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개전 4주년, 끝없는 테러… 출구 없는 전쟁 (2007.3.19)
2003년 3월20일 미군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공습한 지 42일 만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가 끝났다”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당시 미국은 이라크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우겠다고 다짐했지만 4년이 되도록 수렁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으로 이라크가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수니파에서 시아파로의 권력 이동이다. 이는 수니파 무장세력의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시아파는 권력 주도권을 놓고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시아파 성지 폭탄테러로 촉발된 종파 간 분쟁은 ‘내전’ 상황이다. 정치적 혼란에 저항세력의 납치·테러가 끊이지 않아 이라크 3분할론이 대두될 정도다. 미국과 이라크 연합군은 최근 대대적인 저항세력 소탕작전에 돌입했다. 힘의 논리에 기댄 ‘최후의 배수진’인 셈이다.
4년간 혼란의 대가는 이라크인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민간인 사망자가 6만명 안팎이란 발표가 있지만 정확한 피해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2003년 개전 이후 주변국으로 피신한 난민은 전체 인구의 15%가량인 400만명에 달한다. 게다가 이라크 문제는 중동 지역 내 친미국가들과 반미국가들 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전 악몽의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군 사망자는 올 들어 3000명을 넘어섰다. 전쟁비용으로 월평균 84억달러(약 7조9000억원)가 투입되고 있으며, 오는 9월까지 총 35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CNN 여론조사 결과 이라크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란 응답이 54%에 달했다. 뉴스위크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9%는 내년까지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영국, 덴마크 등은 이라크 철군 일정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 민주당 하원 지도부는 내년 9월을 최종 시한으로 규정한 철군안을 본회의로 넘기고 통과를 자신하고 있다.
반면 ‘승리만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17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의회 철군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미군 2만1500명 추가 파병 계획에 이어 4700명을 더 파견하는 안을 승인했다.
개전 4주년을 앞두고 17일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반전 시위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워싱턴에서는 미 전역에서 모인 2만여명이 국방부 청사 부근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고, 로스앤젤레스에서도 6000여명이 모였다. 호주와 스페인, 헝가리, 그리스, 터키, 칠레, 스웨덴 등에서도 크고 작은 반전 시위가 이어졌다. 이라크에서는 16일 염소가스 자폭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민간인 350여명이 중독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