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 준비 완료…’4월 공습설’ 파다
항공모함-미사일 추가배치… 핵무기 사용 우려도
2007-02-12 오후 5:01:06
페르시아 만 일대의 미군 동태가 심상찮다. 항공모함이 증파되고 첨단 미사일이 공수되는 등 이란의 핵시설을 겨냥한 군사 행동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워싱턴과 테헤란 간의 팽팽한 대치 역시 공격의 기회를 노리는 미 행정부의 ‘의도적 도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군이 5월 이전에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페르시아 만에 항공모함 2진 배치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미군의 이란 공습 준비가 상당부분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페르시아 만 일대에 미 해군이 증강되고 있는 조짐으로 봐선 이번 봄 중에라도 이란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달 페르시아 만에 배치돼 있는 항공모함 아이젠하워 호를 지원하기 위해 존 스테니스 호의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항공모함과 함께 이란의 적대 행위에 대비한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소해정(掃海艇)도 증강 배치됐다. 유사시를 대비한 석유 비축 명령도 떨어졌다.
이렇게 페르시아 만 일대의 미 해군 병력이 증강되면서 미군과 이란군 간의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란의 한 고위 관리는 지난 8일 페르시아 만 일대에서 군함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지난 9일에도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말을 얼마나 더 반복해야 하느냐”며 이란 공습설을 부인했지만, 미국이 이란을 자극해 중동 일대의 긴장도를 고조시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지난 달 페르시아 만에 추가 배치된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 호ⓒ로이터=뉴시스
네오콘 “미군 인명피해 없는 공습은 괜찮다”
<가디언>은 미 의회와 국무부, 국방부 등의 높은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공습 계획이 힘을 받고 있는 데에는 네오콘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를 비롯한 네오콘 싱크탱크와 딕 체니 부통령 등 부시 행정부 내 네오콘들이 이란 공습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 전문가인 조슈아 뮤라칙은 AEI 내에서도 이란 공습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는 인사로 꼽힌다. 뮤라칙은 “미국에서 이란 침공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라크에서의 경험 때문에 나 같은 매파마저도 위축이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공습은 다르다”고 강변한다. “이란이 느닷없이 핵무기를 쓰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방어용으로 잘못 꺼내들 수 있으며 이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군사적 제재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즉, 이라크 전쟁의 경험을 살려 미군의 인명피해를 감수하야 하는 지상군 투입은 피하더라도 항공모함을 이용한 공습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만은 파괴해야 한다는 것이 네오콘 일반의 주장인 것이다.
”중동 내 핵무기 사용도 허가 돼”
이에 호주 출신의 저명한 탐사보도 전문기자 존 필저는 지난 3일 인터넷 네트워크 <Z net> 기고를 통해 아예 5월 이전 이란 공습설을 기정사실화하며 미국이 이번 공습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페르시아 만 일대의 해군 증강은 국방부가 ‘콘플랜 8022-02′라고 이름붙인 계획의 일환이라는 설명이었다.
필저는 또 “기밀로 취급되고 있는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령 35조에 따르면 2004년부터 중동 지역의 전술 핵무기 비축과 배치가 이미 허가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미 행정부에서 핵무기 사용을 허가한 것은 냉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이에 또 다른 탐사 저널리스트인 세이무어 허쉬는 작년 <뉴요커>에 쓴 기사를 통해 “미국의 폭격기가 지난 여름부터 핵무기 수송 임무를 가상한 훈련에 들어갔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쿠웨이트의 <아랍타임스> 역시 미국이 4월 말 전에 이란 공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며 핵 탄약을 장착한 크루즈 미사일이 지중해 인근 항공모함에서 발사되는 것으로 공습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라크 무장세력 배후로 이란 지목…전쟁 명분 쌓기
이처럼 이란 공습설이 파다한 상황에서 미군이 11일 이란을 이라크 무장 세력의 배후로 공식 지목하고 나서 이란 공습의 ‘명분 쌓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미군 한 고위 관료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라크 반군이 차량폭탄테러에 사용하는 정교한 폭탄들이 이란 정부 내 최고위급 인사들로부터 공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이후 이라크 시아파가 미군의 전차 에이브람스 탱크를 파괴하는 데 사용한 폭발성형 관통형 탄두(EFP)가 이란 대통령 친위대인 ‘혁명수비대’로부터 지원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고위 관료는 이 폭탄으로 미군 170명 이상이 죽고 620명 이상이 다쳤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를 ‘이라크 내 미군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어떤 세력이든 이라크 내 미군을 위협할 경우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해 왔고 지난 달부터는 미군에 위협이 되는 이란 요원을 살해 또는 억류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에 전직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이란 및 페르시안만 담당국장을 지낸 힐러리 맨은 12일 발간된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미 관리들이 이란을 자극해 미국이 이란 공격의 명분으로 쓸 ‘액션’을 저지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을 공격할 적절한 구실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표현으로 이란의 ‘악행’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의도가 제대로 먹혀든 것인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1일 “오는 4월 9일까지 핵개발 성과를 발표하겠다”며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