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의협 뉴스레터에 올릴 반전평화 칼럼-지적바람

첨부파일 : nowar.jpg

파병한국군 철수야말로 가장 중요한 대선공약이다.

비웃음 거리

장장 한달 간 신문지상 톱기사를 오르내리던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가 얼마 전 종결됐다. 그러나 귀국한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감격스런 환대가 아닌 따가운 눈총뿐이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도 새삼스레 ‘공격적 선교’운운하며 여기에 가세했다. 노무현 정부는 한술 더 떴다. 석방합의 직후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금번 피랍사태가 “파병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며 오히려 “구상권을 행사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탈레반과의 석방합의 조건에 “한국군 철수”가 첫 번째로 명시돼 있는데도 말이다.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가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일사불란한 전쟁참여 정부

그러나 비웃음과 함께 의심스런 대목도 있다. 보수언론과 정부는 왜 그런 뻔한 거짓말을 하는 건가? 도대체 파병에 파자조차 꺼내는 걸 기피하는 이유가 뭔가? 이유는 파병한국군 철수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세계에서 세 번째 가는 전쟁참여정부다.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은 취임직후부터 이라크 점령의 정당성을 이해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여념이 없다. 이해찬과 한명숙은 이라크 점령을 강행하고 레바논 파병을 밀어붙였던 시절에 국무총리였다. 정동영과 유시민 또한 파병 강행에 한몫 단단히 했던 전력이 있다. 손학규도 얼마 전 “자이툰 부대 파병처럼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일은 칭찬해 주자”라면서 이들과 합세했다. 이 나라 정치지도자들이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행동 통일해 전쟁지원에 여념이 없는 데, 파병의 부당성을 말하는 건 분명 커다란 불경일 것이다. 아니 단순한 불경죄를 넘어 그들의 정치생명을 끝장낼 수도 있는 뇌관일 것이다.

잊어주길 바래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명박을 비롯한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범여권 주자들 모두 최대한 몸을 사리고 있다. 파병한국군 문제가 세간에 회자되는 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얼마 전 이라크로 출발한 자이툰 부대 교대병력 500명도 유야무야 잊어지길 바랄 것이다. 올해 상반기 안으로 철군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지난해 정부와 국회의 약속도 그만 잊어주길 바랄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여기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도, 애초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면 그만이다. 너그러운 국민들이 그냥 알아서 잊어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전쟁지원 부역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반전여론은 꾸준하다. 자이툰부대 파병 이후, 반전여론은 꾸준히 50% 이상을 유지해왔다. 5년 동안 변함없이 반대여론이 과반수를 넘었던 경우는 아마도 파병문제가 유일할 것이다.  

거짓말에 속지않기

반전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바뀐 경우는 많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이를 증명했다. 또한 지난해 미국의 중간선거 때는 유권자의 70%가 이라크점령 종식을 지지했다. 그리고 부시와 공화당의 심각한 패배로 이어졌다. 반전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건 한국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라크에 미군 3만 명을 증파하고서도 위기에 몰린 부시는 한국정부에 자이툰부대 파병재연장을 요청하고 있다. 대선을 며칠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파병재연장을 처리해야 하는 이 나라 정치지도자들은 매우 곤혹스런 처지에 놓일 것이다. 그렇게 묻어두고 싶었던 파병한국군 문제가 다시금 수면위로 등장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또다시 거짓말에 속지 않는 것이다. 이 나라 정치지도자들의 전쟁지원 경력들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파병한국군 철수야말로 가장 중요한 대선공약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보건의료반전평화팀 팀장 백남순