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로 있는 것을 다시 올렸습니다.
카이로에 다녀온 이미진 씨께서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모두에게 전하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꼭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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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와 시온에 맞서는 국제 연대를 향하여
-5차 카이로 회의 참가 보고-
2007.05.02 이미진 작성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국제 반전 회의가 열렸다. 카이로 회의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2002년 12월에 중동의 저항세력과 유럽의 반전 운동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카이로 국제 반전 회의는 제국주의 전쟁 반대 운동과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 운동의 결합을 도모하는 공간이다. 이번 회의는 중동에서 제국주의와 독재에 맞서 저항이 고조되고 있고, 그러한 저항이 국제 반전 운동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보여 준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특히 국제 반전운동의 승리로 고양되고 이집트 운동이 급진화 되고 있는 시기에 이번 회의를 참가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좋은 기회였다.
회의가 열린 이집트에서는 올해 초 노동자 파업 물결에 이어 농민들의 토지 점거 투쟁이 벌어졌는데 최근 무바라크 독재 정부가 헌법을 개악하면서 자행한 혹독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저항운동은 더욱더 성장하고 있었기에 회의 내내 급진적이고 전투적이며 열정적인 분위기에서 활력이 넘쳤다.
올해는 제3차 이집트 사회포럼과 함께 5개의 컨퍼런스와 40여개의 포럼이 빡빡한 일정에 따라 진행됐다. 회의의 주된 내용들을 정리하면 “저항”과 “단결”이라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의 저항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측 연사는 이라크 민중의 저항에 찬사를 보내며 팔레스타인과 점령에 맞서 저항 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즈볼라 한 연사는 지난해 전쟁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싸워 승리한 자신감을 곳곳에서 드러냈는데 “우리가 승리한 것은 저항 때문이었고 저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단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또 다른 헤즈볼라 정치 위원은 “우리는 최후 1인까지 투쟁할 것이다. 여성들도 끝까지 싸울 것 이다. 우리가 승리하려면 국제적 지지와 성원이 중요하다면서 무기를 보내달라”는 급진적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컨퍼런스에서는 이 외에도 팔레스타인, 이라크, 레바논의 저항세력을 지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고, 아랍의 독재 정권에 반대하고 그 정권이 미군에게 군사기지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 그리고 제국주의 세력이 부추기는 종파간 이간질에 말려들지 말고 분열을 극복하고자 대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 레바논에서 친이스라엘 정부 관료를 축출해야 한다는 것, 제국주의 본국에서 대중적 반전 운동을 건설하는 것 자체가 피점령국의 저항세력을 지원하는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주장들이 지지를 많이 받았다. 한편, 저항 세력 지지에 관련해서는 약간의 논쟁도 있었다. 몇몇 활동가들이 무장 저항 세력에 대한 지지가 반전 운동에 대한 전제 조건처럼 강조하는 것에 대해 영국의 전쟁저지연합과 한국 참가단은 그와 같은 태도는 반전 운동을 협소화 시킬 뿐이며 더 많은 대중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장저항세력에 대한 태도를 반전 운동의 전제조건으로 삼지 않고 그 안에서 이라크 저항세력을 지지하도록 토론할 문제라는 것을 강조했다.
2. 신자유주의에 맞선 저항
자본주의적 무바라크 정부는 26년 동안 억압 통치를 펼치며 사유화를 추진하고 노동조합을 통제해왔다. 무바라크 정부는 헌법에서 사회주의 조항들을 삭제하고 자본주의 혁신을 삽입 추가 하려한다. 중동 최대 진보 세력이자 가장 강력한 야당인 무슬림 형제단의 정계 진출을 막고 시민들을 군사재판에 세우는 등 탄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또한이집트 인구의 6%가 80%의 부를 소유하고 있고 이 부자들은 이집트 사회를 봉건주의로 되돌리려 한다. 이집트 최저 임금은 약 6.5달러 수준이고 43% 이상이 하루 소득 2달러 이하의 빈곤층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국가 개입이 축소되고 의료 사유화가 진행되어 간염 등 질병이 증대하고 있다. 1천 5백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 업는 등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 무바라크 정부는 노동자들을 두려워하고 있다. 정부가 헌법 개악과 사유화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나 개정 헌법은 종이에 쓰인 글일 뿐이고 사유화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투쟁 동기를 제공해주었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 계급이 이집트 변화의 진정한 동력임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교육과 사유화라는 포럼에서는 날로 확대되는 신자유주의 사유화 물결이 대학생들의 삶을 어떻게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지 얘기했다. 학생들에게 어떤 민주적인 설명이나 토론도 없이 사유화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며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권리다”라는 주장을 하였다. 자신을 대학 교수라고 밝힌 발언자는 정부의 대학 사유화 정책으로 현재 교수들 중 2%만이 평생 동안 고용될 수 있다며 학생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함께 연대할 것을 주장했다. 토론을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이집트 등 전세계 지배자들이 평범한 학생들의 권리를 공격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에 맞서 학생들의 저항도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3. 여성들의 저항
무슬림 형제단을 대표해서 온 한 여성은 “우리는 우리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들이다. 누가 우리를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라 말하는가. 우리에게 자유를 가르치려 하지 마라. 우리는 자유가 무엇인지 안다. 우리의 자유는 우리 스스로 쟁취할 것이다” 라는 감동적인 연설을 하며 여성 해방을 빙자해 군사적 개입을 정당화 하려는 세력에 맞서 싸울 것을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 베이트하눈에서 벌어진 잔인한 진압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맨 몸으로 행진하는 여성들에게 이스라엘 군 탱크가 발포를 했고 수많은 여성들과 아이들이 폭탄에 산산조작나고 총상을 입은 사건이었다. 분리장벽 때문에 포럼에 참석할 수 없었던 팔레스타인 여성 활동가는 음성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 군의 봉쇄를 뚫고 들어가 70여명의 남성을 구출해 냈다며 탱크에 맞서 목숨을 건 여성들의 투쟁을 전해주었다. 한 헤즈볼라 활동가는 “헤즈볼라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무기를 틀고 싸우고 남편과 아들들이 전장에 나가도록 고무한다”고 하였다. 중동 각지에서 전사로서, 저항군으로서 남성과 함께 투쟁하고 있는 여성들의 급진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제국주의의 심장부에서도 저항은 확산되고 있었다, 아들이 이라크 전에 영국군으로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로즈 젠틀은 평범한 어머니에서 정부가 아들을 살해한 후 투사가 되어 모병반대캠페인, 탈영 조장, 탈영병 은닉 활동 등 의 선두에 영국 내 반전 운동의 선두에 서있었다.
4. 단결
헤즈볼라의 알리 파야드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저항운동은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반제국주의의 투쟁이다. 또 저항운동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이슬람교와 기독교 등의 종교적 충돌이 아니라 정치 투쟁이다.” 즉 점령군과 이에 저항하는 민중간의 충돌이기에 단결하여 저항 운동 간의 연대를 구축해야 함을 강조했다. 영국 전쟁 저지연합의 존리즈는 “제국주의 프로젝트가 패배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전쟁 때 미국의 패인들과 비슷한 요인들 때문이다. 첫째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의 저항 세력들이 계속 투쟁하고 있다. 둘째 이런 투쟁들이 제국주의 본국에서의 저항과 결합되고 있다. 이 두 세력이 함께 공격할 때만 제국주의를 패퇴시킬 수 있다. 따라서 제국주의 본국에서의 정치적 압력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외에도 수니파 하마스와 시아파 헤즈볼라가 서로와의 연대를 계속 강조하였고 한 헤즈볼라는 “같은 무슬림 이라도 미국의 점령을 지지하면 우리의 적이고 기독교, 유대교라도 제국주의에 반대하면 우리의 동지다”라고 말하며 종교와 인종을 넘어서 공동의 적에 맞선 공동의 단결을 강조하였다. 이 외에도 저항 운동의 분열을 극복하고 수니와 시아, 좌파와 무슬림의 단결을 강조하는 컨퍼런스 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미국의 이란공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란공격에 맞서는 공동의 투쟁도 강조되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논쟁이 있었는데 이란정부가 이라크 저항 세력에 대해 취한 모호한 태도 때문이었다. 이란은 친미 꼭두각지 정부인 이라크 임시정부를 지원함과 동시에 이라크 저항 세력을 지지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란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이란 공격에 맞선 투쟁에 함께 해야 함을 강조하는 “공동전선”의 유연함을 보였다.
이번 카이로 회의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먼저 무바라크 정부가 민주화 운동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이집트의 다양한 운동 세력들이 한 곳에 모여서 운동의 다양한 쟁점들을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제공했고 국제 참가자들은 이집트 민주화 운동에 지지를 보냈다. 또한 국제 반전 운동, 국제 반신자유주의 운동, 중동의 저항세력, 특히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 세력들이 한 곳에 모여 단결을 모색하는 장소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제5차 카이로회의의 가장 중요한 성과일 것이다. 이런 연결 끈을 놓치지 않고 지속하는 것이 국제 반전 운동 앞에 놓인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의 투쟁은 국제 저항의 일부이다. 공동의 적에 맞서서 분열하지 않고 국제적 연대를 건설하고 더 나아가 더 광범한 세계적 신자유주의 및 제국주의 반대 운동의 적극적인 일부가 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