다는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다, 국익을 위해서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 평화유지군이다. 거기다 우리가 가봐야 주민들에게는 잊혀진 존재가 될 것이다. 수십개 나라 중에 하나로 끼여서 가는데 기억하겠나? 자이툰 부대가 지금 그렇다. 이라크인 대부분이 자이툰 부대가 와 있는 줄도 모른다. 다른 아랍국가들도 모른다. 매년 2000억에서 3000억 정도 쓴다고 하는데, 그런 돈을 쓰면서 거기 가 있는데 사람들이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 어떤 국가들은 파병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인가?
다들 이해관계가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이 EU인데, 미국과 이스라엘 중심으로 굳어버린 중동질서를 바꾸기 위해서다. 주도권을 경쟁하기 위해 간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레바논은 원래 프랑스 식민지였다. 하지만, 지금도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도 전후복구를 거의 프랑스가 선점했다. 프랑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이점이 있는 것이다. 레바논에 대한 온갖 정보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터키도 그렇다. 옛날 오스만 터키 시절에 레바논과 시리아가 자국영토였다가, 1차 세계대전떄 패전하면서 뺏긴 것이다. 또, 중동을 흐르는 물 문제도 있다. 중동에서 팔레스타인 문제 다음으로 가장 큰 문제가 물 문제인데, 시리아와 레바논, 터키를 흘러가는 거대한 물 프로젝트가 있다. 터키에게는 이 물이 생명줄인데, 이번 레바논사태에 개입해서 물을 확보하려는 것이며, 전후 복구문제도 경제적으로 크다는 것이다.
각국별로 다 이렇다. 실질적 이익과 역사적 관련이 있는 것이다. 터키나 프랑스 모두 축적되어 있는 정보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교한 전략적 손익계산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적으로 연고도 전혀 없고, 전문지식도 거의 축적이 안 되어 있다. 누구 편도 들 수 없는 어정쩡한 상황, 입지도 좁은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수십개국이 참여하는데 그 중 한국이 참여한다고 해서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이 사무총장 후보를 낸 나라로써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허구’라는 것이다. 자이툰 부대야 한미관계 문제 때문에 할 수 없이 갔다고 하더라도, 굳이 미국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그러면, 자이툰 부대를 파병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먼 훗날 역사가들이 한국 근대사에 가장 치욕적인 결정으로 기록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거짓 명분으로 남의 나라를 침공해 간 것이고 평화롭게 살던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 문화유적지를 파괴하고, 내전을 만들어 10만명이 넘는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었음에도,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쟁상태 한 복판에 우리 군대가 가서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굉장히 큰 과오였다.
두 번째로는 실질적으로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파병되어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라크에 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가 싫어하는, 적대, 반목, 갈등관계 지역에 파견되어 있다.
국회의 동의를 얻으려 설득할 때, 전투병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이라크를 위해, 이라크 평화 재견을 위해 전후복구 목적으로 자이툰 부대를 파견한다고 했다. 그런데 자이툰 부대가 가 있는 곳은 ‘쿠르드 지역’이라는 곳이다. 쿠르드 민족은 이라크의 아랍민족과는 전혀 다른 민족으로 역사와 언어가 완전히 다른 별개의 민족이다.
쿠르드는 1923년 로잔 조약에 의해서 강대국들로 인해 하루아침에 다섯 나라로 쪼개졌다. 이유는 그 곳에서 엄청난 유전이 발견되었기 때문인데 강대국들 입장에서 보면 그 나라가 독립을 하게 되면 강력한 나라가 될 것 아닌가? 그래서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로 쪼개서 이라크, 이란, 시리아, 아르메니아 다섯 나라에 나워 준 것이다. 그리고 영국이 유전지대를 이라크에 합병시켜줬다.
쿠르드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나라가 쪼개지고, 알짜배기 유전은 이라크에 뺏긴 것이다. 그때부터 이들은 자치와 독립을 위해 투쟁해오고 있다. 후세인은 투쟁이 강해지니까 화학무기 공격을 퍼부어서 5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살해되는 끔찍한 일도 벌어졌다. 그래도 계속 투쟁을 하고 있는, 한일관계보다 훨씬 더한 갈등 관계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때는 쿠르드 전 지역에 폭탄 한 발 떨어지지 않았다. 왜 거기로 전후복구를 하러 가나? 이라크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서로 가장 싫어하는 적대적인 지역에 보내 국민들을 속이고 있다. 언론통제 하면서 무풍지대에 가 있는 것이다.
쿠르드에서는 주민들이 좋아한다. 대민봉사를 하니까.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것을 이라크 환영으로 위장해서 국내에 내보내는 것이다. 온갖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매일 50명씩 죽어나가는 피해지역 주민들이 그것을 보면, 왜 자이툰이 우리에겐 오지 않고 피해도 없고, 우리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쿠르드에 가서 저러느냐고 생각 안하겠나? 주민들은 이해를 못 하는 것이다.
물론, 쿠르드만 보면 불행한 문제지만, 우리 경제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석유 수입량의 6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건설플랜트에 있어 최고의 시장인 중동 전체를, 불쌍한 민족을 도와준다고 버릴 만큼 우리가 강국인가? 정말 넌센스다.
또 있다. 이라크 뒤에 누가 있나. 22개 아랍국가가 있다. 그 나라들이 다 이라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나라들이 다 불편해 할 것이다. 이란만 봐도 그렇다. 이란은 한국 최대의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두 번째 에너지 공급국이며, 단일 국가로는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 1위국이다. 가전시장의 70%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엔 한류가 열풍적으로 일어나는 시장인데, 이런 이란도 잃을 것이다.
자이툰 부대가 거기 가서 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없다. 1년간 막사에 갇혀서 먹고 놀고, 전지훈련 하다가 오는 것이다. 위험해서 못 나가니까. 그래서 지금은 지원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웃지 못 할 일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일단 갔으면 잘 해야 하는데, 물론 장병들의 자질 등에 대해서 조금도 폄할 생각은 없다. 세계 최고의 고급 인력들이 부대를 형성하고 있고 모범적이다. 나쁜 짓도 안 하고 대민봉사도 잘 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독립을 위한 사회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국익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를 모르다가 깨달아서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초보적인 정보와 사전조사를 전혀 하지 않고, 노하우도 없이 들어간 것이다. 단적인 예로, 그 지역에서 아랍어를 사용하는 줄 알고 몇천만원씩 연봉을 주는 아랍어 통역관을 20명이나 뽑아서 보냈다. 쿠르드는 아랍어 사용지역이 아니다. 쿠르드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다. 우리가 일제치하 때 외국에서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 전부다 일본말을 해대면 어떻게 생각했겠나? 그 형국이 자이툰에서 벌어졌다.
베트남전 파병할 때였다면, 먹고 살기 바쁜데 조사해서 언제 보내냐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세계 경제대국 10위권, 국민소득 이만불, 지식강국 떠벌이고 다니는 이 시점에 벌어진 정치적인 결정이다. 기가 막히지 않나.
그 곳 사람들, 미군만 보면 이를 간다. 미국에 협력하는 나라들은 물론, 협력하는 자국민들에게도 테러를 한다. 우리 병사가 밖에 나갈 수 있겠나? 오히려 주변을 쿠르드 민병대가 보호해주고 있다. 최정예 대한민국 육군을 게릴라 조직 쿠르드 민병대가 보호하고 있다. 세계적 웃음거리만 됐다. 우리 군 명예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리가 가 있는 아르빌 주변지역은 세계적인 앗시리아 문화 유적지이며 문화적 보고이다. 한국의 문화적 전문가, 고고학자들이 거기 가서 그 쪽 사람들과 함께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공동발굴한 유물들을 중앙박물관에 갖다 놓는다고 생각해 봐라. 그거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문화적 자산이 얼마나 크겠나. 이런 생각을 할 기본 아젠다도 없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생각조차도 못 하는 것이다. 또, 함께 그 유적들을 복원했다고 생각해봐라. 태극기가 거기 걸린다. 앙코르 와트가 그렇지 않나. 이런 걸 못한다. 참 답답하다.
한미동맹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어마어마한 국가적 브랜드, 국익, 대외적 명분, 정의감 모두 상실해 버렸다. 그렇다고 한미관계가 더 좋아졌나? 모든 국민이 알다시피 더 악화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 파병을 주장했던 사람들이 단순히 결정한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대해서 굉장히 냉철한 판단과 결과에 따라서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정책적 실책이 아니고 역사적 과오이기 때문이다.
– 어찌됐든 정부에서는 계속해서 은폐하고 속이면서 파병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시민단체와 의식있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이름으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자이툰 부대의 활동내역부터 말이다. 돈을 얼마를 썼고, 무슨 일을 했는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그런데 지금은 언론이 통제되고 베일에 쌓여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어마어마한 잘못들이 밝혀져서 또 다른 파병은 안 된다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레바논 파병에 대한 정보도 다 공개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여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절대로, 자이툰처럼 파병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2006년09월26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