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반대” 워싱턴서 40만명 반전시위
[세계일보 2007.01.29 ]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만1500명의 이라크 추가 파병 방침을 밝힌 데 대해 27일 10만여명(경찰추산)이 미 전역에서 워싱턴으로 몰려들어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반전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의사당 앞 내셔널 몰에서 벌어진 이날 시위는 1400개 이라크전 반대단체의 연합 모임인 ‘평화와 정의 연합’이 주도했으며 주최 측은 50만명이 운집했다고 주장했다.
시위에는 베트남 반전 운동기수 제인 폰다(69), 숀 펜, 수전 서랜든을 비롯한 영화배우와 제시 잭슨 목사 등 유명 인사가 대거 참가했다.
시위대는 “이라크 미군 즉각 철수” “부시 반대” “부시 탄핵”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춤을 추면서 노래했다. 이들은 또 이라크 사망 미군을 상징하는 성조기가 덮힌 관과 사망한 이라크인들의 이름표를 전시하며 부시 대통령의 미군 증파 계획을 성토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72년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반전운동을 펼쳐 ‘하노이 제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배우 제인 폰다는 딸 및 두 손녀과 함께 34년 만에 반전시위에 참가해 “베트남전 교훈을 깨닫지 못하고 아직까지 이래야 하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오스카상 수상자인 숀 펜은 의원들이 미군 증파 반대 결의안보다 더 강력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2008년 선거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의회에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데니스 쿠치니치, 맥신 워터스, 린 울시 등 민주당 의원들도 참가해 반대연설을 했다.
이 같은 발언에 고무된 시위대 300여명이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한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해산하지 않고 이번 주 상원에서 추진될 이라크 추가파병안 반대결의 표결과 관련해 자기 지역 출신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시위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부시 대통령은 언론자유가 미국의 가장 큰 자유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또 미국인들이 이라크에서 결론이 나길 바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군 철수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날 부시 대통령 지지도가 지난 23일 국정연설 이후 더 떨어져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가 국정연설 뒤인 24∼25일 미 전역의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에서 부시 대통령 지지도는 30%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71%는 부시 대통령이 남은 임기 2년 동안 이라크 미군 증파안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해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은 21%에 불과했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icykarl@segye.com
2007.01.28 (일) 20:52
» 27일 미 워싱턴에서 이라크전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의사당 주변을 행진하고 있다. 현수막을 든 시위대 앞줄에는 제시 잭슨 목사(부시는 거짓말쟁이라고 쓰인 검은 피켓 아래)와 영화배우 숀 펜(잭슨 목사로부터 왼쪽으로 두번째), 팀 로빈스(오른쪽 두번째 색안경 쓴 남자), 수잔 서랜든(오른쪽 네번째 색안경 쓴 여자), 제인 폰다(오른쪽 네번째 가슴에 뱃지 단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워싱턴/AP 연합
*같은 날,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도 이라크전 퇴역군인 15명의 주도로 3000여명이 모여 의회에 ‘이라크전 중단’을 요청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솔트레이크시티, 라스베이거스, 덴버에서도 반전 시위가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