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美 정책실패 틈타 對시리아 관계 강화
NYT, “이란 영향권에서 시리아 빼내는 것 불가능”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정치, 경제적 고립정책을 고집하는 사이에 오일달러를 앞세운 이란이 시리아와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관계 구축에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지난 수십년간 시리아와 정치, 경제, 군사, 종교적 관계를 강화해왔다면서 미국 내에서 이라크문제 해결을 위해 시리아를 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시리아를 이란의 영향권에서 빼내는 것이 이미 불가능해졌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념보다는 실용적인 모습을 더 강하게 보여온 시리아를 서방진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미국이 레바논 사태를 이유로 시리아에 대한 고립정책을 고수, 오히려 이란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유럽국가의 한 외교관은 이제 미국이 노력한다고 해도 이란의 영향권에서 시리아를 빼내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시리아에 공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실제 내년 초 이란의 국영 자동차업체의 지원을 받아 만든 자동차가 첫 선을 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수백만달러가 투자된 곡식창고와 제2의 자동차공장과 시멘트 공장 등이 가동될 예정이며 정유시설과 은행, 주택건설, 발전시설 건설, 양국 철도 연결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란은 또한 이스라엘 감시망을 공동 운영하는 등 시리아 정보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다마스쿠스 주재 대사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측근 인사를 대사로 임명, 정치적 유대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반면 미국은 시리아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고수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총리 암살사건을 빌미로 대사마저 소환, 양국 관계가 멀어질대로 멀어진 상태이다.
이로 인해 다마스쿠스 대사관 내 최고위직인 마이클 코빈 차석대사는 시리아 관리들과 제대로 접촉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지 외교가의 전언이다.
그러나 시리아 관리들은 이란과의 관계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시리아는 국민의 80%가 수니파 이슬람교도지만 지배층은 소수의 시아파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리아 지도층은 종파적 분쟁 가능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으며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그럼에도 실질적인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는 것이 서방진영의 평가라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적 실수가 이어지면서 중동지역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시리아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인 무하마드 하산 아카타리는 시리아가 외교관계에 대한 그들만의 원칙을 충실하게 고수하고 있어 이란을 버리거나 관계변화를 시도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만약 서방진영이 시리아와 무언가를 하려 한다면 먼저 서방진영이 그들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란 말로 자신감을 나타냈다.
2006년12월29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